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
이번 리뷰는 미국의 헤드폰 메이커인 AUDEZE가 출시한 레퍼런스 오디오 헤드폰인 AUDEZE LCD-1으로서, AUDEZE의 특허인 Ultra-Thin, Uniforce Diaphragms을 탑재한 모델이다. R&D에 따른 각 기술의 이해가 있으면 더욱 좋을 듯하여 필자도 AUDEZE의 웹사이트를 참고해보니 관련 해설이 충실하게 되어 있어 technology-and-innovation 파트에 대한 내용을 꼭 읽어보시도록 권한다.
본 제품과 관련하여 AUDEZE의 CEO인 Sankai Thiagasamudram의 보도 내용을 보면 다양한 사용성을 고려하였으며 레퍼런스 헤드폰 유저든 일반 리스닝 유저든 듣고자 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손쉽게 들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설계했다는 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어쩌면 이 담백한 소개의 배경엔 특별함이 배어있을지 몰라 알아보니 역시 개발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좀 있어 소리 리뷰에 앞서 일부만 소개하고자 한다.
Audeze는 2008년에 창립자인 Sankar Thiagasamudram와 Alexander Rosson가 NASA에서 플렉서블한회로의 재료를 개발하던 엔지니어 Pete Uka를 만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재료가 SR용으로 개발되고 있던 평면 어레이 스피커의 재료로서 매우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 재료에 대한 기술이 헤드폰에도 이용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30년 이상 평면 드라이버을 디자인해 온 Dragoslav Colich가 CTO로서 가세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제품화되고 CanJam2009와 Head-Fi. 사로부터 호평을 얻은 일을 계기로, 이 기술은 더욱 연구 개발이 진행되어 지금의 Audeze 헤드폰의 레전드를 만들어 내는 핵심이 되었다고 한다.
그럼 이제 이와 같은 매력적인 연구 개발 배경에 대한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LCD-1의 소리를 낱낱이 저음역, 중음역, 고음역대 별로 들어보고자 한다. LCD-1은 밸런스를 잘 잡은 저음역대를 가지고 있다. 저음역대의 양감을 키우다 보면 의당 muddy해지는 음향을 품게 된다. 그런데 LCD-1는 그 거품을 깨끗이 걷어냈다. 그래서 헤비급 저음역대에서 종종 보이는 잔향들로 인해 뭉개지지 없는 깔끔함이 있다. 퍼지지 않은 쫀쫀한 저음역대, 그렇다고 저음역대가 결코 얇지 않다. 적절한 두께감으로 저음역대의 선율을 깨끗하고 단단하게 들려준다. 이렇게 저음역대가 군살 없이 깨끗하면 움직임이 더 민첩해질 수 있다. 팽팽하게 당겨진 타악기의 탄력성을 즐기게 된다. 하지만 저음에는 역시 낮고 깊게 울리는 잔향의 기름기가 껴야 제 맛 아니겠는가 라는 나름의 취향 아닌 취향이 필자를 이성적으로 끄집어낸다. 물론 넓게 보면 현역 엔지니어들을 염두한 모델이기도 하기에 레퍼런스라는 큰 그림 속에서 리뷰를 하는 게 맞기야 하겠지만 일반 리스너의 입장에서 역시 봐야 하기에, 이런 잔향이 있을 때 킥의 타격감이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베이스의 탄력감이 고막에서 트램펄린 뛰듯 함께 방방 뛰지 않을까 하는 필자의 개인 취향으로 인한 아쉬움도 함께 가져본다.
LCD-1의 중음역대는 안정적이다. 사실 저음역대가 워낙 깔끔해서 중음역대와의 경계를 정하기 모호할 정도로 저음역대와 중음역대가 조화롭다. 이건 분명 가벼워진 저음역대의 선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음역대가 그러했던 것처럼 LCD-1의 중음역대도 풍만함보다는 깔끔함이 주는 색이 강하다. 그렇다고 사운드가 얇지는 않다. 적절한 볼륨감으로 음악의 중심에서 안정감 있게 흐른다.
