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스카프타펠 빙하워킹투어, 아이슬란드 요쿠살론
현재 경기도에 살고 있는데 2021년 겨울은 눈이 참 많이 내린다.
높은 고지대의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데, 눈이 오면 세상이 많이 달라진다. 색색의 풍경이었던 곳이 하얗게 바뀌면서 세상의 색을 한 가지 색으로 다시 칠한 느낌이 든다. 집 주변에 산이 많아서 기온이 빠르게 영상을 회복하지 않으면 눈이 찬찬히 녹는다.
가끔 넉 놓고 눈이 내린 창밖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끝도 없이 펼쳐지던 아이슬란드의 '스카프타펠 빙하'가 떠오른다. 남편과 신혼여행지로 들렸던 그곳에서 빙하 워킹 투어를 했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함께 투어하는 사람이 없어서 가이드와 우리 부부 둘만 오순도순 투어를 즐겼고 가이드는 우리가 젊은 부부니깐 여러 경험을 참 다양하게 시켜줬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스카프타펠 빙하는 매년 남서쪽 자락으로 흘러내려서 빙하가 점점 밑으로 내려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빙하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마치 강처럼 흘러서 내 발밑까지 흘러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우리가 투어하는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그래서 빙하가 더 영롱하고 깨끗해 보였다. 가이드 말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슬란드의 빙하가 평소에는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화산재가 쌓여서 거뭇거뭇한 모습 때문에 빙하가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투어하는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빙하 위에 거뭇한 게 많이 씻겨 내려갔기 때문에 예쁜 빙하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운이 좋다고 했다.
나와 남편은 투어 사무실에 가서 발에 맞는 아이젠을 고르고 스키복 비슷한 방한복 위아래를 몸에 맞춰 입은 후 투어 버스를 타고 빙하 투어가 가능한 지역으로 갔다. 그곳은 인터스텔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방팔방 빙하로 덮여 있었고 맨땅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멋있었다.
프랑스 알프스산 아래에서 기차를 타고 정상에 오른 뒤, 멀리 있는 조그마한 빙하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빙하로만 되어 있는 지대를 가까이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전혀 새로운 세상.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그런 세상이어서 더 신이 났다.
우리는 9월에 아이슬란드를 갔는데 이 시기의 아이슬란드는 여름 막바지여서 생각 외로 많이 춥지는 않았다. 아이젠도 무거울 줄 알았는데, 걸을 만했다. 투어 사무실에서 헬맷도 주고 스키폴같은 장비도 줬다. 장비를 갖추고 빙하를 짚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니깐 마치 얼음 산에 오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금발 머리의 가이드는 크레바스를 조심하라고 했다. 위험하다고. 자신의 뒤를 잘 따라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크레바스에서는 줄을 타고 오르내리는 개인적인 경험도 시켜줬다. 나는 무서웠지만, 남편은 그 경험이 재미있다고 많이 흥분했었다.
투어 사무실에 도착해서 빙하지대까지 가고 빙하 워킹 투어를 끝낸 다음 다시 돌아와서 정리하는 데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빙하 위를 2시간 넘게 걸었다. 빙하만 보면서 걸으면 지겨울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았다.
빙하를 그냥 하염없이 걷기도 하고 크레바스를 등산하기도 하고 거대한 크레바스를 아래로 굽어보기도 하고 빙하를 조금씩 뜯어 먹어 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니깐 지루할 새 없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빙하를 직접 걸으면서 경험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정말 인터스텔라처럼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을 걷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고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계속 새로운 기분을 만들어냈다.
그곳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았으며 친절한 가이드와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니 신혼여행 후에 펼쳐질 우리 부부의 인생도 앞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많이 걸었음에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좋았다.
빙하를 실컷 걷고 나서 바다 위 또 다른 빙하를 만나러 갔다.
'요쿠살론'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하, 바닷가에 안착한 빙하를 만날 수 있는 곳.
겨울에는 빙하가 더 크고 해변에도 큼지막한 빙하가 많이 떠다닌다고 하던데, 우리는 여름 막바지에 가서 빙하의 크기는 많이 줄어 있었다. 그래도 바닷가나 해안가에 있는 빙하들을 볼 수 있었는데, 처음 그 광경을 마주했을 때 우리 두 사람은 탄성을 질렀다. 아주 많이 아름다웠으며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을 접해서 놀라서 그런 것도 있었다.
빙하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천년의 세월을 견디고 바다로 흘러들어온 그 조각들에서 시간이 느껴져서 숙연해지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해변은 검은 모래로 구성된 곳이 많았는데 이곳도 그래서 모래와 빙하 조각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더 아름답게 보였다.
멀리 있는 빙하 조각들을 보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고 해변에 자리 잡은 빙하 위에서는 둘이 돌아가며 재미있는 사진도 찍었다. 대신 파도를 조심해야 했는데 언제 큰 파도가 밀어닥쳐서 빙하 조각 위로 덮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스카프타펠 빙하가 어른스럽고 정적이었다면 요쿠살론의 빙하는 아이처럼 동적이고 활발한 느낌이 들었다. 같은 나라의 빙하인데도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에 가면 온갖 자연을 다 체험할 수 있다고 했나 보다.
빙하를 원 없이 걷고 빙하를 몇 시간씩 보고 빙하를 재미있게 타고 빙하를 시원하게 먹고 빙하를 계속 만지는 빙하 오감체험.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빙하를 아이슬란드 와서 넘치게 경험하고 가니 내 온 몸과 감각이 호강을 했다. 그때의 좋은 감정이 지금도 많이 생각난다.
눈이 오고 세상이 하얗게 변하니 반짝였던 빙하가 문득 문득 떠오르면서 아련해진다.
다시 하고 싶다.
빙하오감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