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번 마을버스에서 만난 두 아이
오늘 날씨 참 덥다.
찬란하게 눈부셨던 나의 서른 일곱번째 봄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이니 기분이 참 좋다. 이런 날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마을버스를 올라타고 집 근처 별다방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내 뒤를 이어 버스에 오른 여자 아이에게 맨 앞에 앉아있던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세연언니!! (호들갑 호들갑, 폴짝폴짝, 반갑반갑)"
격한 인사를 받은 세연이는 처음에 조금 당황을 하는듯 했지만, 바로 그 아이 뒤에 앉아 조잘조잘 수다를 떤다. 동그랗고 반짝거리는 눈을 한 그 아이는 지금 엄마, 동생과 함께 어디를 가는 중이라며 세연언니에게 그들을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나지막이 '아이 귀여워~!'라고 말했다.
마을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세연언니도 이렇게 반가운데, 보고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약속까지 잡고 만난 사람은 얼마나 더 반가울까. 어쩌다 우연이 가져다 준 만남이 아닌 나의 의지로 만난 사람이니 얼마나 더 소중할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나는 그리운 맘을 담아 만난 사람들에게, 그렇게 친절하고도 상냥하게 나의 이 반가움을 표현하지 못했다. 나를 향해 방방뛰며 손을 흔드는 친구들에게 "왔어? 이거 먹어~ 따라와."라고 정없이 첫 마디를 건넨 나의 못난 과거를 반성한다. 사실 2년만에 만난 친구들, 게다가 대만까지 나를 보러 와준 친구들이었기에 너무 고맙고, 반갑고, 사랑스러웠는데 난 왜 그렇게밖에 인사를 건네지 못했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나를 10년 가까이 봐온 친구들이기에 나의 그 표현이 충분한 반가움의 표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 (친구들아 나랑 아직도 놀아줘서 고마워 ♡)
- 그 날의 피해자 1, 2와 나
따뜻한, 어쩌면 조금은 뜨거운 봄의 가운데에서 만난 발사이즈 190mm와 200mm 아이들. 그 아이들의 순수하고 행복한 인사를 기억해야겠다. 나도 그렇게,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밝고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