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에 다니다
2011년 9월에 멜번에 도착한 이후, 10월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1년 동안 일도 하지 않고 어학원에서 영어만 공부했다.
6개월 씩, 2개의 어학원을 다녔다. 사실 처음 어학원 등록을 할 때 IELTS(호주 이민을 위해 꼭 필요한 영어 테스트)반으로 신청을 했는데 첫주 수업을 듣고 멘붕이 왔다. 선생님의 말을 20-30% 밖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엄청 집중해서 들어야만 했고, 선생님이 뭔가를 시키면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하기 일쑤였다. (나는 그래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것인데,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딸래미가 영어수업을 듣고 있을 걸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첫주가 끝나는 시간에 선생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되는 영어, 안 되는 영어 다 동원해서 나의 부족함(?)을 알렸고 선생님과 학원매니저와 함께 얘기를 해서 반을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옮긴 반이 General English - Intermediate반이었다. General English는 Elementary->Pre-intermediate->Intermediate->Upper-intermediate->Advanced 과정이 있었고 나는 그 중 세번째 반에 들어간 것이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 영어공부를 꽤 열심히 했던 나는 문법적으로는 나름 괜찮은 수준에 올라 있었고 그것을 알아차린 인터미디엇 선생님은 일주일이 지나자 "너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나를 다음 수준인 Upper-intermediate으로 강제로 옮겨주었다.
2주 만에 반을 두 번이나 바꾸고 정착한 반이 Upper-intermediate이다. 여기서 10주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된다. 2-3주 지나자 반의 친구들이 내 문법실력(?)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매주 새로운 챕터를 배우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보는데 시험을 보면 거의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끔 분위기 전환도 하고, 실력 테스트도 할 겸 간단한 게임도 하는데 한 사람이 칠판을 등지고 서있으면 선생님이 칠판에 그 주에 배운 어려운 단어를 쓰고 다른 사람들이 그 단어를 설명하면 맞히는 게임이다. 청팀, 백팀을 정해서 한 명씩 나와서 게임을 하면 나는 100%의 확률로 이긴다. 그래서 6주차인가 되었을 때에 친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선생님에게 "폴(Paul)은 다음 반으로 보내주세요."라고 탄원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모든 주장과 탄원을 덮고도 남을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선생님과 일대일 스피킹 인터뷰였다. 그 주의 주제는 음모론(conspiracy theories)였고, 나는 나름대로 한국의 상황을 얘기한다는 것이 "천안함 사건"을 예를 들었고, 한국어로도 설명이 잘 안 되는 그 상황을 영어로 얘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시도였는지 금세 알게 되었다. 떠듬떠듬 설명하면서 땀을 줄줄 흘리고 있으니 선생님은 그만 하자고 한다. ㅠㅠ 그 일로 인하여서 친구들이 나를 윗반으로 옮겨주라고 하면 선생님은 대뜸 "폴은 스피킹에 큰 문제(?)가 있어서 여기 있어야 해."라면서 내편을 들어주었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헷갈렸다.
어쨌든 그렇게 나의 영어공부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