삶의 슬픔 그리고 기쁨
무엇을 내놓을지 늘 기대하고 기다리는 작가가 있다.
송재정, 노희경, 박해영
송재정은 미디어를 섞고, 엮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
노희경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들여다보는 깊은 통찰,
박해영은 인간 내면의 숲길을 오래 사색해서 얻은 언어 때문에…
이 봄,
매우 드물게 두 작가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는 즐거움을 몇 주째 맛보고 있다. 마치 토성과 목성이 한 궤도에 들어서(말이 되나?) 나란히 도는 것처럼…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
거대하지 않아서 좋다.
재난, 전쟁, 살인, 범죄, 정치, 암투, 악당, 좀비, 대통령, 국회의원, 검사, 판사, 경찰, 재벌, 연예인, 슈퍼히어로, 왕, 공주…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 인물 없이 그냥 내 주변 사람들이 지지고 볶는 일상으로도 충분히 말이 되고, 이야기가 되는 드라마.
얼음 장사해서 딸 대학 보내면 쓰려고 박박 아껴 모은 돈이 7천만 원, 몸빼 바지가 5천 원… 뻰치, 망치, 도라이바 공구세트, 웟도리, 아랫도리 ~
생선 비린내와 순댓국 냄새 가득한 시장 한 구석.
그러나, 여기에도 전쟁과 재난은 있다. 혼자 키운 고딩 아들 딸의 임신 소식, 이로 인해 폭발하는 친구와의 갈등, 싸움이 태풍과 전쟁 아니면 무엇이랴...
한 여름 폭양이 이글대는 도시 변두리 논과 밭, 반복되는 일상다반사(유난히 출퇴근 지하철, 마을버스, 터덕거리며 돌아오는 발걸음, 밥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직장의 지겨운 하루하루 풍경 속에서 지쳐가는 한 사람 마음에 누군가 들어왔을 때, 순간 일어나는 내면의 폭풍, 섬광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이 드라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2022년, 온갖 매체와 플랫폼이 연결하고 쏟아내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인간 내면과 사람 사이, 일상의 삶을 깊게 통찰하고 세련된 언어와 영상으로 담아낸 이런 드라마를 만나는 일은 큰 축복이다. (2022년 5월)
#우리들의블루스 #나의해방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