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테라스 자리에 앉아 성준은 봄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만델링 원두를 사용한 드립 커피의 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거리에는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있고, 그 앞에서 연인들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성준의 마음은 예전과는 달리 아주 편안했다.
그가 중성화 수술을 받은 지는 이제 한 달이 되었다. 수술을 결심하기는 아주 힘들었지만, 지금 그는 좀 더 빨리 받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여자 때문에 고통받지 않았다. 자신의 욕망과 외로움에 사로잡혀 숨이 막힐 일도 없었다.
그의 지난 시간을 관통했던 수많은 소개팅과 고백 그리고 매몰찬 거부들을 이제는 그저 흐뭇한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여자들은 그에게 세상 그 무엇보다 어려운 존재였고, 닿을 수 없는 신비함이었다.
자신보다 더 나은 남자들은 넘쳐났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도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그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매력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였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외모도 가꾸며 패션 센스도 기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다양한 취미를 섭렵했고, 각종 소모임에도 참여하며 만남의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의 기회는 그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외로움과 공허만이 더해갔다.
그러던 중 이미 중성화 수술을 받은 주변 지인들의 적극적인 권유에 그도 결국 수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술을 받으면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과 함께 다양한 혜택이 있었다.
직장에서는 삼 개월의 유급휴가도 제공되었다.
수술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수술 직후에는 강한 우울함이 찾아왔지만 약을 규칙적으로 먹고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새 괜찮아졌다.
성준의 마음에는 난생처음 평안함이 들어앉았고, 깃털 같은 기분을 느꼈다.
여자들에게 어떠한 욕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늘 따라다니던 공허감도 사라졌다.
그런 그에게 오히려 여자들이 호감을 느끼며 다가오긴 했지만, 그는 그들에게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흔이 된 지금 그의 앞에 자유만이 놓여있다는 생각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 맛을 음미했다.
어떤 날 보다 커피 향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