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곧 한달살기를 하러 올 것 같은 이 느낌
여름이네 민박 체크아웃 날. 오늘 서울로 돌아갈까 제주에서 며칠 더 보낼까 고민하다 화요일 비행기를 끊었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올 수 있는 제주지만, 마음 먹는 건 항상 어려우니까 있을 수 있을 때 더 있기로.
마지막 날 아침에야 얼굴을 보여준 여름이. 가까이 가도 짖거나 으르렁대지 않고 참 순했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을까? 건강하게 잘 지내렴!
2박3일간 나의 동네였던 이 곳, 안녕!
숙소를 다시 서귀포로 잡았다. 왠지 그러고 싶어서! 다행히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밥을 먹고 출발하기로! 제주에 와서 매일 흐리고 추운 날씨 때문에 조금 속상했는데, 오늘은 날이 참 화창했다. 너무나도 파랗고 예쁜 하늘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간밤에 들은 충격적 이야기 때문.
난 기본적으로 성선설을 믿는다. 인간은 누구나 착하게 태어났고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경험들로 인해 악하게 바뀔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베이스는 '선함'이라고 생각하기에 사람을 잘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저 사람을 믿은 결과가 이런 거라니...상실감이 너무 커서 눈물이 났다. 앞으로는 그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어!
어찌됐든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니까, 여름이네 주인분이 추천한 백반집에 왔다. 1인 8,000원의 나쁘지 않은 가격에 집밥 느낌의 반찬과 제육볶음, 생선구이까지 나오는 훌륭한 구성이었다. 일부러 찾을 건 아니지만 관광지 음식에 질렸을 때 먹으면 좋은 정도.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 왔다. 원래 카페에서 일을 좀 할까 했는데, 이상하게도 여기선 아무 일도 안하고 싶더라. 그래서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음악 들으며 멍때리고 있었다. 예쁜 엽서도 한 장 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과 언젠가 가보고 말 파리 사진과 귀여운 미니어처들과 멋스런 가구가 조화를 이룬 공간. 이어폰 너머 브아솔 노래도 참 좋았구!
카페에 한참 앉아있다가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서귀포 숙소까지 버스로 한시간 삼십분을 달려야 했기에 더 늦어지면 안됐다. 풍차 잔뜩 봤던 두모리 마을 안녕 :)
제주에서의 마지막 3일을 보내게 될 곳. 방이 엄청 작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넓었다. 혼자 묵기에 딱 적당한 사이즈! 한달 살기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 정말이지 조만간 한달 살기 하러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왠지 그런 생각이 자꾸 드네.
숙소에 짐을 두고 동생에게 추천받은 짱구분식에 왔다. 제주도에서 군복무(는 아니고 의무소방) 경험이 있는 동생이 가보라고 한 곳.
모닥치기를 먹으라고 했지만 그건 2-3인용이라고 하길래 난 그냥 튀김떡볶이를 주문했다. 어묵과 튀김, 계란 그리고 대망의 '튀긴 떡'이 들어있는 떡볶이. 어떻게 떡을 튀겨서 넣을 생각을 했지? 정말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다음에 또 와야지 :)
떡볶이 맛있게 먹고 커피 한 잔 한 뒤 올레 시장 구경!
숙소 2분 거리에 올레시장이 있어 너무 좋다!
재미있는 가게다. 게판 5분 전 ㅋㅋ
하르방과 돼지 너무 귀엽다. 하나 사고싶었지만 예쁜 쓰레기 될 게 뻔해서 패스. 이것저것 먹고싶은 것들도 참 많았지만 (특히 해산물) 배가 부르기도 했고 내일 먹으면 되니까 그냥 한 바퀴 휙 돌며 구경만 했다.
뭐 그러다 결국 천혜향과 카라향을 사긴 했지만! 서울에서도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감귤류 과일은 집에 항상 비축해 두는 1인으로써, 얘네는 못참지. 숙소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달콤한 천혜향과 새콤한 카라향 하나씩 까먹으니, 이 곳이 바로 지상낙원!
비록 새벽녘 들은 충격적 이야기로 아침부터 멘탈이 바스락거리긴 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도 들고. 칼같지 못한 무른 성격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는 나인데, 이런 나를 대신해 도끼를 세게 내리쳐 준 C모씨 고맙다 ㅋㅋ
그러고보니 먹는 거 말고 한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은, 뭐 그래도 제주라는 사실만으로 즐거웠던 5일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