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좀하는 엄마 Jan 22. 2021

'비교당하는' 즐거움이 있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 <스위트홈>

'비교'라는 단어만큼 복잡 미묘한 단어가 있을까? 

쓰임에 따라서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듬뿍 담고 쓸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비교'다. 

하지만 웹툰과 비교당하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히 종이로 접하던 만화의 시대가 휴대폰의 웹툰의 시대로 완벽하게 오버랩된 시기가 도래했다. 

우리나라의 웹툰 성장세는 가파르며 소설, 드라마, 영화 등 하나의 웹툰 작품이 다양한 매체로의 전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특히 등장인물이나 스토리가 좋은 웹툰은 큰 호응을 얻으며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경우, 대박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넷플릭스 캡쳐>


이중 요즘 핫이슈 가운데 있는 두 편의 드라마가 있다. 

두 드라마 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두 웹툰의 완성도는 꽤 높은 편이다.


두 웹툰 다 기존에 있던 소재를 살짝 비틀어서 스토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면, <경이로운 소문>은 사후세계의 악한 영과 이들을 관리하는 경찰급으로 '카운터'를 새롭게 창조해내서 악한 영을 응징하는 사건들을 매 사건마다 다루고 있다. 사후세계나 악한 영, 이들을 저지하는 선한 세력이라는 소재는 사람들이 익히 아는 것인데, 이것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융, 땅의 기운, 저승 파트너 등의 설정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극적 재미를 준다. 


<스위트홈>은 흔하디 흔한 '괴물'이라는 소재에 욕망을 주입하면서 미장센을 고민할 수 있는 예술적인 괴물들을 탄생시켰다. 거기에 반인반괴(반은 괴물, 반은 인간)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함께 괴물에도 다양성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두 웹툰 다 기존에 있던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냈다. 이 두 웹툰의 흥행 요인인 동시에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스위트홈> 차현수 

특이하게도 두 웹툰의 주인공은 둘 다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은 아직은 미성숙하지만 잠재력이 무한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를 결정하기엔 어린 나이이지만 그렇다고 사고를 할 수 없는 나이는 아니다. 자신들만의 생각으로 이것저것을 조율하는 모습이 어느 때는 긴장감을 자아내고 어느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이것이 극의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경이로운 소문> 소문

여기에 두 고등학생은 왕따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경이로운 소문>의 '소문'보다 <스위트홈>의 '차현수'가 더 심하게 왕따를 당하긴 하지만 이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극복하는 과정 또한 담겨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원래 이 주인공들은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마음이 극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중요 줄기가 된다. 


여기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듬직한 어른들이 주변에 포진하면서 그 주인공들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행동에 어느 정도 제한선이 주어지고 어른들의 도움으로 이들의 어려움이나 고통이 조금씩 해결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협력 관계는 스토리 전개의 방향성을 흔들리지 않게 한다. 주인공의 욕망에 따라서 극이 전개되지 않고 주인공의 선한 의지에 따라서 극이 전개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좋은 방향으로 결론짓게 되는 것이다. 


또한, 두 웹툰은 한정적인 공간을 보여주는데 이 공간이 주는 매력이 있다.  

예를 들면, <스위트홈>의 그린홈은 폐쇄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살리는 공간이 되며, 괴물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마주쳐야 하기도 하지만 그 공간을 활용하여 괴물들을 물리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경이로운 소문>의 국숫집은 사람들에게 따듯함을 전하는 공간인 동시에 '카운터'들의 비밀 아지트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냥 흔하디 흔한 국숫집인데 신비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경이로운 소문>의 가장 멋진 공간은 '간이역'이다. 악령을 소환하고 악령들에게 사로잡힌 선한 영들을 소집해서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인데, 이러한 특성과 간이역이 잘 맞아떨어지며 웹툰에 등장하는 저승 파트너들의 패션과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이러한 웹툰의 공간 설정을 드라마에는 단지 천국으로 제대로 잘 구현하지 못해 아쉬움이 따른다. 


물론 두 웹툰도 아쉬움이 있다. 특히 <경이로운 소문>은 중간중간 웹툰에는 없는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면서 스토리 줄기가 여기저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서 하마터면 아예 돌아오지 못할 순간도 종종 있었다. <스위트홈>은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면서 '차현수'의 괴물화에 대한 집중도가 약해졌으며 별다를 것 없는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로 인한 매력도 별로 없어 기존의 스토리 라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한 한국 드라마라는 장르상의 특징, 즉 억지스러운 감동 모드를 곳곳에 배치하여 드라마를 시청하는 웹툰 마니아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끔은 스토리라인이 흔들릴 정도의 억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드라마는 볼만하다. 웹툰을 영상으로 옮겼을 때의 그 재미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소문이가 땅을 불러오는 장면이라든지, 카운터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악령들을 쫓는 모습이라든지, <스위트홈>의 여러 모양의 괴물들이나 그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결투 장면, 그리고 그린홈이 드라마 안에서 실시간으로 보이는 장면 등은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토리라인이 탄탄하고 확실한 내용의 웹툰을 드라마화해서 보는 것은 확실히 재미있는 일이다. 여기에 기꺼이 비교당하는 것을 감수한 드라마를 웹툰과 함께 놓고 보는 것은 더 재미있는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괴물 vs 좀비, 그들만의 생존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