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희 Mar 20. 2023

사진보다 쉬운 동영상

사진 찍듯이 동영상을 남기다.

나는 요즘 사진으로 일상을 남기던 것을 동영상으로 남긴다. 번거럽지만 않다면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동영상 편집이 만만찮은 작업이라 동영상으로 찍어 놓고도 정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 한두 번이면 모를까 모든 일상을 동영상으로 남긴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 것이다.

   

작년부터 나는 마치 사진 남기듯이 쉽게 동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사진을 잘 찍어보겠다는 욕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진보다는 동영상으로 일상의 기록을 남긴다.    

 

가장 큰 이유는 동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일이 사진 남기는 것처럼 힘들지 않고 시간도 많이 들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편집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없고 저장해 놓은 과거를 훨씬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사진으로 남긴 기록물은 정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조금만 시간 지나면 어디가 어딘지, 언제 찍은 사진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스페인에서 300여장의 사진을 남기고 난 뒤, 1년 쯤 뒤에 그 사진을 보면(다시 보는 경우도 거의 없겠지만 ^^) 어디서 언제 찍은 사진인지 알기 힘들게 된다. 특히 사진 찍을 때는 좋은 배경을 감안해 구도를 잡기 때문에 주변이 생략되어 더욱 더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알기 어렵게 된다. 그나마 한 지역에서 무더기로 찍은 사진은 해당 지역이라도 알 수 있지만 국내서 몇 장씩 남긴 사진은 몇 달만 지나면 사진촬영을 한 지역과 상황을 거의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인도여행 중 찍은 사진인데 어디가 어딘지ㅋㅋ

   

또한 사진은 정지된 순간을 남기게 되므로 피사체가 마음에 들 때까지 상황을 조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장 잘 조작(?)된 사진을 건지려고 여러 장 찍는 경향이 있다.  일그러진 표정, 듬성 듬성 나 있는 흐트러진 머리카락도 포함된 모습이 참모습일텐데, 한순간을 남기는 사진에는 일부러 그런 모습을 남기지 않는다. 보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 시점을 소환하기 위한 혹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은 아닌 셈이다. 그리고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피사체 주변도 쉽게 왜곡할 수 있다.   

   

반면, 동영상은 당시 순간을 온전히 추억하게 해 준다. 동영상도 촬영 순간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애써 웃음지은 표정을 만들기도 하지만 보통 그렇게 인위적으로 만드는 모습까지도 동영상에 그대로 담기므로 훨씬 가까운 나를 표현해 준다. 또한 주변 상황도 완전히 배제하여 촬영하기 힘들므로 주변의 있는 그대로의 상황이 대체로 담기게 된다.      

또한 동영상은 방문한 장소를 정확히 회상하는데 도움 된다. 촬영 시점의 날씨도 그대로 표현되고 방문한 장소도 순서대로 연결하므로 장소를 기억하기 쉽다. 게다가 곳곳에 자막을 넣어 두면 자신이 방문했던 장소를 쉽게 되새길 수도 있다. 인물영상은 한두 컷만 넣고 나머지는 그날 방문한 장소의 특징, 내가 인상 깊게 본 사물을 중심으로 영상을 만들므로 훨씬 추억을 소환하기 쉽게 된다.    


 

또한, 동영상은 다시 보기도 편하다. 내 경우, 수천 장이 넘는 사진을 다시 보는 일은 거의 없다. 가끔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지난 사진을 보여주는 기능 덕분에 과거 사진을 보는 경우는 있긴 해도 내가 일부러 지난 사진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3분 내외 동영상은 사진으로는 100장 정도 분량이지만 집중하여 금세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찍어온 동영상이 벌써 20개가 넘는다. 3분 내외 동영상을 CD에 옮겨 자동차에 두면서 수시로 보며 그때를 회상할 수 있어 좋다.     


기록물을 남기는 것은 후손들에게 남기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나는 거기에는 별로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 목적으로는 사진 한두 장만 남기면 될 일이다. 사진기록을 포함해 지금 만드는 동영상도 나의 죽음과 함께 디지털 장례식을 치러야 할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록물을 남기는 것은 아내와 내가 살아있는 동안의 추억을 소환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모든 것들의 핵심은 사진 찍듯이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전제가 가능할 때이다. 그 과정이 일반 동영상 편집처럼 힘들다면 말짱 도루묵인 얘기가 된다. 내가 동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방식은 이렇다.    


1. 모션포트로 동영상 찍기 : 먼저 휴대폰 사진의 모션포토(‘짤영상’ 찍는 기능)로 남기고 싶은 영상을 사진 찍듯이 찍는다.

2. 모션포토를 동영상으로 변환 : 모션포토로 찍은 사진을 2~3초 정도의 동영상으로 변환한다(모션포토사진에서 삼선 클릭->내보내기->동영상 선택)

3. 동영상 연결 : 다음은 동영상 편집 어플(나의 경우 VITA앱 사용) 하나를 정해서 찍은 모션포토 동영상 읽어 들여 연결한다.(카메가 갤러리에서 만들기 기능만 사용해도 동영상으로 연결 가능)

4. 동영상으로 내보내기 : VITA앱으로 연결한 동영상을 내보내기를 통해 하나의 동영상으로 만든다. 

여기까지는 사진 찍는 시간이나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여기까지만 하면 핵심을 마친 것이므로 다한 것과 다름 없다. 그 다음부터는 심화과정(?)이고 VITA앱을 활용하는 과정이라 해 보면서 차차 익히면 된다. (여기까지 제작법은 동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합니다.)     



5. 자막 삽입 : 꼭 필요한 자막을 넣는다(많이 넣으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꼭 필요한 자막만 넣는다).

6. 썸네일 선택 : 영상의 대표 사진을 썸네일로 선택하고 동영상에 포함한다.

7. 줌인(프레임인), 줌아웃(프레임아웃) 기능을 이용해서 도입 영상과 마무리 영상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8. 음악 포함 : 동영상에 알맞은 음악을 포함한다. 

5,6,7,8번 과정은 익숙해지면 10분 내외 소요된다. 결론적으로 사진 찍는 것보다 10여분 더 걸리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       


뭐, 여러 절차가 있어 어려워 보이지만 한두 번 해보면 쉽게 할 수 있다. 보통은 여행을 하는 중에 정리하기도 하고 식사하는 시간 등 짬이 있을 때마다 포션모토로 찍은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고 여행을 돌아올 때 즈음이면 찍은 동영상을 연결해 둔다. 그리고 집에 와서 몇 가지 후속작업을 해서 마무리 한다. 

     

그리고 TV 스마트뷰 기능을 이용해서 TV화면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여행을 마무리 하고(큰 화면으로 보면 느낌이 더욱 생생해서 좋다.) 저장해 뒀다가 SD카드를 이용해서 자동차에 옮겨놓고 수시로 실행하면서 만들어 놓은 추억을 회상한다. 다음과 같은 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