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눈썹 Dec 29. 2023

지구가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할 때

오늘을 마지막으로 2023년 수업이 끝났다. 

조별로 핸드벨 곡을 연주했다. <징글벨>의 후렴구는 '도레미파솔'까지 5개 음정이 사용된다. 5명이 한 조가 되어 색깔 악보를 보며 연습하도록 했다. 아이들이 점잖게 연습할리 없다. 흥이 난 몇 몇 학생들이 있는 힘껏 핸드벨을 흔들며 노래를 고래고래 소리쳐 불렀다. 요조숙녀 어린이들은 입이 댓발 나와서 조 바꿔달라고 울상이었다. 누구누구가 너무 못한다고 속상해하기도 한다.


"여러분 친구가 실수했다고 원망하지 마세요. 틀려도 괜찮아요. 마음을 맞춰서 하는 게 중요해요." 


모범생 친구들 덕분에 그나마 수업이 진행되어 늘 고맙고, 장난꾸러기 몇 명 때문에 수업에 제동이 걸릴 때면 내 능력 부족같아 미안하다. 그렇지만 장난꾸러기들이 없으면 재미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세상 사는 일이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린이들도 앞으로 알아갈 것이다. 이런 작은 에피소드들이 예방주사가 되어 나중에는 큰 일도 툭툭 털어낼 수 있게 될거다.


내년에는 2학년, 3학년이 되겠구나 몇 달 전까지 유치원생 티를 못 벗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초등학생 느낌이 난다. 이 어린이들은 커서 어떻게 자랄까. 사람들에게 실망은 적게하고 행운이 많이 따랐으면 좋겠다.


핸드벨 연주가 끝나고 '2023년에 좋아한 음식'과 '2023년에 좋아한 놀이/취미'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음식에는 진라면, 쌀국수, 피자, 후라이드 치킨, 동태국(!?)등이 나왔다. 좋아한 놀이는 종이접기, 가족들과 베트남 여행, 게임 등이 있었다.


자기 생각을 적으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서로 발표하려고 흥분한 어린이들을 진정시키고 겨우 발표까지 마치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이제 이틀 밤 자고나면 2024년 새해가 되지요~ 이제 2023년이 끝나니까 올해 어떤 음식이 맛있었고, 어떤 놀이가 재미있었는지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내년엔 더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재미있게 노는 친구들 되길 바라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인사하고 나가려는데"새해 복이 뭐에요?"하는 답이 돌아왔다. 띠용...

"아 새해 복이 뭐냐면~ 여러분 태양알지요? '새해'는 새로운 해가 뜬다는 뜻이고, '복'은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에요. 여러분도 친구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아'라고 얘기해주세요" 

몇몇은 고개를 끄덕끄덕했지만 몇몇은 여전히 어리둥절해보였다. 그래도 '우리는 복받아 마땅한 어린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들였다.


정확히 알려준 게 맞는지 확인 차 국어사전에서 '해'와 '복'을 찾아보았다.

해 :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한 해는 열두 달로, 양력으로는 365.25일이고 음력으로는 354일이다. 

복 :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았으니, 1월 1일엔 지구가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365일 매일 지구가 조금씩 이동하는 동안 행운과 행복이 따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새해 복 많이 받아'라는 인사에 담겨있다.


매년 습관처럼 나누는 인삿말이지만 그 뜻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설명을 하다보니 서로 복을 빌어주는 이 말이 새삼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린이들이 다들 맛있는 거 먹고 즐겁게 노는 2024년이 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조율사 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