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취를 시작한 지인이 집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우연히 접한 콘텐츠가 있다고 말해줬다.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사용자의 집을 보면 연대감을 느껴 기분이 좋고 콘텐츠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두고 싶은 소품과 가구를 고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집꾸미기’는 인테리어 모바일 매거진 서비스다. 론칭한지 1년 만에 110만명에게 즐겨찾는 인테리어 관련 서비스가 됐다. 요즘은 건강한 조직문화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는 노대영 대표를 만나봤다.
‘집꾸미기’는 네번째 사업의 결과물…내 관심사와 시대의 요구 사이 접점을 찾다.
21살 때 친구를 도와 처음 시작한 사업 이후 파티플래닝, 관심사 맞는 사람 연결해주는 밋업 서비스까지 총 세 번의 창업을 경험했다. 세 번째 창업을 정리하며 내 관심사와 시대가 원하는 것 사이의 중간지대를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좁혀 나갔다. 그렇게 해서 인테리어 모바일 매거진인 ‘집꾸미기’가 탄생했다. 이후 사용자들의 바람을 수용하며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 환경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는 중이다.
‘나’부터 쓰기 좋고 보기 편한 콘텐츠를 만든다.
과거 원하는 콘텐츠를 보려면 블로그와 카페 형태의 폐쇄적이고 회원제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에서 찾아야 했다. 콘텐츠를 볼때도 리스트 형태의 게시판은 보기 불편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할 때 사용자들의 니즈뿐만 아니라 UI를 테스트했다. 지금 웹페이지는 그 시절 아이디어에서 파생한 것들이다.
누적투자액 31억원… 3가지 투자유치 이유
우선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시장은 각각 12조, 총 24조 규모의 큰 시장이다. 그리고 오스퀘어에는 인테리어 콘텐츠만 바라보고 전력 질주하는 팀원들이 있다. 전통 인테리어 잡지가 기우는 추세에서 우리는 대안 매체로 열심히 달렸다. 기본적으로 인테리어는 반짝 선보이고 마는 콘텐츠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구독형으로 제작했다. 그 결과 독자수 증대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커머스와의 안정적인 협업이다. 구매처와 협업에 신경 쓰면서 KPI를 유지해 나갔다. 특히 커머스 분야를 시작하면서부터 투자자들에게 관리자 계정을 공유했다. 시작점부터 투명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 점들이 현재 우리를 있게 한 것 같다. 회사는 직원의 경험과 성장으로 같이 커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비용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에 따른 예산을 확보 하기 위해 투자 받았다.
일과 집, 둘다 소홀히 할 수 없는 예비 신부들을 위해
우리의 페르소나는 수원에 사는 월 소득 2-300만원 사이 예비 신부 직장인이다. 이들이 바쁜 와중에 물건을 편하고 쉽게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게 하고 싶었다. 보금자리가 주는 중요한 가치에 센스와 감성을 더하는 것이다.
고객의 물건은 곧 우리가 쓰는 물건…친구처럼 관리한다.
가구 샘플을 미리 받아 직원들이 한달간 집에서 사용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통과한 브랜드만 입점시키고 있다. 가구는 품질 및 광고와의 실물차이 등의 이유로 환불 비율이 높다. 보통 그 비율이 20%정도 되면 입점시키는 기존 관행과 달리 우리는 2%로 확 낮췄다. 깐깐하게 고르고 있다.
우리 팀원들이 먼저 고객이 돼서 고객들과 구매 경험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애착이 있다. 주문 및 상담, 배송 관련 문의들은 게시판 형태를 벗어나 운송장 번호 및 배송 진행상황, 향후 일정 까지 세세하게 안내한다. 이때 고객들이 특히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아 뿌듯하다.
스크롤만 30번…최대한 ‘자세한’ 상품설명서를 만든다.
