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0주에 전치태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믿었다. 무서워 울면서도 믿었다.
'그래, 조금 있으면 태반이 올라가서 정상적으로 출산하게 될 거야. 자연주의 출산할 수 있게 될 거야. 아니더라도 좋아, 자연분만만 하면 돼. 할 수 있을 거야.'
한 달 뒤, 임신 24주가 되었는데도 태반은 아이가 나오는 문을 막고 있는 상태였다. 여러 자연주의 출산에 관한 책들을 읽었기에 알고 있었다. 다른 어떤 경우보다, '전치태반'인 경우에는 자연주의 출산은커녕 자연분만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걸. 자연분만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진통이 시작되면서 태반이 먼저 나오는 태반 조기 박리가 일어나거나, 진통이 오면 출혈이 너무 심해 산모와 아이 둘 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와 남편은 "그래도 완전히 다 막고 있는 상태는 아니니까 최악은 아니에요. 조금 더 지켜봅시다. 완전 전치태반이 아니면, 우리 병원에서도 수술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배가 커지면서 태반이 당겨 올라갈 수 있어요."라는 담당의의 말을 믿었다. '제발, 수술도 괜찮으니, 대학병원에서 수술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기를!'
그리고 임신 28주.
조기 진통이 왔다.
남편이 반차를 내고 퇴근해 부랴부랴 다니던 산부인과로 갔으나, 담당의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진료도 거부한 채 바로 대학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 전 주에 혹시 몰라 대학병원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놓지 않았다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도 산부인과 진료를 바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날 아주 미약하지만 주기적인 진통이 계속되었는데, 당직을 서던 전공의가 주기적인 건 맞지만, 당장 입원할 수치는 아니니 조산방지제가 아닌 수액을 맞으며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수분 보충을 잘하면, 진통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초음파 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으며 기도했다.
28주... 아기가 세상에 나오긴 너무 일렀다. '찬양아 아직은 나올 때가 아니란다. 편안하게 엄마 뱃속에서 더 지내다 만나자.' 다행히 주기적 진통이 비주기적 진통으로 바뀌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 움직이지 않고 누워서만 지낼 것, 조금의 출혈이라도 있으면 응급실로 와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퇴원할 수 있었다.
아주 늦은 밤이었다.
돌아보면 모든 게 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글을 쓰며 감사를 세어볼 수 있음도 감사하다. 다행히 찬양이는 37주까지 무사히 내 뱃속에서 지내다 세상에 나왔다. 모두가 우려했던 제왕절개 전 출혈도 없었다.
늦은 밤 응급실에서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으나, 잠은 오지 않았고 진통도 지속되었다. 주기적으로 있던 진통은 며칠을 계속되다 어느 날 기적적으로 좋아졌다. 이후로 출산까지, 때때로 불안해하며 거의 누워서만 지내는 생활은 계속되었으나 이제와 돌이켜보면 평온한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