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논어∙학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첫 인상이 중요하듯이, 책을 펼쳤을 때 첫 장과 처음 마주하는 글은 중요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책 앞머리에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어》의 첫 장은 ‘학이편’으로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공자가 《논어》에서 우리에게 권하는 삶의 태도는 배움을 통한 성장의 기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배워야 사람이 되고, 사람이니까 배워야 한다.”라는 게 공자의 생각일 듯합니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레프 톨스토이에게 한 청년이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인생이 변화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톨스토이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주변에 훌륭한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한 권의 좋은 책을 만나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훌륭한 인생을 살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건 비단 이 청년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렇듯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배움'을 통한 변화와 성장만이 가능하게 합니다.
(경쟁사회에서는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배움의 의미
“배움과 익힘(學習)”은 크게 몇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먼저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다”로 배운 것을 반복적인 공부를 통해 습관화하고 내재화하는 행위로 보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배우고 제때에 익히는”과 “배우고 제 때에 실천하니”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배움고 익히고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 “배움을 삶에서 실천(習)할 수 있는 지혜”로 작용해야 배움의 배움의 진가가 나타납니다. 그렇기에 배움은 단지 “아는 것”(知)에 머물지 않습니다. 배움은 그 과정에서 삶의 지혜를 얻게 되며, 머리와 마음이 하나가 되고, 머리와 손발 하나가 되는 여정입니다. 그래서 배움은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삶의 오랜 '경험'이 존중받았기에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은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유럽에서 산업혁명을 거쳐 새로운 사회가 시작되면서 '배움'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1위를 위한 성적 경쟁, 더 좋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진학 경쟁, 그리고 졸업을 해서도 치열한 취업 경쟁을 하게 됩니다.
하버드대학교 폴 베이커 교수는 과거 배움의 모습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장이란 기억력을 높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기계 장치의 작동 원리를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죠. ......이런 유형의 성장은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옛 방식을 완벽하게 숙련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런 '배움'은 성숙한 삶을 위한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지식이 필요할 따름입니다. 이런 배움을 ‘작은 배움’(小學)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경쟁사회에서 극소수의 사람만이 승리(?)를 맛볼 뿐입니다.
그러나 지식사회를 거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변하는 4차 산업혁명을 사는 우리는 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경쟁에서 앞서 가는 방식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드러내고 다른 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회에서의 '배움'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작은 배움’에서 ‘큰 배움’(大學)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논어의 첫 언급이 ‘배움(學)’인 까닭은 단순히 경쟁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살라는 의미가 아니라, 큰배움으로 먼저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해야 합니다.
상하이 카이팡 대학(上海開放大學)의 바오펑산 교수는 중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이자 공자(孔子) 연구의 최고 권위자입니다. 공자에 대한 탁월한 연구로 “공자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지식과 가치관”을 담은 저서 《공자전》에서 '학문'은 크게 세 방면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계몽학으로, 놀이 가운데 예악문화다. 놀이를 통해 인생의 기초를 배우는 것으로 근본적인 배움이다.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에 보면 "공자가 어렸을 때 놀이를 하면 항상 제기를 늘어놓고 제사 지내는 모습을 흉내냈다"라는 글이 나옵니다. 청나라 정환의 <공자세가고>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공자의 모친은 각종 제기를 사놓고 공자에게 갖고 놀도록 했다."
어린아이 놀이처럼 보이는 이런 활동은 효과 측면에서 가장 확실히 각인시키는 학습 방법입니다. 공자는 이런 놀이를 통해 그 뜻을 펼치는데 있어 기초가 되는 문화의식이 초석을 다졌습니다.
두 번째는 생계학으로, 하층민의 생계수단에 관련된 공부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처한 공자의 모친은 삭바느질이나 음식 만들기, 청소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공자 역시 힘닿는대로 모친을 도왔습니다. 이런 고난과 역경은 오히려 공자를 강인한 성격과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단련시켜 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벼슬 길로 나아가기 위한 공부다. 이는 출세를 위한 공부하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 유가가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기예'로 '예절, 음악, 활 쏘기, 마차 몰기, 글쓰기, 산술' 등을 말하는데, 사회에서 기반을 잡기 위해선 전통 유가가 갖춰야 할 여섯 가지 기예에 대한 심사를 거쳐 벼슬을 해야만 했습니다."
공자가 생각하는 학문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배움이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대상을 남과 사회로까지 확대해야 진정한 공부의 의의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성공과 성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는 감화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송나라 주희가 남긴 《근사록》(1175년 경)에서 배움의 목적이 이렇게 말합니다.
"옛날의 학자는 자기를 위하는 학문을 하여 결국에는 남을 완성시키는 데에 이르렀다. 오늘의 학자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학문을 하여 자기를 잃는 데에 이르게 된다."
세상도 변하고 지식도 늙는다
배움을 멈출 수 없는 까닭은 지식도 늙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건 세상 뿐만 아니라 지식도 변하고 늙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지식을 따라 갈 수는 없지만 새로운 생각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배움'은 평생 해야 할 일이고, 현업에 있으 때 언제든지 해야 할 일입니다. '배움'을 통해서만 우리 앞의 미지의 세상을 열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중국 10대 우수 경영교육자로, 아시아 10대 교육가 등으로 선정된 바 있는 왕중추는 자신의 저서 《퍼펙트 워크》에서 배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목숨 외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고 내게 묻는다면, 그것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라고 말하겠다. 계속해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유일한 경쟁력은 당신의 경쟁자보다 한 발 먼저 학습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공자는 '배움'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우선시 삼아야할 과목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이 기쁨이 수반되는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배움에 대한 열정,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만 합니다. 인생에서 참된 기쁨은 ‘배움’을 통해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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