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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my Feb 11. 2020

천국도 겨울은 혹독했다

집안에서 추위와 싸우다

하늘은 파랬고 모든 곳에서 외국이라는 느낌이 뿜어져 나왔다. 여느 여행과 다르게 짐도 많았고 아기의 존재도 무거웠지만 사람들의 활기에 섞여 살짝 뛰듯이 걸었던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부터 아기 유모차를 끄는 배려받는 존재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대기줄이 가장 짧은 곳으로 안내받았고 새로운 환경에 둘러보느라 바쁜 아기에게 눈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많았다.


동생과 3년 만에 보는 거였다. 동생이 휴대폰으로만 봤던 아기는 사진보다 컸고 동영상보다 사랑스러웠다. 동생과 절절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보자마자 눈이 뜨거웠다. 역시 동생이 있는 곳으로 오길 잘했다.



첫날 내 마음은 정말 1퍼센트의 기대와 99퍼센트 두려움이었다. 엄청나게 걱정했던 6개월 아기와의 10시간 비행은 생각보다 순조로웠고, 2년 만에 만난 동생과도 훈훈하게 조우했다. 그리고 99퍼센트 두려움의 실체가 마주했다. 응? 나 집에 들어온 거 맞아? 왜 집 밖보다 집 안이 더 추운 거니?


진짜 절정은 샤워할 때였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뜨끈한 물에 조트아~ 나른해진 몸은, 물을 끄자마자 두세배 혹독해진 추위와 마주한다. 후다닥 몸을 닦는 그 짧은 순간, 아 그립다 한국 우리 집.


아기를 씻길 땐 화장실 안까지 라디에이터를 끌고 왔다. 빠르게 공기를 데우고 빛의 속도로 아기를 씻기고 다시 라디에이터를 방으로 끌고 가서 애기 옷을 입히고. 며칠 지나서는 추운 그대로 후다닥 씻기고 나왔지만 처음엔 그 추위가 너무 낯설어 감기 걸릴까 걱정스러웠다.




호주는 공과금 비용이 비싸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 처음 한두 달은 계속 신경 쓰면서 살았다. 수입이 없는 입장에서 한 달 지출이 얼마인지 도통 감이 안 와서 고지서를 받기 전까진 엄청 마음 졸였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지서를 받아 들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평균보다 훨씬 밑도는 우리 집의 전기 가스 사용량!(참고로 우리 집은 전기는 100~200불 사이, 가스는 200~250불 사이였다)


그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지. 추우면 난방기기 틀고, 더우면 에어컨 켜고 사는 거지.



6개월 아기와 떠난 우리 가족 호주 일 년 살기 이야기


프롤로그

Part1. 준비단계

- 마냥 쉽지는 않았다.

- 그리고 나머지 다소 쉬웠던 것들

Part2. 호주 생활

- 천국도 겨울은 혹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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