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내도 또 자라나는, 귀찮은 너!
오늘 아침, 발톱을 깎았다.
왼발 오른발 모두 내 발인데 발가락 열개 위로 자라난 내 발톱의 길이는 모두 달랐다. 언제부터일까? 아빠나 엄마가 아닌 내 스스로 발톱을 깎았던 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4-5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 발톱을 스스로 깎은지 25년 정도 된거네. 한 300번쯤 깎았으려나?
쭈그리고 앉아 손만 뻗어 발톱깎이로 탁, 탁 잘라내면 끝인데,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일 5위 안에 드는 행위. 이놈의 발톱! 잘라도 잘라도 또 자라나는 너란 녀석. 정말 너무나도 귀찮은 존재다. 아마도 내 삶이 다하는 그 날까지 너는 나를 귀찮게 하겠지. 너무나 귀찮은 발톱이지만, 우리 모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 녀석과 함께 살아간다. 평소에는 귀찮고 쓸모없어 보이는 발톱이지만, 작년 여름 엄지 발톱이 빠지는 일을 겪어보니, 발톱이란 거, 정말 소중한 거더라. 발톱을 한 번 잃어보니 (?), 지금 내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붙어있는 이 발톱이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인생을 살며 수없이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 각각의 시기와 크기는 다를 수 있지만 그것들은 반드시 나에게 한번쯤은 찾아온다. 어린 시절에는 나의 작은 고난과 시련을 부모님이 막아줄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나는 그것들을 스스로 이겨내야만 한다. 잘라내도 계속 자라는 발톱처럼 내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나는 다양한 아픔을 마주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아픔은 반드시 잘라낼 수 있고, 그것을 자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아, 물론 가끔은 네일샵 언니가 깎고 다듬고 예쁘게 색을 칠해 아트를 완성해 주는 것처럼, 누군가가 나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근데 그거 알지? 네일샵 언니도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이야. 끝까지 내 발톱을 책임져야 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야.”
언제나 밝고 맑고 청량한 인생을 보낼 순 없다. 고작 34년 9개월을 산 나도 셀 수 없이 많은 아픔을 겪었는데, 몇 년일지 모르지만 남은 나의 삶에 고난과 시련이 없을리 없다. 그런데, 그 아픔도 결국은 내 인생이다. 잘라도 잘라도 계속 자라나 나를 귀찮게 하겠지만 없으면 허전한 내 발톱처럼,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고요하고 평온하기만 하다면 재미없을 수도 있다. 원래 회전목마보다 롤러코스터가 짜릿한 거 아니겠어? (물론 나는 못타지만)
그러니 우리 모두, 오늘의 아픔과 시련에 좌절하지 말자. 어차피 또 찾아올 시련인데, 담담하고 무던하게 받아들여 보자. 가끔은 예쁘게 색칠도 하면서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