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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Apr 21. 2022

재즈 보컬의 섬세한 숨결까지, 베이어다이내믹 T5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는 beyerdynamic T5 3rd


이번 리뷰는 테슬라 드라이버로 대표되는 beyerdynamic사의 T5 3rd Generation으로서 2020년 9월에 개최된 IFA에서 발표된 모델이다. 다양한 강점을 가진 모델로서 제조사에서 소개하는 여러 특징 중에 임피던스에 대한 부분만 우선 부언하고자 한다. T5 3rd Generation의 임피던스는 기존 모델인 T5p와 동일하게 32Ω이며, 포터블 디바이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디바이스 간의 퍼포먼스를 기대해 볼 수 있겠는데, 여기서 잠시 임피던스에 대해 잠시 얘기하겠다. 우리가 익히 아는바 헤드폰은 임피던스가 높은 게 좋다고들 하는데 그런 이유 중 하나는 임피던스를 낮추게 되면 보이스코일을 포함하는 구동 부분이 무거워져 움직임도 무뎌지고 이로 인해 음악이 지닌 디테일한 표현의 재현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드라이버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익히 알던 선입견만큼의 약점은 더 이상 아니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임피던스를 낮추는 목적이 큰 전압을 출력할 수 없는 포터블 앰프 등을 통해서도 고출력을 내기 위해서였지만, 한편 전류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앰프의 특성에 따라 음질에 대한 영향이 명확해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임피던스를 낮추면 소리가 잘 출력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사실 음질면에서 보았을 땐, 오히려 사용하는 앰프의 약점이 훤히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히 더 나은 혹은 더 좋은 앰프를 필요로 하게 된다. 사실 하이엔드 수준의 이어폰이나 헤드폰 제조사에서 앞다투어 임피던스를 낮추는 것도 실은 단순히 소리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앰프 등의 성능 차이를 보다 확연하게 드러내어 사용자로 하여금 비교 청취의 묘미를 알게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임피던스에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 보자. 



먼저 T5 3rd Generation의 음역대별 사운드를 들어보았다. T5의 저음역대의 양감은 중음역대와 함께 풍성함이라는 이미지를 충분히 주고 있었다. 저음역대의 양감이 풍성해지면 자연스레 느껴지는 확보된 공간감 그리고 그로 인한 울림감 역시 좋다. 하지만 과도한 저음이 갖는 단점을 적절히 쳐낸 기술이 느껴진다. 탄력적이면서도 공격적이지 않은 타격감이 인상적이다. 흥을 깨지 않는, 즐길 줄 아는 저음역대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저음역대 위의 T5의 중음역대는 정말 멋스럽다. 중음역대에 무게가 실려있다. 소프라노와 노래하는 메조소프라노, 테너와 노래하는 바리톤의 실력을 더 잘 조명해주는 기술이 있다. 넌지시 늘 알고 있는 선율에 이런 아름다움이 숨어있다니... 중음역대 선율들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미드레인지 자체의 아름다움이, 중음역의 존재감을 통해 음악을 더 살아있게 해 준다. 고음과 저음 간의 다리 역할을 하며 지나칠 수 없는 구간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다 아는 음악을 몇 번이고 다시 듣게 된다. 이렇게 중음역대가 탄탄한 T5에게 필자는 “지적(知的)”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제 다음으로 이토록 잘 차려진 멍석 위의 고음역대가 궁금해진다. T5의 고음역대는 신사적이다. 좀 더 후술 하겠지만 공격적인 사운드는 일찌감치 배제시킨 듯했다. T5의 고음역대는 선을 지키고, 도를 넘지 않는다. 그런 절제된 배려가 어떤 음악을 듣던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중저음역대가 이렇게까지 멍석을 깔아주었는데, 고음역대가 조신하게 음악을 펴내는 모습은, 리스너에 따라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저마다의 기호에 따르겠지만, 그냥 한 번쯤 시원하게 뚫고 터뜨리는 면까지 있었다면 매력 넘칠 텐데 라며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다. 아무튼 클라이맥스의 정점에서 기대하는 희열과 카타르시스는 살짝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고음역 신사 덕에 모든 음악에서 지적으로 다가오는 고른 편안함이 있다. 



