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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Apr 26. 2024

무조건 사지 않고, 있는 거 잘 쓰기.




혼자 몸을 일으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레 발을 떼던 아이. 그런 아이가 너무 신기해 양말을 사고 신발을 신겨 외출했던 게 그리 오래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훌쩍 커 이제는 나보다 훨씬 잘 뛰어다닌다.




몇 달 전만 해도 형아들이 타고 다니는 씽씽이나 자전거에는 관심이 없더니 이제는 좀 걸을 줄 안다고 놀이터에서 마주치는 또래들의 씽씽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나 보다.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한 아이를 보다가 씽씽이를 사야겠다 싶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그리 비싼 것 같진 않은데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뭘 사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 차마 구매버튼을 못 누르다가 이럴 땐 당근이 답이라며 '당근'을 켰다. 


'유아용 킥보드'를 검색해 보자 나눔 하고 있는 수십 개의 씽씽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좋아, 일단 나눔 받아오자-



그렇게 그날 저녁 바로 나눔 받아와 이제는 아이의 최애템이 된 씽씽이. 


처음엔 잘 타지 못해서 그저 끌고만 다니더니, 곁눈질로 다른 친구들 타는 걸 바라보고 조용히 따라 하고 매일같이 연습하던 아이는 금방 씽씽이에 적응했다. 당근을 통해 사거나 나눔 받는 물건들은 새 제품들에 비해 사용감이 있지만, '어차피 아이가 몇 번 타고나면 금방 나눔 받아 온 물건처럼 될 건데'라는 생각이 나에겐 더 커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새로 사는 것도 좋지만,

굳이 새로 사지 않고 

다른 사람이 쓰던 걸 다시 잘 쓴다면

또 그것대로 좋은 거 아닐까?



'당근'은 육아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의 옷이나 장난감, 책이 필요할 때 무조건 새로 사기보다는 '당근'을 통해 구매하는 편이다. 얼마 전 5만 원에 일괄 구매한 옷 20벌은 아마 올 한 해 내내, 아이의 바깥생활을 책임져 줄 거다.



우리 집 주방에 있는 4인용 이케아 식탁.




이 식탁은 다 좋은데, 사용하다 보니 색상이 맘에 들지 않는다.


조금 더 어두운 색의 식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유튜브에 '가구 리폼'을 검색하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구리폼을 셀프로 하고 있었다. 



- 나라고 못할 게 뭐야?


열심히 유튜브 영상으로 배워, 쿠팡에서 코코아색의 목재 수성 스테인과 도장 찍기용 스펀지, 사포를 주문했다. 그렇게 도전한 셀프 가구 리폼!



자세히 보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색상도 마음에 들고 식탁 사용에도 불편한 점이 없어 굉장히 만족스럽다. 20,000원으로 가구 리폼을 한 셈인데 저렴한 가격에 해낸 것도 마음에 들지만, 금액을 떠나 원하던 식탁의 색을 무조건적인 소비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리폼을 해서 만들어 냈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 엄청난 만족감을 주었다.




나에게 이런 뿌듯함을 준 건 식탁 리폼뿐만이 아니다. 최근 그릭요거트가 너무 맛있어, 그릭요거트 메이커를 사야 하나 싶어 알아보던 중 네이버에서 메이커 없이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커피필터'를 이용하는 것.



당장 집에 있던 커피필터를 이용해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보았고, 정말 쉽게 성공하였다.



잠자기 전 필터 위에 올려 둔 요거트는 

자고 일어나자 꾸덕한 그릭요거트가 되었다. 


아침으로 꾸덕한 요거트에 

집에 있던 과일과 견과류들을 넣어 먹었다.



- 와 이게 되잖아?



필요한 것들은 일단 사서 해결하던 때와는 다르게 

이미 있는 것들을 활용하는 것. 


나의 '가지고 있는 활용하기'는 물건에서 그치지 않았다.



몇 년째 꾸준히 작성하던 블로그. 


최근 이 블로그는 나에게 여러 경험을 선사해주고 있는데 특히 체험단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냥 글 쓰는 게 좋아서 꾸준히 쓰던 블로그 덕분에, 예쁜 카페에 들러 커피를 먹을 있게 되었고 돈 쓰지 않고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새로 생긴 가게에 들러 

부모님과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것.

저렴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무조건적으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나는 그간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많은 짐들을 덜어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비워내자

새로운 물건들을 들여야 할 때

있는 걸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즘 세상에 무조건적인 자급자족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시대에 맞는 자급자족의 방법들을 생각해 보면 아예 못할 아니다. 


오랜 시간 '소비'는 날 편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내가 조금 불편하니 '돈'으로부터의 불안감이 줄어들었고, 내가 조금만 더 움직이니 오히려 '물건'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소비하는 생활에서 창조하는 생활로 전환하면 물건을 아끼게 되고 풍요로워져요."_'3평 집도 괜찮아'


소비하는 생활에서 창조하는 생활로 전환하는 것.


아직 완전한 전환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는 나의 지금이 너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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