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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흐르 Mar 10. 2019

죽음앞에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1. 단 한 번 그를 만났을 뿐이었다. 하루에도 여러번 그의 살아있음을 글로 만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일까.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은 단 한 번뿐이었는데, 마치 그를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2.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고 돌아온 날, 머리에 맴도는 몇가지 생각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와의 대화에서 느낌 점은 그가 누구보다도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농담처럼 내뱉는 그의 병과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대해, 도무지 그의 모습과 겹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는 자신의 온 감각을 뻗어 삶을 흡수하고 탁월한 언어로 곧잘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한창때의 젊음에게도 잘 찾기 어려운 그 강렬함 때문에 나는 혼자서 그의 병과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 믿을 수 없거나 믿기 싫어졌다.


3. 그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와 가까웠던 친구와 함께 조문을 다녀왔다. 조문객들 대부분이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다들 그의 잦은 예고로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날을 준비해왔다는 듯이 슬프고도 차분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조문객들을 위해 준비된 음식들을 먹는둥 마는둥 멍하니 바라보다 나왔다.


4. 나는 사후세계를 믿는다. 믿지 않고서는 이번생에서 먼저 겪은 이별들을 지고도 잘 살아낼 도리가 없다. 가는 이와 함께 물건을 태워주면 그들이 그곳에 가서 그 물건을 쓸 수 있다거나, 제사날 생전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면 찾아와 맛있게 먹는다는 등의 말들을 믿는다. 믿는 일이 내게 더 이롭기 때문이다. 결국 이기적으로 떠난 자리에 남은 허망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 믿는다. 그 또한 먼저 건너간 곳에서 아프지 않고 여전히 재밌는 농을 던지며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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