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제주살이 부작용 하나.
제주살이를 하면서 생긴 큰 부작용은....
인정하기 싫지만 바로 '애정결핍' (?) 이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온 지 4년차.
대부분의 제주살이는 '제주'라는 판타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이들이 '소원' 혹은 '환상'으로만 생각하는 제주살이를 실제로 하고 있는 나는 어쩌면 조금은 행운아라고 우쭐대고 싶지만. 실상은 참 달콤쌉싸름한 다크초콜릿 같다.
서울에 살 때는 반경 5km 이내에 친한 친구들이 살았더랬다.
같이 운동한다는 핑계로.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핑계로. 오늘은 괜히 기분이 좋다는 핑계로.
불금이라는 핑계로.혹은 심심하다는 핑계로 일주일 가득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그게 나에겐 당연한 일상이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피곤하기도 한 도시 생활이었지만.
친구들과의 시간은 나에겐 힐링의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더욱 그러하다)
남편과 제주에 온 후.
우리의 생활은 참으로 많이 바꼈다.
첫번째. 불금이 없어졌다.
TGIF..(패밀리 레스토랑에도 가고 싶다;;;)
제주에선 불금이라는 게 딱히 없다.
금요일이라고 영혼을 불태울만한 곳도. 함께 불태우고 싶은 친구도 없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진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란....쉽지 않다)
두번째. 밤의 시간이 더욱 빨라졌다.
주말에 남편과 외출을 하더라도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가자고 서두른다.
마치 밤이 되면 통금시간이 있는 아이가 된 것 마냥.
해가 지면, 시내를 제외하고 시골은 가로등에 작은 빛을 의지한다.
그래서 더욱 깜깜하고, 더욱 고요하다.
서울에서 온 지인들은 해가 진 오후 8시만 되더라도. 시계를 보고 놀라기도 한다.
24시간 네온사인이 깜빡이는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
세번째. 다짜고짜 만날 친구가 없다.
같이 운동한다는 핑계로.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핑계로. 오늘은 괜히 기분이 좋다는 핑계로.
불금이라는 핑계로.혹은 심심하다는 핑계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없다.....
이 세가지만으로.
총체적으로. 장기적으로 시간이 지나니 '애정결핍'이 생겨난다.
물론 제주의 환경이 주는 감탄. 감사. 경이로움. 행복은 참 달콤한데.
'사회적 동물' 인 인간에게 '관계'에서 오는 '온기'는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자연'이 채워주지 못하는 '관계의 온기'가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다.
제주에서 다니고 있는 직장 동료들은 거의 육지에서 내려온 외지인들이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 출신을 제외한 곳들을 '육지'라고 표현한다)
서로 느끼는 '외로움'의 무게는 다를지라도. 분명 모두가 조금씩 타지생활의 외로움을 갖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회사 동료는 회사에서만 만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제주에서 회사 동료는 육지의 그것보다 조금은 더 친말한 존재가 된다.
가족 동반으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캠핑을 계획하기도 하고. 서로 제주살이의 정보를 공유하며 조금은 끈끈한 유대감(?)으로 얽혀있다. (물론, 마음맞는 동료일때의 경우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애정결핍'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주살이를 해나가고 있다...
(타지생활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뼈저리 느끼는 중...그래서 나는 해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