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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수니 Jun 09. 2023

발도르프학교를 보내는 마음 가짐 1편 : 리듬생활

입학하기 전 챙길거리


큰 아이가 입학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학년 여름이 닿았습니다. 8년 담임 과정을 생각하면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요,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발도르프 입학을 고민하고 있을 부모들을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적어 내려가보려 합니다.



국내 발도르프 학교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비인가 기관입니다. 공교육을 포기하고 대안학교로 용기를 내었으나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수시로 마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느 학원을 보내느냐와 차원이 다른 고민이지요. 사회에선 발도르프 학교 학적을 인정하지 않으니깐요.



입학 시 입학금 이외에 기부금과 출자금 명목으로 내야 할 금액도 상당합니다. 비용만 있으면 다일까요? 교육비만 내면 전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발도르프 학교는 교육공동체입니다. 공동체로 운영되기에 발생할 일들이 많지요. 대다수 규모가 작아서 어떤 위기가 수시로 닥쳐올지 아무도 모르고요. 저는 발도르프 교육을 신뢰하지만 여러 위험 부담이 있어 누구에게 마음 놓고 추천하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이 교육을 선택하기에 앞서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자기만의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각 가정이 감당해야 하거든요. 공교육을 향한 본능적인 반작용으로 발도르프학교를 선택하기는 위험합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어느 학교에서든 불안정성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아이들도 학부모 마음에도 어느 정도의 불안을 지고 삽니다.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지닐지라도 발도르프 학교를 보내고 싶은 저 같은 부모가 있다면, 그분들을 위해 어떤 점을 알아두고 준비하면 좋을지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발도르프 학교를 직접 경험하고 있고 발도르프에 관여된 분들과 소통하면서 저만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잎으로도 발도르프 환경에서 커갈 거라 또 다른 시각이 생길 수도 있고, 더할 말도 많겠지만요. 부디 예비 신•편입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다음 한 마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고 고집스러운 제가 이 안에서 다른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8편까지 만들어 작성해 두었는데요. 1편부터 공유해 봅니다.>






1. 리듬 생활


발도르프 학교에 보내려면 제일 먼저 챙겨야 할 사항은

첫째도 리듬,

둘째도 리듬,

셋째도 리듬입니다.



리듬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이나 부모나 리듬 생활을 실천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도르프 기관에 보내려고 한다면 이 교육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 발도르프 기관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거든요.



리듬은 발도르프 교육 전반에 바탕이 되어 줍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치지요. 발도르프 교육의 모든 순간은 리듬으로 흘러갑니다. 수업 내 리듬은 물론 하루 리듬과, 일주일 리듬, 계절 리듬, 한 해의 리듬이 있지요. 모든 바탕엔 생명의 리듬이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로 이뤄지는 생명의 리듬을 인간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잘 호흡하면서 삶의 균형을 이루는 일은 발도르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바탕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호흡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숨에도 리듬이 있습니다. 들숨과 날숨이라고 하지요. 우리는 들숨과 날숨의 반복을 무시하고 살 수 없습니다. 모른 척하고 무시하는 순간, 몸에 바로 탈이 오죠. 헐떡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몸이 무너지면 정신도 와르르 무너집니다. 우리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기본적인 리듬은 날숨과 들숨의 반복 원리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일정한 리듬을 가지면 몸과 정신을 다져가는 삶을 일찍부터 배워 나갑니다.



리듬이 어떤 식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면 좋은지 먼저 살펴볼까요? 발도르프 어린이집 리듬을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등원해서 하원할 때까지 아이는 일련의 리듬 속에서 생활합니다. 자유시간(날숨)- 아침 열기(들숨)- 바깥놀이(날숨)-  점심 및 낮잠(들숨) - 바깥놀이 (날숨)과 같은 리듬을 반복합니다. 쉬고 놀고를 반복하지요. 계속 놀기만 한다면 아이는 버틸 수 있을까요? 아무렇지 않은 아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자극적인 환경에 많이 노출된 나머지 자신의 감각을 느끼지 못한 채 하루를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원이나 하교 후엔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집에서 편히 쉬어야 합니다. 아이는 일정한 리듬 속에서 살아갈 때 안정감을 가지니깐요. 친구 집에서 따로 시간을 보낸다고, 부모와 특별한 장소에서 저녁 늦게까지 시간을 특별하게 보내면 어떨까요? 친구들과 늦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면 들뜨고 다소 흥분된 상태로 밤을 맞이해야 하니 건강한 리듬을 만들 수가 없겠지요. 다음 날 학교 수업에도 방해를 줍니다. ‘가정 간 마실’은 담임선생님들이 상당히 예민해하는 부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친구 집에 맡겨지는 상황에라도 담임 선생님께 꼭 말씀드려야 할 정도이지요. 참, 발도르프 학교 수업 안에서도 어린이집 리듬처럼 열기부터 마침까지 일련의 리듬이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부터 규칙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늦은 밤까지 아이가 자지 않으면 부모도 쉴 수 없겠지요. 아이 성장에도 좋을 리 없습니다. 부모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아이와 규칙을 만들어야 리듬이 생깁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면 축복받은 가정입니다. 영유아 때부터 낮잠 시간 또한 일정해야 좋겠지요? 낮잠 시간이 너무 늦어지지 않아야 밤에도 늦게 잠들지 않고, 다음 날 아침에도 상쾌한 상태로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집에 돌아가 몸을 충분히 쉬어야 다음 날 제대로 호흡하며 배움을 맞이하려면요.



