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이 바라보며 느끼는 여행기
10월, 오랜만에 다시 찾은 런던의 날씨는 제법 겨울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여민 옷 사이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것, 그래 난 '여행'을 하고 있구나.
그 사람들에겐 일상, 나에겐 새로움
런던에게 맑은 날씨를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흐린 날씨의 런던, 때로는 갑작스레 내리는 비마저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그래 흐리다 보면 언젠간 맑겠지, 날씨도 우리도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한 할아버지의 백파이프 소리
"그래, 여기가 런던이구나! "
런던의 상징이 되어버린 근위병들의 검은 털모자와 빨간색 옷
그리고 그 모습을 촬영하는 관광객들을 보며
"역시 휴대폰은 애플 아니면 삼성이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내셔널 갤러리 앞 바닥을 캔버스 삼아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아저씨
때론 잘 찍은 사진보다 흔들린 사진이 더 마음에 들 때가 있다.
그냥, 시간을 멈춘 것 같아서
런던에 밤이 오면 가로등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들로 거리는 더욱 매력적으로 변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이유 없이 행복해진다.
늘 걷던 출퇴근 길, 익숙한 동네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보내는 시간과 발걸음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여행은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가짐에 따라 변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아닌 마음에 여유를 두고 오래 보아야 진정 그곳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