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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Jul 16. 2023

뮤지션의 패션에 대하여...귀엽고 싶은 구척장신 로커

공연에서 연주만큼 중요한 것이 의상이다. 뮤지션이 관객들에게 각인되는 첫번째 이미지는 시각에서 온다. 음악과 공연장에 어울리게 의상을 고르면 공연이 더욱 짜임새있게 느껴지고, 캐릭터가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의상을 고르는 과정에서 음악, 캐릭터도 구체화된다.

6월 30일 '플롭 페스티벌'은 '여름'과 '뮤지션의 방'이라는 주제로 기획되었다. 관객들에게 내가 느끼는 여름의 이미지를 전하고 싶어 바캉스에서 입을 것 같은 옷을 찾았다. 먼저 핑크색 원피스를 골랐다. 내 얼굴에 핑크는 딱 붙는 색이 아니라 조금 고민했지만, 공연장인 올레아다 스튜디오가 평소엔 사진스튜디오로 활용되는 곳이라 조명이 받쳐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소매로 상체가 휑해보여서 거대한 귀걸이, 록커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워커를 신어 마무리. 공연에 맞게 잘 골랐고 꽤 어울려서 속으로 '오늘 나 좀 귀엽구만' 생각했더랬다.


어제 플롭 페스티벌 주최측에서 블로그 기자단의 후기글을 모아서 보내줬는데 전부다 '멋있다' '카리스마 있다' '키가 엄청나게 크신데 사진에 다 안담겼다' 이런 식이었다 ㅠ_ㅠ 귀엽게 입어도 저는 구척장신 진격의 거인일 뿐인가요...

다음에는 큰 키 꼭 담아주세용~ㅋㅋㅋ(장난 장난) 정성스런 후기 감사합니다!

 

구척장신 로커지만 귀엽다! 예쁜 사진 감사해요!




지난 토요일 리얼라이즈 공연은 아주 특별했다. 블랙메탈, 하드록, 하드코어메탈 장르를 하는 팀들 사이에 뽀송하게 끼였다. 100도씨로 팔팔 끓는 다른 팀들에 비해 70도 정도의 뜨뜻한 권눈썹이 메탈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 날은 특히 옷 고르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다른 팀과 구분되도록 스타일링 할 것인가, 어우러지도록 할 것인가를 저울질하며 옷장을 뒤졌다. 생전 입는 일이 없는 메탈리카 티셔츠가 눈에 들어왔다. 하의는 바이커 팬츠에 부츠를 신었다. 어찌보면 후줄근하고 다르게 보면 힙한 느낌이랄까. 머리도 히피펌이 풀리며 엉망진창 폭탄머리인데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대로 나갔다. 입다 만듯한 패션으로 동네를 활보하는데 쪼끔 쑥스러웠다. 어르신들도 흘끔 쳐다보시고.

공연장에 도착해 리허설을 마친 팀은 내 의상 같은 건 별로 관심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은 얼굴에 흰색으로 칠하고 검정으로 눈물을 그리는 엄청난 무대화장을 하는 분들이시기 때문이다.

disspel 정말 멋있네요...!!!!!

이 날은 하드한 분들이 캐리할 예정이므로, 나는 분위기에 묻어가도 되겠다 생각했다. 정말 편하게 했다. ‘이래봬도 저도 로커에요...한번 봐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노래했다. TPO에 맞게 메탈리카 티셔츠 입고왔다고 너스레 떠니까 엄지를 척 올려주셨다. 영도 항해캠프 동료들도 롤케잌까지 사와서 축하해주셨다. (사랑스러운 말똥말똥 눈망울들...)


회식자리에서 리얼라이즈 배진수 대표님과 헤드터너 나인언니가 소중한 피드백을 주셨다. 지난번 리얼라이즈 공연에서는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편하게 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칭찬해주셨다.


앞으로 개선하면 좋을 점도 짚어주셨다. 나인 언니는 내 노래가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라 끝까지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관객들 뒷모습을 보면 중반부에 분위기가 루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진수대표님은 '이게 나에요. 보세요.' 하는 마음으로 노래하라고 하셨다.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진정성있게 보여주라했다.




새벽까지 즐거이 부어라 마셔라 하고 집에 돌아와 다음 날 느즈막히 영도로 갈 채비를 했다. 지난주 뵈었던 영도일보 손음 시인님과 약속이 있었다. 지난 번 입고 계셨던 자유롭고 우아한 패션에 어울리게 나도 보헤미안 스타일 원피스를 입었다.

작년 남해 돌창고에서 노래할 때 입은 원피스..!

항해자 캠프에 함께 참여 중인 주석님도 함께 갔다. 자신은 커서 할아버지가 되겠지만 할머니가 되고싶다는. 자작시가 압권이었다. 시인님의 초대로 만난 우리들은 안심하고 웃으며 '오늘 정말 행복하네요' 계속 얘기했다.

시인님을 처음 뵈었을때 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아해주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앞에서 노래하려니 떨려서 눈을 꼭 감고 기타를 쳤다. '떨리는 이 모습 그대로 보여드릴게요.' 하는 마음으로.  스텔라가 찍어준 사진 속 내 모습이 정말 예뻤다. 화려한 옷이나 화장은 없었지만 마음을 담아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에너지야말로 내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마음과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골고루 먹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공연의상을 준비하며 스스로 느낀 점 그리고 공연을 봐주신 분들의 피드백을 돌아보면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뮤지션인 것 같다.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 도전하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 착장을 해보고 무대에 오르는 상상을 할때 자신감이 생기는 의상이 그날의 픽이 된다. 사람들에게 마음이 잘 닿을수만 있다면 어떤 옷이라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 생긴대로 예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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