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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나 Jun 12. 2021

서른 여덟 살의 나는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해

일상 한 단락 열 둘, 10년 전 일기장을 꺼내보며

몇 년 전쯤인가, 중학교 2학년 시절 쓰던 일기장에서 '10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를 발견한 적이 있다. 세상물정 몰랐던 (그러나 다 안다고 생각했던) 10년전의 나는, 이십대 중반즈음 되면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누구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지만 그 일기장을 발견한 이십대 중반의 나는, 중학생 시절의 내가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집도 없고, 차도 없고, 그저 불안함만 가득한 어리바리 사회초년생이었다.


그로부터 조금 더 지난 지금, 여전히 그 일기장에 쓰인 것처럼 '멋진 삶' 은 아직 한참 멀게만 느껴진다. 회사에서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의 나로, 가족들에겐 제 몫을 다하는 사회인이자 가족 중 가장 부지런한 둘째로. 그렇게 아무일 없는 듯 잘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문득 몇 년 후의 나는 무얼 하고 있을지 혹은 무얼 해야 좋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끊임없이 다시 다독이곤 한다.


문득문득 불안한 스물여덟의 나는, 10년뒤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열 다섯살 시절엔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한 내 집 한 채 쯤은 갖고 있으려나. 또 어떤 회사에서 내 역량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고 있으려나. 그때도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나를 끈기있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엄마와 함께 장기 해외여행을 가보겠다는 위시리스트 만큼은 엄마가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꼭 이루었으면 좋겠는데.


10년 전의 내가 쓴 그 일기장의 마지막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확실히 알 순 없지만, 미래의 나를 응원한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예전에 두 번이나 봤던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서른 여덟의 나는 또 마흔 여덟의 나를 생각하며 불안해하고 있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좀더 괜찮은 내가 되어서, 내가 하는 모든 선택에 다른 누구보다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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