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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May 12. 2022

FOSTEX TH610으로 듣는 콘트라베이스의 보잉

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 

FOSTEX TH610은 독자기술인 바이오 셀룰로스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다이나 진동판을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섬세하면서 해상도 높은 중고 음역대의 사운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목제 하우징에 대한 오랜 노하우를 통해 이 제품에는 블랙 월넛을 하우징으로 사용하고 있어 미적 아름다움은 물론 풍부한 울림을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TH610의 음역대별 사운드를 하나하나 풀어보자. TH610의 저음역대는 사운드의 질을 아는 신사처럼 곡 전체를 보듬고 있다. TH610의 저음은 풍부함에서 과함을 제한 훌륭한 양감을 확보하고 있고, 질적으로 우수한 저음들을 선발하여 등용한 듯 느껴지게 하는 저음의 운영 능력 또한 뛰어나다. 저음이 좋은 제품들은 대놓고 저음이 한눈에 띄는 자리를 한 군데 차지해 놓고 저음에만 끌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TH610은 다르다. TH610가 가진 저음은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정한 듯하다. 곡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한 발 뒤 정도의 위치에서 곡의 흐름과 결을 만져가며 풍부하고도 질적인 음량으로 자신의 존재를 정확히 인지시킨다. 그래서 TH610로 오케스트라 작품들을 들으면 작품 전체를 하나로 모아주는 외곽선 부근에 자신 있게 서 있는 저음역대의 선율을 듣게 된다. 믿고 맡겨도 되는 든든함이다. 콘트라베이스의 긴 활의 보잉에서 흘러나오는 깊은 저음의 으르렁거림이 전체 현악기를 뒤에서 든든히 몰아와 주는 에너지가 된다. 저음역대의 금관 악기들의 우렁차지만 밑에서 깔고 밀어주는 힘으로 탄탄함이 느껴진다. 



TH610의 저음에서 또 칭찬하고 싶은 것은 탄력성과 타격감이다. TH610의 사운드를 듣고 있다 보면 탄력감에 감탄이 나온다. 젊음이 느껴진다. 넘치는 에너지가 잘 제어되어 음악에 탄력을 싣고 움직여준다. 밀도감 있고도 깊이를 가진 저음의 움직임이 있어 무겁거나 퍼진 저음의 사운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TH610의 타격감에서 남자의 한 주먹의 힘이 느껴진다. 가격력 있는 펀칭감과 킥의 움직임이 싸움의 기술이 있어 보일 정도이다. 그렇다고 툭하면 주먹을 날리는 싸움꾼은 아니다. 싸움의 기술을 숨긴 신사처럼, 필요할 때만 꺼내서 날려 보이는 잽이 있다. TH610의 이 탄력과 타격감에 사운드의 나이가 젊게 느껴진다. 경박하거나 날뛰는 젊음이 아닌, 실력과 지혜에 실린 활력이 있다는 말이다. TH610으로 듣는 음악들의 저음들을 들어보길 바란다. 각 음악에서 저음의 은근한 무대 조종력이 일품임을 금세 알게 될 것이다. 오래간만에 기분 좋은 저음역대를 만난 듯하다. 



TH610의 중음 역대는 그야말로 숨은 공로자이다. 언뜻 들어서는 저음과 고음역대에 비해 중음역대가 미약하게 들릴 수 있지만, TH610의 고급스러운 색채감 전체가 이 중음 역대에서 나온다는 계산을 해보면 중음역대도 열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악기들 간의 치밀한 간격 유지와 저음과 고음의 특색 있는 운영을 위해 꼼꼼히 일한다. 뒤에서 분주히 챙겨주는 매니저처럼 TH610의 중음역대는 드러나지 않는다. 음악의 전체 조화력과 완성도라는 결과물 속에 중음역대는 흐뭇하게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늘 지나쳐버리는 자연의 존재처럼.. 그러니 TH610가 임명한 중음역대의 역할이 그러한 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제 TH610의 고음 역대를 들여다보자. TH610의 고음은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이다. 저음에서 보여준 젊음을 꽉 채워 보여주는 활력과 밝기가 있지만, 결코 나대지 않는다. 고급스럽고 부드러움을 겸비하려 노력하며, 고음이 갖는 표현력은 탄산처럼 터진다. 치찰음을 가까스로 경계하며 고음이 펼칠 수 있는 사운드를 모두 날개 피려 한다. 필자가 고음역대에서 가장 감명받을 때는 고음 역대의 선율에서 터져 오르는 에너지로 가슴이 뻥! 뚫릴 때, 그리고 바이올린 군단이 고음 선율로 만드는 보잉의 물결에 온 몸이 흔들릴 때이다. 오케스트라 대편성 곡에서 제1 바이올린이 군무하듯 움직이는 음악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때 유독 눈에 띄는 연주자들이 있는데, 상승하는 선율에서 길게 보잉을 뽑아 내리며 팔과 다리를 길게 늘이는 연주자들을 보았을 것이다. 바이올린과 동일시된 온몸을 악기 삼아 음악을 뽑아내는 연주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상자의 온몸의 털이 바짝 일어남을 경험한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다. 이 에너지를 느끼려 우리는 공연장을 찾는데.. 이런 에너지를 재현해 내는 헤드폰이라니... 기꺼이 칭찬해주고 싶다. 사실 해상도가 좋은 제품이라 해도 이런 에너지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열정은 이 헤드폰에게 특별한 에너지로, 가끔 만나는 능력이다. 그런데 TH610가 이 능력을 갖고 있다. 세련된 젊음의 에너지다. 마치 ‘삶에 음악이 있으면 족하다!’며 시원한 사이다 결론을 내게 해주는 에너지. 고음역대의 이 감동 덕에 필자는 TH610에 욕심이 나버렸다. 



이런 좋은 음역대의 재현 능력으로 TH610가 꾸려가는 음악 무대를 들어보면, 퀄리티를 가진 해상력에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무대에서도 단번에 알아차리게 된다. 안정적인 무대 위에서 방향성을 가진 선율들의 입체적인 움직임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온기를 품은 다채로운 색감으로 선율들이 고급스러운 윤기를 낸다. 단지 밝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성미가 있는 윤기가 있다. 그래서 재즈 음악에서는 농염함이 무르익고, 팝 음악들의 보컬들은 세련되다. 클래식 음악은 제대로 클래시컬하다. 통풍이 잘 되는 소리의 공간이 느껴지고 무대마다 악기 간의 거리가 다르게 배치되는 것을 느끼는 것도 듣는 재미 중 하나이다. 밀집된 오케스트라는 군단으로 응집력 있게 움직이지만, 재즈 앙상블의 작은 무대에서는 악기 간의 적절한 거리가 분리력 있게 배치되어 각 연주자의 맛을 따로 즐길 수가 있다. 다양한 음색의 보컬마다의 장점들을 하나하나 들려주며, 보컬을 무대의 중심에 두고 음악에 흠뻑 젖게 해 준다. 무대와의 거리감이 없다. 무대 위에서 음악의 파장을 온몸으로 맞이해야 한다. 이쯤 되면 TH610은 음악의 진수를 하나하나 적극적으로 들려주는 헤드폰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솟구치는 에너지가 있는 TH610은 힐링과 위로, 그리고 새 힘까지 줄 기세이다. 오래간만에 음악으로 흡족해지는 시간을 만났다.






https://www.fostexinternational.com/docs/products/TH610.shtml#content-2-tab-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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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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