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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Apr 21. 2022

로맨틱한 식사

“주문하시겠어요?”

웨이터가 다가와 물었다.


테이블의 남자와 여자는 메뉴판을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느긋하게 고개를 들어 웨이터를 보며 물었다.

“여기 스테이크에 사용되는 인육은 어디 농장에서 공급받는 거죠?”


“아, 저희는 지역 농가들과의 상생을 위해 가까운 웰니스 농장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웨이터가 자신 있게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혹시 이십 세 이상의 인간만 도축하는 곳 맞죠? 간혹, 아직 어린 인간을 도축하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키우는 농장인가요? 비좁은 케이지에서 비인간적으로 사육하는 곳은 아니겠죠?”

여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웨이터에게 물었다. 그런 그녀를 맞은편의 남자는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네. 그럼요. 마음껏 뛰어놀고, 양질의 사료를 먹으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곳이랍니다. 제가 거기 농장주도 잘 아는데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웨이터는 자기 말에 조금 감동한 듯했다.


“좋습니다. 그럼 스테이크는 그걸로 하죠.”

남자가 말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외의 추가 주문을 마치자 웨이터는 물러갔다.


남자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여자에게 말했다.

“현정 씨도 인육을 드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행여나 복제인간을 먹는 걸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창훈 씨는 제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으로 보였어요?”

그녀가 새침함을 연기하며 말했다.


“하하. 아뇨.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가 짐짓 당황한 척 손을 흔들었다.


“다른 동물들은 다 먹는데 복제인간을 먹는 게 뭐가 잘못이겠어요? 전 복제인간을 저희와 같은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종의 공산품 아니겠어요.”


“맞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그들에 대한 결정권은 우리 진짜 인간에게 있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같은 미식가가 인육의 맛을 포기할 순 없죠. 하하.”


“탐미적이시네요. 저도 뭐 동의해요. 그렇지만 전 그들이 행복하게 키워지기를 바라요. 비좁고 비위생적인 케이지에서 꼼짝도 못 한 채 사육당하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봤거든요. 정말 끔찍했어요. 그런 농장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고 해요.”


“네. 압니다. 정말 비인간적이죠. 그렇게 자란 인간은 맛도 좋지 않고요. 전 아무리 저렴해도 그런 인육은 먹지 않아요.”


“현명하세요. 혹시 어린 인간을 드시지는 않죠? 그건 좀 냉혹하잖아요.”


“그럼요. 그들도 이십 세까지는 살 권리가 있죠. 음. 사실 고백하자면 예전에 중요한 식사 자리에서 한 번 맛을 본 적은 있습니다. 권하는 걸 끝까지 거절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뭐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랬군요. 어쩔 수 없었겠네요. 이해해요.”

그녀의 눈빛이 따뜻했다. 그는 그런 그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애피타이저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어느새 웨이터가 아름다운 요리들을 테이블에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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