여기서 잠시 필자는 엔지니어로서의 관점을 인서트 해보고자 한다. 사실 재생 주파수 특성이 실제 들리는 청감까지 모든 것을 1:1 매칭 하는 것도 아니기는 하나 이 고음역의 편안함은 말하자면 뭐랄까. 철저히 의도된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떠오른 것은 beyerdynamic의 대명사 테슬라 드라이버였다. 하이엔드 시장에서 평면 구동형, 정전형 드라이버 등도 있지만 독자 노선을 오롯이 걷는 테슬라만의 기술이 진정 원하는 특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일반적으로 매력적인 고음이나 화려한 사운드를 지닌 유사 모델의 상당수는, 일례로 진동판의 금속 코팅 혹은 반사를 통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금속 부품들을 잘 활용하므로, 원래 녹음 음원에는 없거나 적은 배음 성분을 만들어 내어 더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화려하고 반짝이는 고음이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기도 하고 또 소위 아름다운 사운드조차 연출되는 경우도 있는데, 테슬라 드라이버는 그런 효과를 최대한 줄이고 녹음된 음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느낌이 든다. 필자가 직접 작업에 참여한 클래식 앨범의 음원도 흡사한 인상을 주었다. 물론 이 모델의 경우, 부품에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가 사용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히 그런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그런 유의 영향이 있다 하더라고 녹음 음원의 재생에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실제 볼륨을 키워보아도 그런 유의 영향으로 인한 여운의 꼬리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테슬라식의 원음 재생 보존의 법칙이랄까, 아무튼 섬세하다. 



이제 다음으로 T5 3rd Generation의 무대 재현 능력을 짚어보겠다. T5는 중저음역대에서 이미 무대를 크게 확보하고 있다. 중저음역대의 큰 울림통으로 공간까지도 크게 확보하는 T5는 깊이 있게 소리를 뿌리내린다. 특히 중음역대가 현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음악 전반에 생기를 더한다. 하지만 고음역대에서는 양보의 미덕이 자주 보여서 고음 선율이 힘 있게 천장을 향해 내닫는 힘은 미비하게 느껴진다. 중저음역대의 탄탄함을 기반으로 음악 전반이 안정적이게 자리 잡고, 윤기 있고 따듯한 선율들이 입체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을 누빈다. 



무대가 눈 앞에 펼쳐지기보다는 무대 위에 함께 선 듯 음악에 휘감긴다. T5가 이 정도의 능력자라면, 대부분의 기악곡, 기악 대편성곡들은 물론이고 재즈 앙상블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는 공연장에서 감상시켜 줄 것이다. 필자가 너무도 애정 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을 감동 깊게 감상할 수 있었다. 콘트라베이스와 첼로 등 저음 악기 간의 간격이 넓어서 각각의 멜로디 라인의 움직임을 유심히 즐길 수 있었다. 곡 전체를 언제나 보듬는 저음 악기의 지속음과 논 레가토의 울림이 온실효과처럼 곡을 따뜻하고 생기 있게 데워준다. T5의 신사적인 고음 처리 덕에, 금관 악기들이 전체 악기들을 짓누르며 직진하지도 않는다. 악기 간의 대화 같은 선율들은 카메라로 줌인하여 듣듯 함께 동요되고, 악기 전체의 tutti선율에서는 카메라가 줌 아웃하며 무대 전체를 그리고 공연장 전체를 관망하게 해 준다. 



협주곡에서도 단연 멋진 촬영기법을 동원하여 관람을 시켜주는 듯, 귀의 피로도 전혀 없이 귀 호강을 누릴 수 있었다. 보컬 곡과 관련해서는 고음역대의 짜릿함을 추구하는 음악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구미 당기는 감동을 선사해 줄 T5이다. 특히 jazz vocal의 맛집이 되지 않을까 싶다. Jazz vocal의 전반적인 음역대가 중음역대에 모여 있다는 점을 계산에 본다면 말이다. 그래서 중저음 vocal이 매력인 Chie Ayado의 음악을 감상해 보았다. 저음을 쿠션 있게 사용하며 기교 넘치게 노래하는 Ayado, 그녀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공기 전체를 흔들어 대는 공간 속에서, 건조한 숨결까지 담아주는 T5에 감탄하며 음악에 흠뻑 젖는다. T5의 공간 확보력과 음의 자유롭고도 생생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선율의 윤곽들은 무대를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런 적극적이고 활달한 움직임으로 누구든 최고의 무대를 경험하게 해 줄 자신이 있는 제품, 그것이 T5이다.  






https://north-america.beyerdynamic.com/t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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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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