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들의 애착 이불
우리 집에는 귀염둥이 이불이 있다. 아들이 매일 덮고 자는 이불이다.
연한 청록색과 회색이 섞인 바탕에, 여러 가지 꽃무늬 조각보가 섞여 있는 퀼트 이불이다. 좋아하는 공룡이나 동물이 그려진 것도 아닌데, 아들은 이 꽃무늬 이불을 "내 귀염둥이 이불"이라고 부른다.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이부자리로 가서 "내 귀염둥이 이불 잘 있었어?"라며 얼굴을 부비고, 이불을 빨았다가 다 안 말라서 덮지 못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내 귀염둥이 이불 덮게 해 줘."라며 빨래건조대 아래 드러 누워서 투정을 부린다.
이 이불은 잘 때는 이불이지만, 놀 때는 집도 되고 텐트도 되고 들판도 되고 숲도 된다. 하얀 바탕이 있는 부분은 추운 북극지방 얼음이고, 잔잔한 붉은 꽃무늬가 있는 부분은 딸기 밭이다. 파란 꽃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블루베리가 된다. 우리는 이불에서 뒹굴며 딸기도 따 먹고, 블루베리도 따 먹는다. 냠냠, 아 정말 달콤하고 맛있다! 하며.
이 이불은 친정 엄마가 갖다 주셔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덮던 것인데, 사실 내 취향은 아니다. 여러 꽃무늬가 섞여 있으니 산만하고 조금 촌스러워서, 나라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촉감이 부드럽고 가벼우며 포근하다. 얇은 누빔 이불이라 열대야만 제외하면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고, 겨울에는 속에 오리털이나 솜을 껴 넣을 수 있다. 친정 엄마가 이 이불을 가져다주실 때 장래 태어날 아이가 이렇게까지 아낄 줄은 모르셨겠지만, 60년 넘게 쌓인 할머니의 연륜이 담긴 이불인 것은 분명하다.
왜 유독 이 이불을 좋아할까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아이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비싼 것 아니고, 남들 보기에 대단한 것 아니어도, 그저 소박하고 편안한 것들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면서 살면 좋겠다.
아이는 원래 그냥 "내 이불"이라고만 하다가, 만 세 살 이후 언어 표현이 다양해지기 시작하면서 귀염둥이라는 형용사까지 붙었다. 우리가 아이를 예쁜이, 귀염둥이라고 부르곤 해서,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이불을 귀염둥이라고 부르나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다 하루는 남편이 아이에게 물었다.
"여름(애칭)아, 귀염둥이 이불은 왜 귀염둥이 이불이야? 이불이 귀여워서 귀염둥이 이불이야, 아니면 여름이가 귀염둥이라서 귀염둥이 이불이야?"
"아아, 여름이가 귀염둥이라서 귀염둥이 이불이지."
"그럼 엄마가 덮는 이 이불은 무슨 이불이야?"
"이건 어여쁜 이불이야."
옆에서 대답을 들은 나는 크게 웃었다.
정말 귀염둥이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