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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지몽 Jan 08. 2024

그래도 내가 감사해야 할것들

24년이 8일 지났습니다.


매년 몸도 마음도 새롭게 해야지. 새로운 마음으로 한해를 시작해야지를 43년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지난 한해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이고, 내가 살아온 날들이 만족보다는 후회로 가득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한테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번도 안해본 것을 무리해서 시도하다가 금새 지치고, 나가떨어져 버린 내 자신에게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43년동안 그런것 같습니다.


지난날이 후회스럽다 보니, 지난 시간동안 감사한 것들에 대해서 한번도 각잡고 앉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후회만 가득했던 지난날에 감사한게 있었을까 싶습니다. 하 정말이지 오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내 인생에 감사한 것이 없었다면 43년을 어떻게 버티며 살아왔을까요? 삶의 순간순간, 그리고 그 삶을 이어주는 감사함이 반드시 있었습니다. 그 감사함이 제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올 한해의 시작은 내가 감사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제일 먼저, 태어난 것에 감사합니다. 제 의지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삶이라는 것을 느끼고 살아 있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두번째, 먹고 살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람답게 먹고 잘 수 있고, 작지면 눈치보지 않는 공간을 가족이 소유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세번째. 하고싶은 일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글을 읽고 쓰고 싶고, 여행을 가고 싶고,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고, 아내와 데이트도 하고 싶고, 맛있는것도 먹고 싶고, 트럼펫도 배우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음에 감사합니다.


네번째. 내 몸과 마음을 지키려고 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매일 나를 들여다 보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고, 매일 아침 내 몸을 움직여서 땀을 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다섯번째. 오늘도 살아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것 이외에도 감사한 일이 참 많네요. 감사함을 적어보니,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살아온 과정이 있고 살아 있는 현재에서 그 과정을 스스로 느끼면서 생기는 감사함인것 같습니다. 매년 새로운 느다짐을 하는 것보다, 삶이 지속되면서 나란이 걸어오는 감정들에 대해서 인지하고 그것을 감사해 하고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이 순간도, 참 감사하네요. 24년은 감사함이 무엇인지 매일매일 알아차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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