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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흐르 Jan 20. 2016

비행기를 놓치다.

꿈 하나

마음에 부담이 큰 일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비행기를 놓치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오랜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뉴욕행 티켓 두장이 있으니 같이 떠나자 한다. 들뜬 나는 전날부터 짐을 싸고, 저녁 7시쯤 출발한다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대낮에 집을 나선다. 택시를 타고 가면 택시가 미친 듯이 막히고, 버스를 타고 가면 올림픽도로에 사고가 난다. 내가 탄 차밖으로 갑자기 해가 져물고 시간은 순식간에 6:53분쯤이 된다. 어찌저찌해서 겨우 공항에 도착하면, 내 눈앞에서 비행기가 이륙하고, 덕분에 비행기를 놓치게 된 친구가 날 원망섞인 눈으로 바라본다.


일 년이면 세네번 꼭 꾸는 이 꿈은 행선지만 뉴욕, 도쿄, 방콕 등으로 달라질뿐, '놓친다'는 결론은 늘 같았다. 눈앞의 일들을 놓쳐버릴까 불안한 무의식의 발현이겠지만, 꿈인줄알면서도 깨고나면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놓치지않으려고 아침에 출발했는데!! 또 놓쳤어.'  


오늘 비행기를 탈 일이 있어 공항에 왔다. 눈앞에서 비행기가 날아오른다. 내가 탈 비행기는 아직 탑승까지 20분이나 남았다. 현실에 나는 차라리 가끔은 무언가를 놓쳐버렸으면 좋았을만큼 퍽퍽한 사람이여서, 놓쳐버린 꿈을 잊지 못하는 나는, 벌써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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