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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나 Sep 29. 2021

자매들이 화해하는 법

일상 한 단락 열 일곱, 가족끼리도 사과는 필요해

언니랑 화해를 했다. 크게 싸우거나, 콕 집어 누가 무엇을 잘못한것은 없었지만, 몇 번의 사소한 부딪힘으로 서로 마음이 멀어졌었다. 주말이면 같이 쇼핑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며, 가끔 집 앞 산책도 나가곤하는 친구같은 사이가 한순간에 이렇게도 멀어질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언니는 나의 무신경한 말투에 조금씩 싫증이 난 상태였고, 나 또한 언니의 예민한 반응들에 지쳐있었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서로가 가장 싫어하는 말과 행동들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조금씩 멍들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더이상 말하지 않는 언니에게 선뜻 말을 걸기가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나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동안은 서로를 투명인간처럼 대했다. 그러기를 두어 달, 왜 이렇게까지 관계가 틀어져버린 것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이렇다 할 답은 없었다.


그러던 중, 언니에게 이번 달부터는 나도 집 생활비를 보태야 한다는 내용으로 장문 카톡이 왔다. '아, 언니도 장녀로서 참 많은 역할을 묵묵히 하고있지. 많이 힘들었겠다.' 항상 나에게는 아낌없이 베풀었던 언니. 그러고보니 나는 조금 더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언니가 베푸는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누려왔다.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이제는 언니와의 꼬인 감정선들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문의 카톡이 오가고 난 뒤에야 우리는 다시 조금씩 예전처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언니에게 생일 아닌 날에는 처음으로 작은 선물을 주었다. 너무 가까웠어서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을, 잠시 멀어졌던 순간 덕분에 다시한번 되새김질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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