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2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처음 파리행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만 해도 내가 아는 스페인어는 3가지의 기본 인사말이 전부였다. 하지만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프랑스길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스페인어를 듣고, 쓸 일이 종종 생겼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또 사용하려 노력했다.
책을 보고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어휘나 표현을 사전으로 찾아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고, 그렇게 배운 표현은 매일 길 위에서 반복적으로 써보며 ‘생존 스페인어’를 익혔다. 영어를 사용하는 중간중간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말하는 내 모습은 굉장히 어설프고, 웃겨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여행지에서 환대받았고,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도 대화하며 교류할 수 있었다. 몇 가지의 단어와 표현을 배우는 작은 노력 덕분에 나는 종종 큰 기쁨을 경험했다. 따라서 순례길로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꼭 기본 스페인어를 익히기를 추천한다. 다음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자주 사용했던 스페인어 표현들이다. 아래 상황 예시를 통해 어떤 단어와 표현을 익혀두면 좋을지 파악하고, 보다 정확한 표현은 전문적인 어학책이나 여행책을 참고해 익혀두면 좋겠다.
<기본 인사말>
가장 많이 썼던 말은 당연하게도 기본 인사말이다. 혼자든 둘이든 여행을 떠나면 동행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러니 처음 만났을 때 하는 인사말을 익히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 경우엔 길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땐 ‘부에노스 디아스!’, ‘올라’와 같은 인사말을 건네고,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질 땐 상대의 여정이 안전하고, 즐겁기를 기원하며 ‘부엔 까미노!’히고 인사했다.
까미노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수많은 여행자가 함께 걷는 길이므로, 어떤 면에서는 ‘단체여행’과도 같았다. 길에서든, 알베르게에서든 항상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의도치 않게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폐가 될 수도 있으므로 감사와 사과의 표현을 함께 익혀두는 것이 좋다.
안녕하세요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할 때>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오신 애드왈도 아저씨와 함께 걸을 땐 ‘스페인에 대해 궁금한 것’들에 대해 자주 묻곤 했다. 스페인이 처음인 호기심 많은 여행자에게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처음 맛보는 모든 것이 화젯거리가 되었다. 아저씨는 길 위의 유적과, 목초지에서 자라는 식물, 그리고 함께 먹는 음식 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셨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아주 기초적인 스페어 표현들을 익힐 수 있었다. 내가 ‘영어’로 질문을 드라면 아저씨는 스페인어로 설명하셨는데, 내가 아저씨의 스페인어 문장을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영어와 스페인어가 섞인 대화가 이뤄지곤 했다.
나 : (궁금한 식물을 가리키며) 저기 들판에 있는 식물은 뭔가요?
(영어로) Do you know what that is?
아저씨 : (같은 식물을 가리키며) 이거 말하니?
(스페인어로) estas diciendo esto
나 : 네 이거요.
(스페인어로) si esto es
아저씨 : 아 그건 밀이야.
(스페인어로) Oh, eso es 'trigo'.
나 : 아. 뭐라고요?
(스페인어로) Oh ¿Le ruego me disculpe?
아저씨 : 밀이라고 해.
(스페인어로) Llámalo 'trigo'.
나 : 잠깐만요. (휴대폰 사전앱으로 찾아본 뒤)아, 빵을 만드는 ‘밀’이었구나.
(스페인어로) ¡Esperar! ¡Ay, trigo!
아저씨 : 응 맞아, 이 지역은 밀 생산지로 유명하거든.
(스페인어로) Sí, esta zona es famosa por la producción de trigo.
이런 식의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지시대명사’였다. 멀리 떨어진 대상 중 정확히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지시 대명사를 써야 했고, 더불어 ’ 무엇인가요?’하고 물어야 하니 의문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했다.
<점심 무렵 배고플 때>
마을이나 바를 찾기 힘든 경로를 걸을 때는 쉴만한 곳을 찾아내 식사를 했다. 운이 좋으면 공원이나 길가의 벤치를 만났지만, 메세타와 같이 길고 황량한 평야 지대를 걸을 때는 길가에 대충 주저앉아 밥을 먹기도 했다. 이렇게 ‘밥을 먹자.’고 권할 때는, ‘배가 고프다.’라고 정확하게 나의 상태를 알려주고, ‘밥을 먹는 건 어떨까요?’하고 권해야 했다. 따라서 ‘나’, ‘당신’ 등 주어에 대한 표현, 그리고 ‘배고프다.’ 등의 상태를 표현하는 형용사를 찾아 외워두었다. 특히 ‘배고프다!’는 말의 ‘땡고 암브레’는 정말 요긴하게 사용했다.
나 : 배고프지 않아요?
(영어로) Aren't you hungry?
아저씨 : 너 배고프니?
(스페인어로) ¿Tienes hambre?
나 : 네, 저는 매우 배고파요.
(스페인어로) Si, tengo mucha hambre.
아저씨 : 그럼, 점심 먹자.
(스페인어로) Entonces, vamos a almorzar.
나 : 좋아요. 점심 먹어요.
(스페인어로) ¡estupendo! Tengo el almuerzo.
아저씨 : (치즈를 떼어 나눠주신다) 이거 먹어. Come esto.
나 : 와 (음식을 가리키며) 맛있어요!
(스페인어로) Wow, Esto es delicioso.
<식당에서>
루디 아저씨와 걸었던 후반부부터는 식당에서 주문하고, 계산하는 방법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식당을 이용하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우선 식당에 가면 자리 안내를 요청하거나, (가게 분위기에 따라) 적당히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메뉴판을 달라고 한다. 메뉴를 골라 웨이터를 불러 주문을 하고 식사가 나오면 맛있게 먹는다. 식사가 다 끝나면 자리에서 영수증을 요청한다. 웨이터가 작은 트레이에 계산서를 얹어서 자리로 갖다 주면, 거기 지불해야 하는 돈을 올려서 다시 웨이터에게 준다. 그러면 다시 웨이터가 잔돈을 트레이에 올려 준다. 스페인은 따로 팁 문화가 없는데, 그럼에도 음식의 맛이 좋았거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종종 동전 몇 개를 올려두기도 했었다.
나 : 안녕하세요?
¿Hola?
아저씨 : 자리 있어요?
¿Hay sitio?
(안내받은 자리에 착석한 뒤)
나 : 메뉴판 부탁합니다.
El menú por favor.
나 : 맥주 한 잔, 레몬 맥주 한 잔, 그리고 치즈 보카디요, 또띨라 하나 주세요.
Un vaso de cerveza, un vaso de cerveza de limón y un bocadillo de queso, por favor.
나 : (작은 식당인 경우 주인장과 대화를 한다면) 매우 맛있어요.
¡Qué delicioso!
나 : (음식이 나왔을 때) 감사합니다.
Gracias
(식사를 다 마친 뒤)
나 : 계산서 부탁합니다.
La cuenta por favor:
나갈 때 : 안녕히 계세요.
Adiós.
더불어 식당에서는 화장실 사용을 문의하는 표현도 많이 사용한다. 길 위에서 공중 화장실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나는 공중 화장실을 만난 기억이 전혀 없다.) 따라서 바에 들렀을 때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때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커피를 사 먹기도 했었다.
책,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의 일부입니다. 출간 전 사전 펀딩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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