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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나 Sep 15. 2021

20대 직장인 말투를 보고 웃지못한 이유

일상 한 단락 열 여섯, 나의 아킬레스건에 대하여

요즘 SNL 코리아에 나온 '20대 말투' 콘텐츠의 반응이 핫하다. 시선처리부터 왠지 불안해보이는 인턴기자가 취재 내용을 발표하는데, 꽉막힌 발성과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내용까지. 결국 제대로 전달한 내용은 하나도 없이 끝이 나버린다.


 영상을 보고 웃으면서도, 마냥 웃기만 할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가 비쳐서일 것이다. 대학시절, 발표를  일이 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적어두고도 목소리가 염소처럼 떨려왔고, 떨리는 목소리를 신경쓰느라 만족스럽게 발표를 마무리한 적이 없었다. 앞에 나서는걸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준비된 대본 없이도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조리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다.


뭘 해도 어리숙한 신입사원 시절, 업무와 관련해서 팀장님께 무언가를 설명하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 그날, 나는 '네가 이해를 제대로 못한 상태로 설명하면 어떻게 하니?' 라는 팀장님 말씀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글로 쓰는건 남들보다 자신있는데, 왜 말하려고만 하면 머릿속이 이렇게 뒤죽박죽이 되는지.


그로부터 3년정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조리있게 말하는것에는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더이상 어리숙한 대학생도, 신입사원도 아닌 20대 후반의 직장인이 된 지금, "잘 말하기" 는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되었다. 회사에서의 연차가 쌓이면서 회의, 미팅, 교육과 같이 자꾸만 남들앞에서 말해야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내 앞에서 가려줄 사람보다,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조만간 신입사원 교육을 해야하고, 그로부터 몇주 후에는 외부강연에 나가게 되었다. 그래, 언제까지 숨어있을수는 없지. 아직은 서툴지만, 늦게나마 천천히,  아킬레스건인 말하기와 친해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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