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나 그림에는 과연 재능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크게 둘로 나뉘겠으나, 대체로 재능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을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 어떤가? 마치 초등학생이 막 그린 듯한 이 낙서. 그러나 이 그림은 뉴욕 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무려 200권이 넘는 책에 소개되었다.
세상에서 그림을 가장 못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세르주 블로크(Serge Bloch)를 소개한다.
그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정육사,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그림은 16살까지 동네 화방에서 일주일에 한 번 그려본 게 전부. 그마저 그림보단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았다고 한다.
어떻게 화가가 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쉬는 시간에 애들하고 놀 때,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논다는 생각으로 일단 덤볐어요.
썩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망치면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그림에 임했다고 한다.
위 그림은 미술대가 아닌! 미술과는 거리가 먼 공대 출신의 작가 설레다의 첫 작품이다. 어느 날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했는데 마침 눈앞에 노란 포스트잇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 한 장을 시작으로 100장, 200장, 300장…무려 14년간 천 장이 넘는 토끼 그림을 그렸다.
설레다가 그린 토끼라고 해서 팬들이 '설토'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노란 포스트잇 안에서만 펼쳐지던 그녀의 그림 세계는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이후부터 확장되기 시작하여 연기, 물, 커피라는 오브제를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전달하고 있다.
전시와 TED를 비롯한 기업 강연, 그리고 출판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책은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사랑받고 있다.
재능이라고? 재능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과대평가되고 있다.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하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면서 우리는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선천적 재능을 신격화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면제받는다. 그렇게 현재 상황에 안주하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절대 음감'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조차 요즘은 훈련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제2, 제3, 수 백 명의 천재 모차르트도 양성 가능하다는 뜻이다. I.Q의 차이라 보는 의견도 있으나, 이 역시 50점까지 조금 더 빨리 도달하게 도울 뿐 그 이후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이를 증명한 이가 교육 심리학자 라슬로 폴가르(László Polgár)다. 그는 자신의 세 딸을 체스 분야에 있어 최고의 그랜드 마스터로 키워냄으로써 “위대한 사람은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자신의 주장을 몸소 증명했다.
최근 심리학에서는 탁월함의 핵심은 의식적인 연습에 있다고 말한다. 재능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의식적인 연습이고 이것이 바로 탁월함의 핵심이다. 선천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성별도, 부모님의 지능도, 재능도 상관없다.
설레다 역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의 삐뚤빼뚤한 선에서 시작했다. 유일한 비결이라고 한다면 연습. 의식적이고 꾸준한 연습, 그 한 가지뿐이다.
글쓰기에 재능이 필요하냐고? 한글만 알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뿐이고, 제대로 된 연습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