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이미 알고 있잖아?
아닌 척할 뿐.
연인과 다투고, 혹은 헤어지면 종종 술 한 잔 하자며 친구들에게 연락이 온다. 나 역시 위로받던 그때가 있었기에 말동무가 돼주고자 아무 말 없이 약속 장소까지 나간다. 별다른 안주가 없어도 아픔에 술이 그렇게 쓰기야 싶겠지만 형식상 먹지도 않을 안주나 하나 시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항상 그렇듯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다 매번 같은 이야기, 같은 이유 때문에 항상 오지 않아도 될 길까지 오게 되고 그로 인해 이렇게 이별이 찾아오곤 한다.
이것 때문에 헤어지는 게 말이 돼?
이미 뻔한 이유 때문에, 나는 안 그러겠지 했던 그 흔한 이유 때문에 헤어졌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나를 공감시키려고 노력한다. 당장의 눈 앞에선 위로를 해줄 수 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랬던 게 처음이야?` 연락을 잘 못했다거나,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거나 보통은 한 번의 실수로 다투거나 싸우는 일은 많이 없다. 상대방의 배려가 계속되고, 서운함이 쌓이고 쌓이면 아무리 사랑해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말에 자주 싸웠다고 대답하고, 고치려 했다 변명한다.
하지만 그 사람도 사랑받길 원하는 평범한 사람이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네 태도를 마냥 기다려줄 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그렇기에 참을 만큼 참고, 양보할 만큼 양보하며 충분히 기다리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그때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헤어지자"
기회는 있었어
분명 연애를 하면서 충분한 기회가 있었을 거다. 전혀 못 느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최소한 내가 무엇을 못하고 있는지는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면 결국 끝은 같을 테니깐. 연락을 자주 하라는 말, 보고 싶다는 말, 결국 어떻게든 네게 신호를 보내왔을 거고 그때마다 기회가 있었을 거다. 그냥 조금 더 연락해주면 됐고, 조금 더 예쁘게 말하는 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그 쉬운 말 한마디도 결국 하지 못하고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해해줄 수 있잖아
결국 서운하다는 말에 꺼내선 안될 말을 하고 만다. "지금까지 이해해줬잖아. 갑자기 왜 그래?", "이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잖아" 잘못된 걸 알고 있었으면서 그 사람이 이해해줬기 때문에 당연하듯 넘어갔다. 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 사람이 앓았을 마음고생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나를 지금처럼 이해해주길 바랄 뿐.
연애는 한 사람이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도 안되고, 그렇다고 서로가 아무 배려 없이 고집부려도 안된다. 이미 알고 있는 문제점이면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선에서 서로 배려하며 가꿔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이해해줬던 건 `아직까지`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 뿐 결국 쌓이고 쌓이면 사랑조차 보이지 않는 실망만 눈에 보일 테니깐.
어쩌면 지금의 이런 관계까지 오게 된 건, 사랑했던 그 사람과 이별하게 된 건. 그녀가 보낸 신호를 당연하게 생각한 채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기에 찾아올 수밖에 없던 필연이 아니었을까?
"결국 너도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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