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금융 외 분야별 블록체인 활용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 소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공부를 조금 하다보면 곧 자연스레 들게되는 생각은 '그래서 그걸 비트코인 말고 어떻게 써먹을 수 있다는건데?'라는 궁금증이다. 블록체인을 소개하는 많은 글들은 블록체인이 근 시일 내에 이 세상을 바꿔놓을 '제 2차 인터넷 혁명'이라며 은행, 정부 등의 중개/관리/통제 기관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비효율성과 부조리를 타파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찬양한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블록체인은 쉽게 풀어서 말하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서 아무때나 열어볼 수 있지만 아무도 조작할 수 없는 거래 장부'이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데이터베이스 구조로서 중앙 관리자만이 데이터를 기록, 열람, 관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잠재력과 현실 적용 가능성 사이에는 극복해야할 기술적 한계와 그것을 수용할 사회적 준비 면에서 큰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블록체인이 비트코인과 금융 시스템이라는 틀을 깨고 나와 그 밖의 다른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될 만한 여지가 있느냐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이 글에서는 비트코인과 금융 시스템 외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몇 가지 스타트업들을 살펴보겠다. 특히 완전히 기술 기반 또는 B2B 위주의 컨설팅이나 미들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들 보다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용자 서비스와 솔루션를 제공하여 현실의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블록체인의 실용적 활용 방안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자 한다.
1. Provenance - 투명하고 추적가능한 범용적 공급 유통망 시스템
Provenance는 현실 세계의 상품들에 대한 투명하고 추적가능한 생산, 유통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상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가짜 상품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공급 유통망(supply chain)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다. Provenance라는 단어는 우리말로 '기원, 출처, 유래'라는 뜻인데,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제품의 생산에서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해당 상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여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그 물건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 졌고, 어디에서 누가 언제 얼마나 가지고 있었는지 등의 이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사슬의 각 당사자들은 Provenance에 등록하여 프로필을 생성하고 개인키를 발급받아 자신의 유통 기록에 서명해야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소고기 이력 추적 시스템 도입하여 소비자가 바코드를 통해 소의 출생, 도축, 품질, 가공 정보를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Provenance가 하는 일도 이와 같다. 다만 생선, 커피, 수공예품, 의류, 전자제품 등 상품의 종류에 제한적이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범용적인 생산/유통 정보 기록,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CDhPfhWSig
2. Everledger - 다이아몬드 등 고가품에 대한 진품, 위조품, 도난품 판별 시스템
Everledger도 Provenance와 마찬가지로 상품에 대한 이력 검증 시스템을 개발한다. 다른 점은 다이아몬드, 시계, 명품백, 예술품 등의 고가 귀중품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진품인지 위조품인지 판별과 도난품은 아닌지 소유자 증명을 해준다는 것이다. 즉 종이로 된 보증서가 가지는 분실, 훼손, 복제, 대조 등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블록체인상 기록의 변경불가능한 속성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Everledger는 물건의 물리적 속성을 디지털화하여 디지털 지문을 만들고 이를 소유자 정보와 묶어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스톤에 각인되어 있는 시리얼 넘버와 carat, cut, clarity, color를 포함한 40가지 속성값을 통해 unique한 디지털 지문을 만든다). 이렇게 물건이 블록체인에 등록되고 나면 1) 도둑질에 대한 동기가 줄어들고 2) 거짓 분실/도난 신고 등의 보험 사기에 대한 수사가 쉬워지며 3) 실제 분실/도난으로 인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그 물건이 시장에 나왔을 때 해당 보험사가 그 물건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보험사의 손해가 줄어들게 된다. 2015년에 시작된 이 회사를 통하여 현재 100만개가 넘는 다이아몬드가 블록체인에 등록되어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ow2hxPI5DI
3. Arcade City - P2P 버전 Uber
