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매일 밤 잠들기 전, 남편과 나는 손을 잡고 "오늘도 만나서 반가웠어.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 라고 인사를 한다. 이 인사를 먼저 시작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는 내일 아침에 우리가 서로를 보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 전에 꼭 감사 인사를 하자고 했다. 처음엔 죽음에 대한 상상을 한다는 게 무섭기도 하고, 잠자기 전의 고맙다는 인사가 닭살 돋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오늘도 만나서 반가웠어, 내일 또 만나자."라고 인사를 한다.
어젯밤에도 누워서 인사를 했다.
"지금 정말 행복한데, 내일 아침이 되면 잊어버릴 거 같아."
남편은 '아니, 아마 내일 아침에도 기억할 거야' 라고 대답하고 잠들었는데 정말 신기하게 잊지 않고 기억이 나서 이렇게 짧은 기록을 남긴다.
어렸을 땐, 드라마나 순정만화에 나오는 근육 있는 보기 좋은 몸매에 잘생긴 얼굴, 여주인공이 필요한 건 다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꿈꾸기도 했었다. (이런 게 미디어의 폐해 아닐까;;) 그런데 현실 남편은 점점 배가 나오고, 둥글둥글 사람 좋은 아저씨가 되어가며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몰래 사주기 위해 용돈을 모은다. 출근준비로 바쁜 아침엔 먼저 일어나 과일을 깎아주고, 나를 위해 싫어하는 설거지를 한다. 내가 일정이 있어 집에 늦게 들어오면 깜짝 선물처럼 집을 청소해 놓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