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루 Jul 21. 2022

어휘력, 문해력을 폭발적으로 키워주는 단어 쇼핑의 기술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들이 많았다. 그래서 세종대왕께서 친히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셨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득권 사대부들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 학문에 방해되고 정치에도 무익하다는 이유였다. 집현전 부제학이었던 최만리는 언문* 사용이 중화에 어긋날뿐더러 스스로 오랑캐로 전락하는 일이라며 반포**를 앞장서서 반대하기도 했다.

*諺文 : 예전에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

**頒布 : 세상에 널리 퍼뜨려 모두 알게 함.


 권력의 상징인 글은 한때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글은 배우기 어려워야 백성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백성의 접근을 막는다는 뜻은 기득권을 지키는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글은 곧 권력이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언어이자 글이고, 어휘력이 풍부해야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해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고의 폭과 깊이는 철저히 어휘량에 비례한다. 서툰 외국어로 자기소개를 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어휘력이 부족하니 나라는 사람조차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내 생각을 제대로 펼칠 수나 있을까.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남의 생각에 따라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언어를 어떻게 해야 잘 다룰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게 되고, 또 어휘력을 키울 수 있을까?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기본은 역시 독서다. 다양한 독서 경험을 통해 어휘력을 기를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빤한 방법 외 두 가지를 더 소개한다.


단어 쇼핑의 기술

 '사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자,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낱말의 사전적 정의를 한번 말해보시라.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쓰는 단어도 사전적 정의로 표현하는 데는 서툴다.


사랑1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유의어] 경애, 그리움, 박애


사랑2(舍廊)

집의 안채와 떨어져 있는, 바깥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곳.

[유의어] 객당, 사랑방, 사랑채


사랑은 순우리말로 '누군가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뜻한다.


한자어에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곳이라는 뜻도 있다.


 사랑의 유의어에는 '경애', '그리움', '박애'라는 단어도 있다. '경애'는 '공경하고 사랑한다'라는 뜻이고, 같은 뜻으로 '외애(畏愛)'라는 말도 있다. '박애'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한다'라는 뜻이다. 한편 '박애'의 유의어에는 '동인(同仁 )'이라는 말도 있는데,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사랑함'이라는 의미다.

 아마 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이다. 어휘력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비결은 바로 사전에 있다. 자주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글을 쓰다가 아는 단어도 한번쯤 사전을 찾아보면 그 의미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가장 적확한 단어를 선별하는 눈이 생기고, 또한 사전적 정의에서 나오는 낱말이나 유의어, 반의어 등을 찾다 보면 어휘력이 금방 금방 는다.


한국말 제대로, 잘 쓰려면 한자 공부가 필수

 앞서 예시로 든 '동인'에는 한자어에 따라 이런 의미도 있다.

1. 動因 어떤 사태를 일으키거나 변화시키는 데 작용하는 직접적 원인.

2. 同人 같은 사람 / 바로 그 사람 / 어떤 일에 뜻을 같이하여 모인 사람.


똑같이 '동인'이라 읽지만 뜻이 달라지는 것이다. 국어 어휘의 약 70% 이상은 한자어다.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는 물론 부사, 조사, 감탄사에 이르기까지 9품사에 모조리 쓰인다. 그러므로 한자 공부는 어휘력과 문해력 향상에 필수다. 한자를 쓸 줄 몰라도 된다. '어떤 의미가 있더라'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정치 기사에서 종종 쓰이는 '내정되어 있다'는 말은 '안'이라는 뜻의 내(內)자와 정한다는 뜻의 정(定)자를 합한 말이다. '안으로(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정했다'라는 뜻이다. 정확하게는 '정식 발표가 나기 전 이미 내부적으로는 인사를 정했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때 한자 '內'와 '定'의 뜻을 알고 있다면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편 '내정'에서 '정'의 한자어만 바꾸면 뜻이 달라진다.


-政(정사 정) : 안식구들에 의한 집안의 살림살이 / 국내의 정치.

 예) 남의 집 내정에 간섭하지 마라. 강대국이 약소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일이 많다.


-情(뜻 정) : 내부의 사정.

 예) 적국의 내정을 살피다.


한편 '반'이라는 낱말은 한자어에 따라 여러 의미로 나뉜다.


半 둘로 똑같이 나눈 것의 한 부분 / 일이나 물건의 중간쯤 되는 부분.

班 벌여 선 자리나 그 차례 /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조직한 사람들의 작은 집단.

反 ‘반하다’의 어근.

盤 소반, 예반, 쟁반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반군(反軍)은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배반한다는 의미의 반(叛)을 써서 반란을 일으킨 군대라는 의미로도 쓸 수 있다. 이렇듯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늘게 되는데, 어렵고 복잡한 한자까지는 굳이 쓸 줄 몰라도 된다. 한자에서 '반'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의미만 알고 있으면 된다.

 한자는 천자문을 한 권 사서 몇 번 읽어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천자문(千字文)은 대표적인 한문 습자 교본으로 불리지만 사실 4언절구의 한시(漢詩)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무제 때의 학자인 '주흥사'(周興嗣, 470~521)가 지었다. 이 천자문 한시의 대단한 점은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句)로 이루어졌으면서도 글자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부터 한문을 배우는 사람들의 입문서로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양한 독서법 : 책 왜, 어떻게 읽어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