Arcade City는 일방적 수수료 인상 등 Uber의 횡포에 반기를 든 Uber 드라이버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중앙 관리 회사를 없애고 기사와 손님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중앙에 의해 조정, 통제하는 요금 체계 대신 기사와 손님이 협의하여 양쪽 모두 만족스러운 운임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즉 어느 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가짜 공유경제가 아니라 당사자들간의 필요와 이득에 의해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탈중앙화된 진정한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것이 창립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사람에 대해서 실제 능력이 없고 만들어놓은 앱도 껍데기에 불과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토큰 세일(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사용되는 클라우드 펀딩 방법)을 통해 모은 자금의 활용처가 불분명하다는 등 여러가지 논란이 많다. 사실 이 회사가 이름을 알린 것도 2015년 미국의 텍사스 Austin에서 Uber와 Lyft를 금지하면서 마침 주목 받고 있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대안으로 마케팅한 것이 크다. 현재는 주요 멤버들이 대거 이탈하여 Swarm City라는 이름으로 re-branding 하여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6dxHU3pvGE
4. Slock.It - 무엇이든 빌리고 팔고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자물쇠
Slock.It은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 그리고 IoT를 결합하여 잠글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남에게 빌려주고 그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자물쇠를 개발하는 회사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제 3자의 개입 없이 물건의 소유자가 정한 스마트 계약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시나리오를 예를 들어보자. 자전거 소유자는 시간당 요금과 빌릴 수 있는 사람의 자격 조건(예를 들어 평판이 3등급 이상인 사람)을 설정하여 스마트 자물쇠로 자전거를 잠가 밖에 세워둔다. 자전거를 빌리고자 하는 사람은 스마트폰을 통해 보증금을 지불하면 자물쇠의 잠금이 풀려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사용 후 다시 자물쇠를 채우면 보증금에서 사용료 만큼을 빼고 자신의 월렛으로 돈을 돌려 받는다. 대여자가 주인 모르게 자전거를 고장 내거나 부품을 훔친 겅우 자전거 주인은 그 대여자에 대한 평가를 남김으로써 그 사람의 평판을 낮춰 불이익을 줄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자동차 대여 서비스인 쏘카와 유사하지만 중앙 관리자가 따로 없고 P2P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료, 사용 조건 등을 결정할 수 있고 자물쇠로 잠글 수 있는 무엇이든 빌려줄 수 있는 보다 범용적인 공유 경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자물쇠 외에도 다양한 IoT 업체와 협력하여 잉여 전력 판매, 와이파이 데이터 대여, 3D 프린터 공유 등이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uF9aidFtKg
5. Ujo Music - 아티스트 중심의 음원 배포 플랫폼
Ujo Music은 거대 음반사, 기획사, 배급사가 거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현재의 불합리한 음악 산업 구조를 아티스트 중심으로 재편하여 가수, 작곡가, 작사자, 연주자 등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온전한 권리를 행사하고 공정한 수익 배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된 Ujo Music 플랫폼에서 아티스트는 자신이 정한 스마트 계약과 함께 음원을 업로드하고 사용자는 스트리밍인지 다운로드인지 리믹스를 위한 사용권 구매인지 등의 라이센스 종류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한다. 아티스트는 언제든지 자신의 음원의 사욕 내역을 확인하여 수익을 정산받을 수 있고 그 수익은 미리 정해놓은 스마트 계약에 따라 연주자, 작곡자, 작사자 등의 기여자들에게 자동으로 분배된다. 곡을 홍보하여 수익에 기여한 팬이나 큐레이터들 역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아티스트로부터 수익의 일부를 분배 받는 것 또한 가능하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블록체인 전도사인 Imogen Heap은 이 플랫폼의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자신의 Tiny Human이라는 곡을 오로지 Ujo Music을 통해 배포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GFSknHNquOQ
6. ShoCard - 안전한 디지털 신분증
ShoCard는 사용자의 신원 정보 문서를 암호화하여 블록체인에 올리고 은행, 카드사, 항공사 등 고객의 신원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관들과 파트너쉽을 맺어 사용자에게는 기존의 귀찮고 복잡한 본인 확인 과정을 간편하게 해주고 기관들에게는 빠르고 효율적인 고객 인증 방법을 제공해준다. 이를 위하여 사용자는 먼저 자신의 신원 관련 문서들을 ShoCard 앱을 통해 스캔한다. 그러면 개인키와 공개키가 발급되고 해당 문서는 암호화되어 블록체인에 업로드 된다. 이제 본인 인증이 필요한 경우 앱을 통해 내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거나 해당 기관에게만 내 신원 정보 조회 권한을 열어줌으로써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거나 카드 번호 입력을 해야하는 등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4wR0gu6w_E
7. Stampery - 공증인이 필요 없는 문서 공증 서비스
Stampery는 문서 공증, 즉 어떤 문서가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고 내용의 변조 없이 원본 그대로의 상태임을 보증해주는 서비스이다. 문서를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올려둠으로써 문서를 인쇄해서 공증인을 만나러 다니는 번거로움과 비용 문제를 해소해주는 것이다. 사용자는 공증이 필요한 문서를 간단히 자신의 Stampery 이메일 주소로 첨부해서 보내거나 Stampery 웹사이트를 통해 업로드하거나 Dropbox 계정을 연동하여 해당 폴더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또한 다른 디지털 공증 회사들과는 달리 Stampery를 통해 공증한 문서는 블록체인에 영구 보관되므로 Stampery가 망해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존재하는한 해당 문서의 존재, 소유, 동일성 증명은 계속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F_GcJI-Y_2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