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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tton plant Sep 08. 2019

결국은 :  3rd Aug 2019


행복했던 경험을 기록하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큐레이터 된 정보와 검증된 네트워킹을 지향하는 '싱가포르 발전소 (The powerhouse)'의 첫 프로젝트,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의 비밀'에 다녀왔다.

싱가포르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뭔가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해왔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때가 한 번쯤은 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또 어떤 분들은 조직 안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분들도 보입니다.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이든, 혹은 가정생활을 하시든 분이든 우리는 어디서든 조직 생활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직과 함께 성장하고, 그것도 글로벌 조직에서 인정받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성장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현명한 노하우와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전소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현재 알스톰 싱가포르 지사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사총괄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신 문어경님을 초대하여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싱가포르 발전소>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의 비밀 | 작성자 : 엘리 언니



최근 타부서의 매니저가 퇴사를 했다. 업무 요청을 할 때 본인의 부정적인 감정도 함께 전달하던 사람이어서 이미지가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러려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내 마음에 여유가 있었던 것도 있지만 ... 지난 프로젝트에서 그 업무를 담당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업무량이 많은지 알지만서도, 자의로 직책을 내려놓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른 동료에게 물어보니 '아이가 유치원생인데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대. 남편도 아이를 케어할 수 없는 상황이고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맞벌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는 싱가포르지만, 여성의 경력 단절이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퇴사하는 날, 내 자리에 와서 악수를 건네는 그녀의 오른손을 더 꼭 - 잡으며 웃어 보였다. 비록 내게 짜증 섞인 말들을 건넸던 사람이지만 몇 안 되는 여성 직장인을 떠나보내는 상황이기에 ...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각자의 삶에는 서로 다른 상황과 이유가 존재하기에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많은 여성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그 자리에서 행복하길, 나는 바란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전문직으로서 오래 일하고 싶으며, 퇴직 후에는 작은 서점을 하나 차려 원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소박하지만 쉽지 않은 길을 꿈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동시에 '자립의 젊음'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자립할 때 인간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


'Invitation only' 지만 참석 가능 인원이 한정된 자리임을 알기에 고민 없이 신청서부터 작성해서 제출했다.

글로벌 회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사총괄 부사장님이라니, 타이틀만 들어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모임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걱정이 공존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그리고 막상 모임에 참석한 당일은, 밤이 끝나가는 게 아쉬웠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최하신 분은 싱가포르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업으로 하시는 분이다. 한 번의 워크숍과 두 번의 개인 만남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단지 재무에만 국한되어 식견이 높은 분은 아니다.


"제가 싱가포르에서 만나 뵌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 자리에 그냥 오른 사람은 없더라고요.

여러분들은 그중에서도 선택받은 분들입니다."라는 오프닝 멘트와 함께 시작되었고,


문어경님의 이야기에 모두가 집중하기도 하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하나의 토픽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편안하게 와인을 마시고 다과를 먹으며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후 네시에 시작한 모임이 밤 아홉시가 넘어서 끝이 났는데, 참 행복한 꿈을 꾸고 나온 기분이었다.



솔직히, 그동안 롤모델이 없었다.


'아, 나는 저런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마음을 갖기엔 어디 하나 어긋나는 구석들이 있었다. 그래서 종종 '내가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 그런가 ?'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는데, 어제의 연사, 문어경님은 존경의 마음이 들게 하는 분이었다.


어떻게 24년의 직장생활을 해왔는지,

그분이 가정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며 맞닥뜨렸던 경험들은 어땠는지,

조직에서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고, 인정받는 노하우는 무엇인지,

어떤 마인드와 어떤 자세로 연봉협상에 임해야 하는지, 등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경력과 회사생활에 대해 코칭을 하는 분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어경님의 이야기가 좀 더 인상 깊었던 이유는, 비공개 모임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 분만의 경험에서 비롯된 진실된 실무 이야기와 청자의 질문에 사리를 꽤 뚫는 현답들 때문이었다.

특히나, 감정을 지극히 배제하고 사실에 근거한 말씨는 오랜 시간 쌓아온 그 분만의 단단한 힘이었다.

멀리서 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사총괄 부사장'이라는 직위보다 더 대단했던 건, 

가까운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그분의 인격이었다.


그리고 참으로 따뜻한 엄마이기도 했다.


모임을 마치고 나와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내게 남편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수진이도 문어경님 같은 커리어 우먼이 될 수 있어. 충분히 그런 자질을 가지고 있어"

그만큼 그분의 삶과 경험이 내게 준 영향은, 진실로 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행복했던 경험은 사람을 통해 힘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검증된 네트워킹'이라는 지향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번 모임은 주최자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의 만남이었으며, 토픽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낯선 사람들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누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줄곧 웃으며 때론 울컥하는 감정을 꾹 - 누르며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담소를 나누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었으며 깊은 Insight를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참 해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들의 삶과 스토리도 하나하나 대단했다.

그냥, 지금의 자리에 서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행복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쉽지 않은 '회사'와 '조직'에서 또다시 긴 숨을 쉬게 될 것이다.


그 안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함께 나누고 고민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사람을 통해,

대화를 통해 힘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은 사람이더라.



사람으로 아파도 ‘결국은’ 사람으로 치유가 된다

행복한 8월의 밤이었다.



+ 추가의 글,

넓은 인맥과 멋진 실행력을 통해 모임을 주최해주신 김지형(https://elliezzn.blog.me/) 님과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나눠주신 문어경님, 그리고 장소 제공을 통해 지속적인 모임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해 주신, SAM 에듀테인먼트의 박샘별님(https://blog.naver.com/iamgreenstar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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