흔히 웹 상에서 보이는 상세페이지는 보기 어렵다. 이 품목이 필요한 이유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생각하면서 보기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건 사진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이런 사이트는 광고 이미지와 실물의 차이도 크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든다. 평균적으로 우리가 제작한 상품 설명서는 30번 정도 스크롤을 하게끔 한다. 귀찮을 만큼 다 읽어야 할 정도다. 그렇게 해야 서로간 오해가 줄어든다고 본다. 이미지만 강조하면 단기간에 많이 팔 수는 있지만 장기적 브랜딩에는 도움이 안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신뢰도 등이 떨어지기에 앞으로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C/S는 회사를 가장 오래 다닌 사람이 맡는다.
우리는 콘텐츠와 커머스를 맡아본 사람들이 주로 C/S를 맡아서 근무하고 있다. 처음 입사를 하게 되면 주로 콘텐츠를 다루게 된다. 마지막 업무가 C/S다. 회사내 분야를 모두 겪어본 이들이야 말로 업무 경험이 가장 많이 쌓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 업무라고 볼 수 있지만 충성 고객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아는 사람이라면 잘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믿는다.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다.
어려웠던 영업, 진심으로 호소하니 열렸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입점 브랜드 영업은 어려웠다. 우리가 프로인지 의구심 갖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꼼꼼하단 평을 들으며 점차 고객사 수를 늘려가고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채용은 어려워…그래도 팀원들과 토의하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회사를 이끌어 갈 때 팀 만드는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행복해지려고 사업을 시작했고, 서비스 성격도 행복에 밀접해 있는 서비스인데, 그걸 지켜가면서 좋은 인재과 접점을 만드는게 너무 어렵다. 그래서 채용 과정이 다소 느리다. 팀원 한 명이 기존의 팀과 녹아들기 전까지는 사람 들이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이 토의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분야 담당자가 채용을 최종 결정하는 구조로 돼있다. 4,50명 된 기업이고 조직 문화가 있다면 탑다운이 맞다고 보지만 탑다운은 스타트업에 어울리지않는다고 생각한다.
만장일치제,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른 길
모든 팀원에게 동의를 구하는 일은 언뜻 느려 보일 수 있지만 무엇인가를 이룩하려 할 때 제일 빠른 길이라고 본다. 관건은 상대방과 얼마나 의사 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는지다. ‘내가 말해 봤자 최종결정권자는 타인’이라는 인식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조직문화는 중요하다.
신구 갈등은 어떤 회사든 항상 생긴다. 이들간 갈등 해소에 신경을 많이 썼다. 명확한 체제가 없으면 오해가 쌓인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아가 전세계 우리 밖에 없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첫째도 둘째도 행복이 중요하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 팀원들에게 KPI에 집착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일은 삶에 건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정도가 맞다고 본다. 삶과 일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팀과 회사 모두 무너진다.
집 꾸미기를 넘어 시공까지 꿈꾼다.
장기적인 비전에선 시공까지 계획 중이다. 처음 ‘집꾸미기’라는 이름을 정할 때도 인테리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선택했다. 1천만원, 500만원 한도에서 바꿀 수 있는게 집인데 모두가 쉽게 바꿀 수 있게 운영하고 싶다.
능력 이상을 바라는 건 욕심,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간다.
현재로서는 큰 기업 만드는게 목표는 아니다. 본질을 지키면서 정량껏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싶다. 시대가 우리에게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은 욕심이다. 7,80년대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한 것처럼 사업하기는 싫고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다.
스타트업 … 진격의 거인이 떠오른다.
일본만화 원작 에니메이션 중에 ‘진격의 거인’이라는 게 있다. 성 밖에 사는 거인과 인간의 갈등을 다룬 만화인데, 여기서 보면 거인들에게 인간이 잡아먹히지만 반대로 인간이 삼킬수도 있다. 작품에서 인간은 성벽을 공고히 쌓아 놓지만 영구히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조사병단이 돼서 인간 중 제일 먼저 거인을 죽이기도 한다. 스타트업은 조사병단 같다. 많은 스타트업이 파이팅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