LCD-1은 저음역대와 중음역대의 깔끔함의 연장선상에서 고음역대 역시 즐길 수 있다. 너무 가늘지 않은 선명한 멜로디 라인에 힘이 있으나 거칠지 않게 노래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선이 맑게 보이기 때문에 표현력 있는 고음부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즐기게 된다. 하지만 이런 고음부의 명확함에 따르는 불편함, 이를테면 치찰음이 걱정이 죌 수도 있지만 LCD-1은 이 치찰음도 말끔하게 제거했다. 아니 후반부에 얘기하겠지만 제대로 걸러져서 나온 깔끔한 고음역대의 명징한 사운드이다. 하여 볼륨을 최대까지 올려도 치찰음의 괴롭힘을 전혀 못 느낀다. 하여 전체 음역대를 총정리해 보건대 LCD-1은 밸런스를 살린 깔끔 담백한 사운드의 소유자이다.
그럼 이제 LCD-1의 사운드 음질과 음색의 성향을 들여다보자. 먼저 무대감을 보면, 스테이지는 가로로 넓게 느껴진다. 하지만 천장이 높지가 않다. 뭐랄까 스마트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 넓게 서라운딩한 넓이감은 느껴지나 위아래로는 약간 눌린듯한 답답함이 있는 무대이다. LCD-1은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는 잔향들이 거의 없다 보니, 무대의 높이가 낮아져 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음역대별로 모든 사운드가 밸런스 있게 충실하기 때문에 무대가 넓게 들린다. 그러니 스테이지가 스펙트럼처럼 가로로 넓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무대가 가깝지가 않다.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장에서 청중과 무대 간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거리가 존재하듯, LCD-1도 무대에서 꽤나 우리를 떨어뜨려 놓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래서 좋은 것은 음악의 숲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헤드폰을 귀에 댄다는 것 자체는 무대를 앞으로 당겨오는 행위와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무대가 앞으로 당겨오지 않으니 가까이 다가가갈 수 없는 또 다른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보컬 무대를 듣다 보면 문득 드는 느낌이 무대와 청자 사이에 필터가 있어서 소리가 걸러져서 나온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현장감을 느끼려 티켓을 사서 콘서트에 갔는데, 내가 앉은자리가 무대에서 먼 데다가 앞에 커다란 장애물이 있어서 무대까지 가려지는 속상한 느낌이다. 그래서 현장감 면에서는 아주 아쉽다. 그렇지만 치우치지 않고 레퍼런스스러운 중립적인 담백한 사운드를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기꺼이 LCD-1가 가진 장점에 가산점을 주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도 정리했듯이 LCD-1은 깔끔하고 담백한 사운드를 가졌기 때문에, 당연히 선예감이 좋고 다채로운 색채감을 기대할 수 있다. AUDEZE사 드라이버의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사운드가 밝고 가벼우며 따라서 빠르게 움직이는 선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치찰음을 정확히 잡았기 때문에 공격적이지 않고 차분한 음색을 느끼게 된다. 사운드의 온도가 그리 따뜻하지는 않아서 온기감이 덜 하고, 윤기감보다는 단정함이 도드라진다.
이쯤 들어보면 LCD-1의 사운드가 정리될 것이다. 군더더기나 불편함을 모두 정리한 깔끔 담백한 사운드. 하지만 해상력이 높아서 선명한 선율의 스펙트럼이 넓게 펼쳐지는 무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잘 담아내는 그릇은 기교 없는 깔끔 담백한 하얀 그릇이다. 고로 깔끔 담백한 사운드의 LCD-1은 어떤 음악이든 다 소화할 수 있는 그릇이다. 리스너분들은 이런 음향적 특성을 고려하여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으며 엔지니어분들은 매우 가볍고 휴대성도 좋으며 무엇보다 연구 개발 투혼이 담긴 AUDEZE의 세계를 체험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https://www.audeze.com/products/lc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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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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