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민 Nov 21. 2017

[미래인문학칼럼2] 물오리의 다리는 짧다

“물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지만 그것을 길게 이어주면 괴로워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지만 그것을 잘라주면 슬퍼한다. 그러므로 본성이 길면 잘라주지 않아도 되고, 본성이 짧으면 이어 주지 않아도 된다.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장자》 <변무>


선진 국가나 선진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면 그 뒤를 재빠르게 뒤따라가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이를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라고 부르는데, 이제까지는 이 전략으로 많은 기업들이 성공해왔습니다. 패스트 팔로어는 시장을 선도하는 1위 기업을 재빠르게 따라가 비슷한 제품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점유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 삼성은 갤럭시폰 시리즈로 이를 추격하고 때로는 기술적인 영역에서 추월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등이 이런 방식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방식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기술혁신의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입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아무리 빠르게 따라가도 이미 뒤쳐진 기술이 되기가 십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먼저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아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변화가 빠를수록 자신의 중심을 놓치면 변화의 휘오리에 휩쓸리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보완하는 시대에 살았습니다. 대학을 진학할 때, 기업에 취직할 때, 기업을 경영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족한 것이 스스로 걸림돌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장애물이 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부족함을 채우기보다는 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제대로 인지한 다음 그것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혁신과 통찰력은 단점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과 고정관념을 탈피할 때 비로소 나타납니다. 누가봐도 깜짝 놀랄 정도의 새로움과 다름이라는 자신의 강점이 부각될 때 비로소 차별화가 되고 그 가치가 나타납니다.


“지구상의 많은 동물 중에서 오리가 가장 재주가 많은 동물이 아닌가 합니다. 날기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고 잠수도 잘합니다. 그러나 잘 못하는 것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달리기입니다. 흔히 엉덩이를 내밀고 이상하게 걷는 사람을 ‘오리 궁뎅이’라고들 합니다. 그리고 앉은 채로 걷게 하여 ‘오리걸음’이라는 벌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달리기를 못하는 것에 대한 비유로 오리의 예를 들곤 합니다. 오리는 다 잘하는데 달리기만 못합니다.
오리는 이제 달리기만 잘하면 됩니다. 그러면 만능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리를 데려다 달리기를 지도합니다. “오리야 너는 다 잘하는데 달리기만 못하잖니?” 하면서 오리에게 달리기 훈련을 시킵니다. 어린 오리는 “그래 맞아 나는 달리기를 못하니까 열심히 연습을 해야 해”라고 하면서 달리기 훈련을 시작합니다. 노력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오리에게 열심히 달리기 지도를 합니다.
오리의 달리기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 집니다. 그러나 평소에 걷기만 하던 오리는 달리기 연습이 무척 힘이 들고 불편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합니다. 피나는 노력 끝에 다른 오리에 비하여 월등히 달리기를 잘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려하니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땅 위에서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하면서 물갈퀴가 다 닳아 없어지고만 것입니다. 오리는 달리기 실력은 좀 좋아졌지만 물속에서 수영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모 라디오 방송에서

