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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출근하는 마음 분석

마음 다치지 않고 하루하루를 지내고 싶은 모든 직장인에게 바칩니다.

by 여름의 속도

2021년. full 재택이 1월부터 쭉 이어지고 있다. 필요에 의해 몇 번 사무실에 간 적은 있지만 100일의 마음을 기록하는 동안 주로 내 방에서 지냈다. 처음 글을 시작했을 때가 아직 직장에서의 프로젝트가 영글지 않았을 무렵. 지금 조직에서 내게 주어진 첫 번째 프로젝트였고, 백번의 마음을 모은 지금, 이제야 반 이상 달려왔다. 별 것도 없는데 하루하루 쓸 얘기가 있긴 할까. 아니지, 가끔 남에게 그런 궁금증이 들잖아-저 직업의 사람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지낼까-그 질문을 나에게로 돌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밀어붙여보았다. 뭔가 답답하다 싶은데 뭐가 그렇게 마음이 꼭 막혀있는지 하루하루의 마음이 궁금했으니까. 그렇게 모은 출근 날의 67가지의 마음. 그리고 출근 날과 필연적으로 이어져있을 수밖에 없는 쉬는 날의 마음 33. 총 100개의 마음을 가지고 직장인 1이 마음 다치지 않고 하루하루를 지내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본다.

직장인 1의 100일간의 출근하는 마음 분석

- <출근 날의 마음 연구하기> 별점과 이유를 중점으로

(2021.3.2~2021.6.8)


별점 통계

먼저 요일별 별점 통계를 내 보았다. 우려와는 달리 편차 없이 대체적으로 잘 지냈음을 알 수 있다. 앓는 소리 내는 것 치고 나의 주중은 괴롭지만은 않았다.

월요병이라고 월요일이 낮긴 하네요

주차별 별점 변화를 알아볼까.

예측 가능한 일이지만 주차가 쌓일수록 마음이 안정적이게 되었다.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점점 갈피를 잡았기 때문. 그러나 그 와중에 마음이 시끄러웠던 주간도 있어서, 그 이유를 살펴보았다.


마음의 별점 2점의 이유들

술 마셔서 아침에 속이 안 좋음

업무 구조화가 안되어 있고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음

커뮤니케이션 이유로 혼났는데 억울한 면이 있음

괜히 회의를 늦게 잡아놔서 - 그동안 마음만 바빴음

깼는데 미적거리고 더 자서

일을 미뤄서

합이 안 맞아서


반면 유난히 안정적이었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역시 그 이유를 살펴보았다.


마음의 별점 4점의 이유들

회의가 없어서/작은 미팅이어서(통제 가능해서)

일이 된다는 통제감/일을 다 해치우고 여유로움

푹 자서

미라클 모닝 성공

네트워킹/스몰 토킹을 해서/친구를 만남

일은 많았는데 두다다 했음/일이 풀리는 감각

기다림(나대지 않음)

커리어에 도움이 될만한 공부를 해서

이력서 정리


그러니까 직장인 1이 마음을 다치지 않고 사무실에서 평안히 지내려면 과음을 하거나, 일을 미루거나, 주어진 일에 구조화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을 피하고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의 통제감을 찾고 때때로는 네트워킹도 하면서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요즘 재택이 이어져서 스몰 토킹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적어졌는데 그래도 분기에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일은 늘 어려울 테지만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합을 맞추고.


사무실의 위안들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도 늘 마음이 평화로운 수는 없을 터. 사무실의 위안이 된 레퍼런스들을 붙인다. 급하게 마음의 불을 꺼야 할 때 들춰보려고 정리해둔다.

좋아하는 빵, 케이크와 커피

퇴근 후 식재료 쇼핑

콘텐츠들(아카이브 K, 원더월클래스, 드라마 비밀의 숲 2, 괴물, 넷플릭스 헤드스페이스, 윤여정 님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

책의 구절들(히사이시 조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장류진 <달까지 가자>, <플랫폼 자본주의>, <결혼 없이 함께 산다는 것>, 그 외에 김초엽, 강화길, 정세랑, 박상영 작가의 단편들)

커리어나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될 만한 아티클들

- 운전자는 멀미하지 않는다-- 부제. 뒷자리에 앉지 말고 운전석에 앉아라.

- 김이나 님의 인터뷰

- 팟캐스트 women at work

- 잘 쉬는 방법

- 퇴사 부검 글

- 피드백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에 대해

노동요들

- Sheryl Crow의 Idiot's Delight(Live New York '94)

-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NERD, 디안젤로 앨범을 새로 들어봄

- 아침의 플레이리스트

- 에피톤 프로젝트의 앨범

- 루더 밴드로스 Dance With My Father

- 백예린의 밴드, The volunteers

- 루시드폴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앨범


쉬는 날의 충전

마지막으로 쉬는 날에 한 일들을 분석해보았다. 주로 산에 다녔는데 코로나 시국이 지나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운동과 액티비티가 주중의 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만큼은 확실하더라. 집에 있을 때는 요리를 하거나 콘텐츠를 팠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쉬는 날에 보았던 콘텐츠의 조각은 그대로 사무실의 위안이 되기도 하였다.


결론

다 지나고 보니 이것은 번아웃의 기록이었다. 2021년 경제활동인구조사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2755만 명, 그중 (나랑 나이가 비슷한) 2,30대 취업자는 총 900만 명. 이 중 여성은 399만 명. 비슷하다고 꼽아보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의 상황은 고용형태나 직종에 따라 다 다르겠지. 그래도 직장에서 괴로운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 아닐까. 어렵지만 하루의 목표치를 끝내고 나아가는 감각을 가져가면서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길 원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마지막으로, 100일 치나 기록했는데도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서 글을 읽고 계신 직장인께 드리고 싶은 질문 하나. 본문에서도 한번 언급했었는데, 이번엔 답변을 듣고 싶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스스로 의심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문턱을 어떻게들 넘고 있으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북에 담기지 못한 100일의 마음은 매거진에 모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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