자유놀이와 아침 열기 시간을 거친 뒤 바깥놀이를 하며 다시 발산하러 나가는 아이들 @고척동수잔나어린이집


저 같은 경우 두 아이가 7개월이 되자마자 낮잠과 밤잠,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해두고 리듬이 유지되도록 지켜 왔습니다. (6개월까지 수유시간도 일정하게 지키긴 했습니다.) 생후 6개월까지 밤 수유를 하다가 7개월부턴 끊고 통잠을 자도록 유도했어요. 물론 첫날부턴 가능하지 않았지요. 젖을 달라는 아이를 적어도 2시간(첫날엔 4시간) 들쳐 안고 달래면서 며칠 밤을 우쭈쭈 달래며 버텼나 봅니다. 두 아이 모두에게요. 마법이 작동했는지 생후 7개월부턴 저희 부부가 자는 시간도 길어졌지요. 낮잠 시간도 항상 일정했습니다. 젖이나 이유식을 먹이고 오후 1시부터 재우도록 애썼습니다. 어느 순간부턴 두 아이를 양쪽에 끼고서도 노련하게 재웠답니다.



사실 제가 숨통을 트기 위해 애쓴 노력이었어요. 그 당시엔 발도르프 교육이 무엇인지도 몰랐거든요. 양가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 살아가는 ‘제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였습니다. 아이들 담임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건강한 리듬이 아이들 삶에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밤잠도 일정해졌고요. 외출해서도 잠깐의 자유 시간을 위해 낮잠을 재우는 독한 엄마이기도 했지요. 지금도 어딜 가든 일정하게 아이들이 자고 일어납니다. 부족한 점도 허술한 점이 많은 엄마이지만 리듬을 실천했던 삶이 아이들에게 결과적으로는 좋게 영향을 주었더라고요. 지난 6년 동안 건강한 리듬을 위해 노력했던 제게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발도르프 교사들은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이 아이 수업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전합니다. 제일 집중이 잘 된다는 시간인 주기집중(에포크) 수업을 늦어도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방해를 주는 것도 문제이지만 늦은 아이가 숨을 고르지 않은 채 수업에 바로 임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제일 집중이 잘 된다는 에포크 시간대에 집중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고 교사들은 말합니다. 수업이 이미 시작되었으니,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도 눈치를 보게 되고 불안한 거죠. 학교에서 긴장도가 제로 상태인 아이는 없을 겁니다. 불안감 하나 없이 수업시간을 맞이하는 아이도 없을 거고요. 수업에서도 모든 순간 리듬이 있어요. 그래서 첫 호흡부터 안정되게 시작해야 합니다.


여섯 살 언제부터 고정된 시간에 잠드는 아이. 어딜 가든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주말에 여행을 다녀와 돌아오는 월요일에 등원한 아이는 하루를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도 교사로부터 많이 듣습니다.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에서 수업을 들어야 해서죠. 일반 학교와 다르게 수시로 일어서고 앉으며 동작을 하고 시를 읊고, 그림도 그려야 하는 수업 방식에서 멍하게 서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선생님들은 학기 중 여행은 되도록 삼가고, 여름 혹은 겨울 방학이나 학기 중 일정에 있는 봄방학이나 가을 방학 때 갈 것을 추천합니다. 생각해 보니 아이가 오전에 병원에 간 적 말고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도 늦은 적이 없었어요. 미취학 아동들에게 오전 자유놀이 시간이 하루 리듬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자고 일어나 본인이 쏟아내고 싶은 놀이로 날숨 시간을 충분히 갖지 않는다면 이후 시간에도 아이는 원만하게 호흡하기 힘들 겁니다.



산행은 우리 가족의 일상 리듬이다. 매주 주말 동네 뒷산을 오르내리는 우리는 방학 때도 항상 산을 찾아 나선다.


이렇듯 매일, 일주일, 한 달, 일 년, 칠 년 주기 등으로 아이와 가족의 리듬이 일정하게 굴러가야 의미가 있습니다. 부모가 깨어있고 합심해서 달려들어 노력해야 해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다면 리듬을 만들어 나갈 때 더 많은 노력이 불가피하겠지요. 수년 동안 발도르프기관에 있는 가정을 보면서도 그렇지만, 저희 아이들과 지켜간 시간을 생각하면 발도르프 교육에선 리듬 없이는 무의미합니다. 리듬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들을 안정하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을 굳이 받을 필요가 없는 셈입니다. 비용을 크게 들이면서 말이지요. 우리 가족이 리듬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단호하게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리듬이 주는 행복을 부디 누리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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