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더 넥스트' 독서모임을 오프라인에서 열었다. 한 달에 한 번 마지막주 토요일에 '더 텍스트'라는 주제로 연관된 책을 읽고 있다. ICF 코리아챕터에서 코치들의 역량강화 및 네트워크를 목적으로 2024 하반기 사업으로 만든, SIG(Special Interest Group)에 '독서모임'을 지원했고, 선정이 되어 그룹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7월부터 시작해서 11월까지 진행 중이고, 현재 3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그룹장으로 '더 넥스트'를 주제로 정하며 어떤 책을 함께 읽으면 우리의 넥스트에 대해 각자가 도움이 될까 고민이 많았다. 내가 읽고 도움이 되었던 책으로 5권을 골랐다. 김호 작가의 <왓 두유 원트?>, 이항심 교수의 <시그니처>, 호소다 다카히로의 <컨셉 수업>, 로라 후앙의 <엣지>, 조엔 리프먼의 <더 넥스트>가 주인공들이다.
이번 달은 <컨셉 수업>을 함께 읽고 서촌의 편안하고 감성 가득한 공간, '북 살롱 텍스트 북'에서 만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하겠지만, 그룹장으로서 책을 읽고 간단한 활동을 통해서 각자의 컨셉을 잡는데 도움이 되면 어떨까 싶었다. 처음에는 밸런스 게임 형태로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을 표현하는 창의 적인, 열정적인 등등의 키워드를 던지고 고르게 해서 자신의 컨셉을 만들어가는 것도 유쾌한 활동이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하기에는 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키워드들을 간추리는 작업이 필요할 듯해서 자칫 '폭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른 방법을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를 살펴보는 것으로 준비를 했다. 사람의 특성을 나타내는 단어 카테고리에 4~5개의 연결 키워드를 적어 놓고, 키워드를 고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실된'이라는 카테고리에는 '정직한, 솔직한, 진정성 있는, 겸손한, 예의 바른, 일관성 있는'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14가지 카테고리에 약 70개의 키워드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 5가지를 고르다 보면, 은근히 선택과 결정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의 성격이 얼마나 복잡할 텐데 5가지로 압축해서 표현한다는 것이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다 좋은 단어들만 모아 놓았기에 실제의 나와는 다른, 내가 지향하고 있는 단어들에 눈이 가곤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중하게 고른 나의 키워드 5개를 골랐다.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에서 처음 만난 분들도 계셨기에 온라인 만남과 오늘 만남을 초두 효과(Primacy effect)를 적용하여 현재 상태에서 느낀 나에 대한 키워드를 받았다. 5명의 참여한 모임이었으니, 대상인 나를 제외하고 4명에게 2개씩 받은 키워드는 8개가 되었다. 나는 '지혜로운, 매너 좋은, 도전적인, 꾸준한, 진정성 있는(2), 정직한, 분석적인' 키워드를 받았다. 나의 경우는 그룹장으로 참여자들을 대부분 잘 안다고 느꼈는데,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키워드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내가 고른 5개의 키워드와 타인이 준 8개의 키워드 중에서 공통적으로 있는 교집합 키워드가 각자 1~2개 정도 있었다. 나는 '진정성 있는'은 나와 2명의 코치님들이 주셨기에 3번이나 반복된 단어였다. 나의 경우는 공통 키워드는 '진정서 있는'이 나왔고, 한 코치님은 '위트 있는과 유연한'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다들 여기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꽤 있었다.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가 다른 것도 있지만, 거기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키워드가 적어도 1개 이상은 나왔다. 어쩌면 이것이 컨셉이 아닐까.
<컨셉 수업>에 따르면, 컨셉은 전체를 관통(일관)하는 새로운 관점이다. 나의 전체 모습을 보며 거기에서 일관성을 찾아내는 것, 그래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짧은 활동이었지만, 나의 컨셉을 잡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서 모두 반가워했다. 컨셉은 타인을 모방해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에서 창조적 활동으로 소개했던, 모닝페이지'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조건 세 페이지를 써내려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책을 읽고 2020.10.16일 아침부터 쓰기 시작한 모닝페이지는 오늘로 1448일이 되었다. 꾸준하게 하는 것이 없던 나는 모닝페이지를 통해 꾸준함도 얻었다. 지속적으로 쓰며 나만의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모닝페이지를 함께 쓰던 모임에서 한 분의 스타일로 따라 해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나는 일기 형태로 글을 쓰는데, 그분은 인사이트를 나누는 형태로 쓰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방식은 나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몇 주 노트 형태로 쓰다 얻은 통찰이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속설도 있듯이 모방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창조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풋(Input)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타인을 모방하려는 것은 나의 더 깊은 성찰, 깨달음으로 이르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다시 나의 스타일대로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다. 역시나 내 방식이 나에게 훨씬 편안했다. 어느 정도 글을 통해 생각이 쌓이면, '아하!' 하는 순간이 오는 인사이트로 연결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에게 맞는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을 찾아내어 내 방식대로 사는 것, 그것이 진정한 나이고, 나의 컨셉일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진정성 있는'이라는 키워드는 나와 다른 사람이 일치했는데, '일관성'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