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스포주의
제대로 '국뽕'을 맞는다는 소문이 자자한 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을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 아깝지 않았다. 그간 이순신 장군의 해상 전투를 다룬 영화 중 ‘전법’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 영화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나는 통영에서 자라서 한산도나 학익진 같은 단어들이 비교적 익숙한데, 한산도 앞 바다나 전법을 설명한 그림을 보면서도 ‘이런 전투 모양으로, 바다 위에서 대체 뭘 어떻게 했다는 거지?’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지금이라면 한산도 앞바다를 보며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풍경을 감상하게 될 것 같다.
한국 VS 일본의 대치와 전투를 보여주는 해전 장면은 짧지만 어느 부분보다도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눈에 띄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순신의 리더십’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한 줄로 평하자면 나는 “이순신의 리더십과 거북선의 활약”이라 말하고 싶다. 이순신을 보다 극적으로 미화한 것이 아니라면(이미 그의 리더십은 수많은 콘텐츠로도 설명되어 왔으니 극적으로 그려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말 타고난 리더였던 것 같다.
#영화 속 이순신의 리더십
친구랑 우스갯소리로 이순신 역을 맡은 박해일은 대사가 없어 편했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은 영화에서 내내 말이 (별로) 없다. 다만 오래 상황을 주시하고, 주변에서 독촉해도 정확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경거망동하지 않으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면 꼭 필요한 필살기를 쏘기 위한 '큐'사인을 날린다. 적은 말 수 속에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낸 것은 단연 그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1) 부하들의 마음을 얻게 하는 진정성
영화 초반부에는 일본 병사가 조선군으로 투항하는 스토리가 다뤄진다. 이 항왜 병사의 활약이 영화 속에서 꽤 눈에 띄는데, 조선에 투항한 이유는 “내 대장은 나를 총받이로 쓰는데, 당신은(이순신) 너의 병사를 지키려 했다.”라는 그의 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일을 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내 팀의 리더가 자신은 팔짱 끼고, 팀원을 부려먹으면 사실 팀원들도 리더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모두의 이익이 아니라 각자도생 하기 바쁜 오합지졸의 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순신은 ‘내가 이 팀의 책임자다. 나는 내 팀원을 아끼고 책임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솔선수범형의 진정성 있는 리더다. 몸과 마음에 베어있는 그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항왜를 만들어 낸 것이다.
2) 이순신의 스피치
일본군인 준사는 이순신에게 포로로 잡혔는데, 고문을 당하다가 이순신에게 절규하듯 묻는다. 이 싸움의 의미는 뭐냐고. 그때 이순신은 “이건 불의와 의의 싸움이다.”라고 말한다. 만약 이때 이순신이 왜적이 내 나라를 침범하고 짓밟으려 하니 싸운다는 논리를 세웠다면 과연 항왜 군사가 생길 수 있겠는가. ‘왜구=적’이라는 논리를 들었다면, 그 일본인은 스스로 죽을지언정 투항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와 불의는 그에게 나라를 뺏고 뺏기는 싸움이 아닌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 말이었다. 타겟에 따라 더 설득력 있는 말하기를 한 꼴이다.
한산에서 전승을 거둔 뒤에, 지친 병사들에게 이순신은 다시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며 부산진에 있는 일본군의 근거지로 나아간다. 그 한 마디의 스피치가 ‘힘들지만 기운 내자!’는 말보다 군사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를 줬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심장 쫄깃한 전투를 막 끝낸 병사들이 다시 싸움에 뜨겁게 임할 대의명분을 제시한 것이다.
3) 리더의 결단력
일본 왜장인 와키자카(변요한)의 가장 큰 실수는 대열을 깨고 각개전투를 하겠다는 결정을 한 순간이었다고 본다. 반면 이순신은 부하들이 몇 번이고 '우리 팀을 구하자' 라던지, 지금 쏘자~ 라던지 하는 말을 그저 묵묵부답 듣고 있다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결단을 내리고 지시를 내린다.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는지 그는 잘 알고, 그래서 더 심사숙고한다. 실제 과거 전투 현장에서 전투를 진두지위하던 이순신이 전투 지시를 내기리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숙고하고, 결단을 내리고 행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4) 밀당의 기술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지만, 영화를 꽤 긍정적으로 본 내 입장에선... 이순신이 거북선 설계사를 들었나 놨다 하면서 압박해서 고개를 넣었다 뺏다 하는 업그레이드된 거북선이 만들어진 것 같다. 아무리 뛰어난 배라도, 사실 더 보완할 점이 분명 있었고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대장으로서 설계사를 (은근하게) 압박한 것이 아닐까. 그것이 ‘이번은 거북선 없이 전투를 치른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배를 만드는 사람은 더 고심해서 보란 듯이 역작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5) 포용력
과묵한 이순신은 제 말을 안 듣는 원균도 잘 써먹고, 노장의 의견이나 다른 충신들의 의견도 잘 듣고, 투항한 왜구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을 활용해 더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포용의 리더십까지 갖춘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찾아낸 이순신이 리더로서 갖춘 역량이었다. 사실 그가 갖춘 역량은 전장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누구나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해야 하는 덕목이었다. 그가 리더로서 갖춘 덕목을 잊지 않고 내 삶에도 적용하면 니 또한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