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세 철학자의 인생수업, 인생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전체 인구는 8,929명이다. 그중 남자는 1,526명, 여자는 7,403명이고, 2022년과 비교하면 63.5% 증가한 수치다. 100세 이상 인구가 지난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100세가 이제는 놀라운 나이도 아닌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강은 우리의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요일 오후 교보문고에서 주관하는 '명강의 Big10'에서 105세의 김형석 철학가의 <백 년의 지혜> 특강에 다녀왔다. 강연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고령을 넘어 장수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105세다. 평소 언론이나 유튜브, 책 등을 통해서 이미 100세가 넘은 김형석 교수님의 활발한 활동을 익히 알고 있던 터다. 그럼에도 내 눈앞에서 실물로 계신 교수님을 뵌 적이 처음이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105세의 연세에 계신 분께서 어떻게 강연을 하실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오후 2시에 예정된 강의에 나는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케어해 주시는 분의 손을 붙잡고 걸어 들어오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옆에서 돌봐주시는 분도 이미 80세는 훌쩍 넘어 보이셨는데, 그분에게 의지해서 계시긴 했지만 걷는데 거의 불편함이 없어 보이셨다. 느린 걸음이지만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온전히 걸으시는 모습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연이 시작되자 교수님은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시고 홀로 무대 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셔서 흔들림 없이 강연 90분과 질의응답 30분 정도의 꽉 찬 2시간을 온전히 홀로 무대를 장악하셨다. 강연 내내 중간중간 다리를 꼬시기도 하시며, 무선 마이크를 꼭 잡으신 채로 막힘없는 온화하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우리의 몰입도를 높이셨다. 수십 년간 책을 쓰시고, 강연하시며 배움과 삶을 통해 얻은 경험을 나누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저 연세에 저렇게 또렷하게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서 강연을 하실 수 있다고? 어떻게 저렇게 되실 수 있지?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내가 주변에서 흔히 마주하는 노인들의 모습과는 겉모습은 비슷하실지언정 소프트웨어는 달랐다. 어떤 힘이 저분을 저리로 이끌 수 있었을까? 강연을 들으며, 강연 후에도 나는 계속 이 질문을 반복하게 되었다.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삶의 깨달음이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유롭게 살아야 합니다.
행복과 보람을 느껴야 합니다.
인간다운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인생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 걸까요?
누구나 가진 것 없이 빈손으로 가야 합니다.
결국 소유했던 것을 주고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남은 인생이
더 선하고 아름다워지길 바랍니다.
90분의 강연 동안 주옥같은 인사이트를 주셨다. "나는 어떤 사람이길 원하는가?" 김형석교수님은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강연과 설교를 듣고,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정치계의 지도자가 되셨다면 교수님은 철학 공부를 해서 정신적인 지도자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한 길을 계속 달려오셨다 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길이 있는데, 우리는 학교에서 잘못된 가르침으로 자기만의 길을 찾기 어렵다. 100명이 있다면 한 달 내내 100미터 달리기를 가르치고 거기서 1, 2, 3등만 순위에 들어오니 이 사람들만 자기 길을 갈 수 있고, 나머지 97명은 한 달 내내 연습한 보람도 없이 자기 길을 찾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잘못 보다 교육의 시스템의 잘못이다. 내 체질에 맞는 운동이 다 있는 것처럼 내게 맞는 길이 있다. 내게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나만의 길! 일찍 찾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나의 길을 찾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것을 찾아줄 수 있는 것이 코칭이 아닐까! 나는 '코칭'이라는 길을 찾았구나. 이 길을 계속 나의 길로 만들어가야겠다.
고령시대에 이제는 은퇴자가 그 어느 시기보다 많아지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하거나 할 예정이다. 지금은 '은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제는 정년이 없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노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 활동을 위한 '일'도 있지만, 내 인생을 내가 보람 있게 살기 위해서 일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계속 공부를 해야 하고, 독서를 통해 공부를 하며 성장하라. 그렇게 끊임없이 내 길을 오래갈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하고 행복한 것이다. 그만큼 내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내 남은 시간을 사회를 위해 도움을 주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학문과 지식에는 끝이 없다. 설사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해도 그 뒤에 더 공부를 하며 갈고닦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만큼 일하게 되어있다. 내가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하기 위해서는 나의 길을 찾아 계속 공부하며 정진해야 한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을 만들어 꾸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세라믹 핸드페인팅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의 일정에 넣어 꾸준하게 하면 좋겠다 싶었다.
인생이 100리 길이라고 하면 중학교까지는 20리, 고등학교까지 30리라고 보면 30리까지는 나라에서 챙겨준다, 대학교를 가는 사람들은 40리까지 올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60~70리는 혼자서 가야 한다. 대학교 졸업했다고, 전문가가 되었다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공부하며 100리를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형석교수님이 학생들을 키워보면 16~17세가 기억력이 제일 좋은 때라고 한다. 대학교에 들어가 2학년 정도 되면 더 높아지지는 않고, 사회생활도 하고 독서도 하면서 이해력이 높아진다. 그리고 대학교 3학년 정도 되면 사고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때는 공부에 재미를 못 느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경험의 폭이 넓어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 찾아서 하게 된다. 그러니 기억력 감퇴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고 해도 이해력과 사고력을 높이며 풍요롭게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얻은 인사이트는 "인격"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종종 '태도, 자세, 마음가짐'으로 표현을 해왔는데 일맥상통함을 느낀다. 인격이 높은 사람이 존경을 받고, 인격이 낮은 사람은 존경을 못 받는다. 인격이 병든 사람은 얼마나 불행한가. 이런 인격이 낮은 사람은 나만 아는 이기주의가 되기 쉽다.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존경받고 지도자가 된다. 더불어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공존"이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남는다. 나의 가치 중 '기여'라는 부분을 '공존'으로 업그레이드해야겠다. 오래 살고 싶은가? 욕심을 비우자. 나만 성공한 삶을 갖고자 한다면 오래가지도 못하고 불행하다. 나를 위해 살면 남는 것이 없다. 욕심을 버리고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하자. 김형석 교수님의 마지막 멘트가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이 남았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길을 끝까지 인생을 살아가겠다
그런 새 출발을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울림이 큰 강연이었다. 왜 <백 년의 지혜>라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지난 100년 이상의 삶을 지식을 넘어 지혜로 만들어내셨다. 105세라는 나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강연을 왔다면,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어떤 성장을 하고 있는지 나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 안창호 선생의 강연과 설교 등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하셨다면, 나는 오늘이 나의 게으름을 던지고 새 출발 하는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먼 훗날 이 날을 떠올리는 나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