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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민 Nov 06. 2018

01. 스타트업에서 사람의 중요성

- 모든 사업은 인사가 만사 그러나 시작해보기 전엔 와 닿지 않는다.

어제 필리핀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 다음 달에 뉴욕으로 가."

"뭐야 갑자기 왜?"

"15년 기다린 영주권이 나와서 이민 가."




2012년, 증권사를 그만 두고 비행기 표랑 큰 배낭을 주렁 주렁 들고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어학원을 다니며 이 곳에서 어떤 사업을 해볼까 고민을 하던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강사를 발견 했다.


나를 가르치던 샤론 강사는 그 지역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이었고 파트타임으로 내가 다니던 어학원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모든 강사들을 통틀어 가장 똑똑했고 열정이 넘쳤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침 모두가 결석을 하여 둘만 수업을 하게 되었고 그 때 말했다.


"곧 필리핀으로 다시 돌아올텐데, 나랑 같이 사업을 해보자."




그녀는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을 하였다. 물론 나중에 들어보니 내심 과연 얘가 돌아올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정확히 1년 뒤, 개인적인 일로 인해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결국 난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첫 날부터, 샤론은 나의 모든 것을 도와줬다.


필리핀 도착하고 며칠 뒤, 사무실이자 우리 집


한인타운이 아닌 현지인들만 거주하는 지역에 자리를 잡았고, 영어캠프로 시작해서 전화영어로 사업을 안정화시키는데 까지 꼬박 만 2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만약 샤론이 없었다면 혹은 같이 간 재훈이가 없었다면 나는 버틸 수 있었을까?


쉽사리 자신할 수 없다.


내가 살았던 Xevera 빌리지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그것도 필리핀이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맨 땅에 헤딩을 하며 사업을 시작하니 무척이나 힘든 점들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사업 초반, 마케팅을 하고 강사들을 구하고, 새벽 5시반부터 일어나 첫 수업에 나도 같이 접속을 하여 기다리는 시간들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득한 시간들이었고 처음에는 눈 뜨자마자 노트북을 붙잡고 일을 시작하였고 중간 중간 산미구엘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 종일 일만 했다.


첫 몇 달동안은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고, 지금 당장 내가 해야 될 일들이 넘쳤다. 필리핀 현지 법인설립부터 시작해서 부동산, 웹 사이트, 마케팅, 채용 모든 걸 다 해야되었다.


처음 마주하는 상황은 당연히 모든게 스트레스다.


창업가라면 매일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첫 경험을 필리핀에서 했고 러닝스푼즈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있고 여기에서 괴리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는 다르게 보면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성공을 하고 싶고, 성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트레스와 친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다루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 2명을 고객으로하여 시작 된 전화영어 사업이 매달 유지되는 학생이 100명까지 불어났고, 잘못된 채용으로 나를 힘들게 하던 직원들은 모두 다 떠나보냈다. 그리고 남은 Daisy, Rusiel, Regina, Joyce, Jovelle 등은 모두가 훌륭한 직원이자 강사였다. 이들은 지금도 같은 회사에서 다른 대표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부족한 대표 밑에서 항상 고맙다고 말해주던 고마운 직원들


필리핀 법인의 경우,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했던 교육업의 경우는 현지인 지분이 60%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샤론이 없었다면, 그 또한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업무 또한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이자 친구였다.


사업은 결국 사람이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 사람이 빠진다고 해도 회사 입장에서는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너무나 다르다. 애초에 시작부터가 사람의 힘으로 시작되며, 이후 운영은 말할 것도 없다. 


너무나 당연하고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나 또한 예전 같았다면 "뭔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하고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수 많은 장면들이 머릿 속을 스친다.




매일 지겹도록 보던 하늘


러닝스푼즈를 시작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흔쾌히 합류를 하고 싶다던 팀원들부터 처음 보자마자 바로 투자 결정을 해주신 투자자까지 그리고 나와 함께 하고 싶다는 강사님들까지. 모든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러닝스푼즈도 무럭 무럭 성장을 하고 있다.




어제 필리핀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그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샤론의 미국에서의 새 삶을 응원한다. 

언제가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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