언젠가 라디오에서 '오리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동물 중에 가장 재주가 많은 게 오리라고 하는데, 걸을 수도 있고, 날 수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에서 멋진 헤엄칠 수 있는 동물이 바로 오리입니다. 그러나 어미 오리는 새끼 오리에게 부족 한 가지인 '달리기'를발견하고는 달리기 연습을 시킵니다. 장점을 보이지 않고 단점만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책인 《크눌프》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어떤 훈육도 오랫동안 견디지 못했다. 나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어른들의 모든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가는 곳마다 치욕과 추문, 도주나 퇴학이 잇따랐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나의 특출한 재능과 정직한 마음을 인정받기도 했다." 헤르만 헤세의 아버지도 자신의 아들을 쓸모 있는 아들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그 쓸모는 헤세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몰랐습니다. 우리의 강점은 우리 안에 있으며 각자에게 새로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한때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이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어 실패한 회사라는 오명을 받고 있습니다. 코닥의 역사는 1888년으로 가슬러 올라가는데 그때 슬로건은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다합니다" 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카메라를 통해 필름에 담는 획기전인 기술을 세상에 선보인 게 코닥입니다. 그 이후 코닥은 시장 사진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1969년 인류가 달에 착륙한 장면을 찍은 것도 코닥 카메라였습니다. 1976년 코닥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필름은 90%, 카메라는 85%에 이르렀습니다. 이렇듯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코닥이 파산한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활 때 아니한 대처를 한 까닭입니다. 사실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연 것도 코닥입니다. 코닥은 1975년에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당장의 필름 매출에 연연하다가 두 번의 기회를 놓치고 결국 디지털 후발 업체에 밀려 결국 코닥은 2012년 1월 파산하게 됩니다. 그동안 코닥의 사례는 기술 회사가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보여주는지에 교훈으로 언급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코닥의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2년 뒤 2013년 코닥은 파산에서 벗어나는데, 핵심은 그동안 아날로그 인쇄 기술과 디지털 인쇄를 결합한 다양한 특허를 이용한 사업과 기술을 혼합한 기술을 새롭게 발굴하고, 광학기술을 물론 화학분야, 물리학 등 특허 기술을 통해 새로운 코닥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닥은 디지털 이미지 회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동안 축적한 방대한 기술특허 덕분일 것입니다. 제프 클라크 신임 CEO도 코닥의 미래는 "이 화사의 근본이 되었던 기술의 역사를 재발굴하고자 한다"라고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닥이 한때 실패한 회사로 언급된 불명예를 안았지만, 코닥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혁신기업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물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지만 그것을 길게 이어주면 괴로워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지만 그것을 잘라주면 슬퍼한다. 그러므로 본성이 길면 잘라주지 않아도 되고, 본성이 짧으면 이어 주지 않아도 된다.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장자》 <변무>


장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물오리는 짧은 다리가 있기에 헤엄치기에 수월하고, 학은 긴 다리가 있어서 물에 빠지지 않고 생활할 수 있습니다. 물오리의 다리를 학에 맞춰 늘리면 물오리는 괴로워하고, 학의 다리를 물오리에 맞춰 잘라내면 역시 괴로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장담점을 모두 보지 못하고 단점만을 보면서 그것을 개선하려고만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고유성과 창조성이 있습니다. 스테디셀러 작가인 로버트 그린은 자신의 책 《마스터리 법칙》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당신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씨앗 하나가 심어진다.그 씨앗은 바로 당신만의 독특한 고유성이다. 그 씨앗은 자라고, 스스로의 모양을 바꾸고,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기를 원한다. 씨앗은 그 안에 본래 적이고 적극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 당신 인생의 과업은 그 씨앗을 피워 꽃을 피우는 것, 일을 통해 당신만의 고유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당신은 잠재력을 발휘하고 꽃을 피워 내 운명을 갖고 있다."


바다의 남생이(거북이의 일종)는 느려야 삽니다. 물고기는 빠르게 움직여야 살지만 남생이는 느린게 생존전략입니다. 물고기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남생이는 천천히 물고기에게 접근하여 지느러미를 자르고는 중심을 잃은 때 그 물고기를 먹이로 취합니다. 남생이는 물고기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느리게 움직여야 합니다. 남생이에게 빠름은 생존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빨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만의 속도

자신만의 방향

자신민의 능력

자신민의 길이 있습니다.

그게 경쟁력입니다.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이 ‘자신’으로 사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분명 자신만의 장점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삶을 흉내내고 따라가기 바쁨니다. 자신을 긍정하지 않고 부정하려는 태도입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라면 내 삶도 나만의 삶으로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물오리의 다리는 짧은 대신 물갈퀴가 있어서 헤엄을 잘 칠 수 있고, 학은 다리가 길기 때문에 헤엄보다는 물에 빠지지 않고 먹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장점을 보려하지 않고, 밖을 보면서 자신의 단점만을 찾는 잘못을 범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로 존재할 때 비로소 존재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야 진정한 ‘나’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다.” _괴테

작가의 이전글 [미래인문학칼럼1] 내 걸음이 어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