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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Apr 09. 2023

순례딜 TIP 5 : 더욱 즐거운 까미노를 위한 팁

번외편 5

나는 순례길을 걸으며 처음 가졌던 기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서 돌아왔다. 눈뜨면 일어나 걷고, 숙소에 도착해 쉬는 단순한 일과의 반복 속에서 나는 어떻게 평소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고, 기대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사람에 있었다. 조용히 혼자 걸으며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도 필요했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성별, 연령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 덕분에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할 귀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800km는 혼자 사색만 하며 걷기엔 다소 긴 거리이다. 그러니 때로는 ’ 사람 책’을 만나 교류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받는 체험을 해보기 바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태도가 필요한 법. 나는 까미노에서 만난 이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 나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시도했었다.


1. 먼저 말 걸기

종종 길이나 숙소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갔던 순간은 ‘내게 필요한 도움을 내가 먼저 건넨다.’는 기준에 부합할 때였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해 보일 수 있는데 사실 이 ‘도움’이란 매우 소소한 것이었다. 유적이나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혼자 셀카를 찍는 분의 사진을 찍어 주거나, 같은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게 된 사람에게 간식을 나눠주거나, 이제는 내게 쓸모 없어진 도구를 이제 막 순례길에 오른 여행자에게 나눠주는 등의 행동이었다.  

나의 첫 번째 스페인어 선생님이었던 에드왈도 아저씨와도 페르돈 봉의 철로 만든 순례상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며 안면을 텄다. 내가 아저씨께 ‘사진 찍어 드릴까요?’하고 물었던 이유는 나 역시 같은 경험을 해 봤기 때문이었다. 멀리 떠나온 여행지에서 카메라에 풍경 사진만 잔뜩 담거나, 커다랗게 자신의 얼굴만 담긴 사진만 건지는 건 좀 슬픈 일이지 않은가. 이렇게 상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면, 상대방도 나중에 다른 이에게 같은 종류의 도움을 주게 된다고 믿는다. 덤으로 좋은 친구를 얻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2. 이름 외우기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과 통성명을 하고 나면, 나는 그 사람의 이름과 특이사항을 휴대폰 메모 앱에 적어두곤 했다.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네 이름이 뭐였더라?' 하며 두 번 묻지 않고, 바로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였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기억한 뒤, 다시 만났을 때 정확히 이름을 불러준다면 어떨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나의 이 작은 노력이 상대에게 제법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오버해서) 건강한 두 발만 있으면 완주할 수 있는 까미노라고 해도, 결국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순례의 과정에서 누군가와 접촉하고 교류할 수밖에 없다. 무리 속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로그로뇨에서 만났던 올리가 내 이름을 먼저 불러줬을 때, ‘저 사람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하고 의아했지만, 그가 내 이름을 알게 된 경위를 알려준 뒤에는 ‘저 사람이 나를 알아줬구나.’라는 생각에 기뻤었다. 그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그러니 먼저 이름을 불러주자.


3. 따로, 또 같이를 유지한다.

순례길을 걷는 도보여행은 다른 여행과 다르다. 많은 순례자들은 각자의 고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순례길에 오르기 때문에, 타인의 여정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거리를 둬야 한다. 나는 종종 '모든 이에게는 각자의 까미노가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걸었다. 따라서 며칠 함께 걷던 친구라고 해도, (갈래길을 만났을 때) 걷고 싶은 길이 다르거나, 큰 도시에서의 관광을 위해 서로의 여정이 달라질 때는 상대의 바람을 인정해 주고, 나는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여행을 했다.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 길로 함께 걷자고 제안하거나, 내가 목적한 곳 보다 조금 더 떨어진 마을까지 함께 걷자고 제안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럴 때 타인의 제안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면, 나중에 괜히 상대를 탓하는 마음이 생겨나기도 했다. 결국 타인의 제안에 응답한 것은 나였는데 말이다. 이런 경험을 한 뒤에는 ‘내가 결과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기준으로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다.


4. 간단한 현지어 시도해 보기

한국에 찾아온 외국인이 ‘익스큐즈미’로 시작해 당연하다는 듯 영어로 질문을 하는 것과, 서툴지만 한국어로 질문을 시도하는 것. 길거리에서 외국인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경우에 더 반가운 마음이 들까? 내 경우엔 명백히 후자다. 따라서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 최소한 인사만이라도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한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걸으며 간단한 스페인어를 익혔고, 식당이나 잡화점 등에 들를 때마다 내가 아는 단어와 표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공부한 것들을 실전에서 써볼 수 있으니 좋고, 상대방은 자국의 언어를 존중하는 여행자를 보며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 일석 이조가 아닌가.


5. 마음을 활짝 열기

까미노에서처럼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까미노는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고, 또 타인의 베풂을 기쁘게 누리는 교류의 장이었다. 물론 혼자 고요히 그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렇게 걸어도 좋다. 까미노를 걷는 방식에 정답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싶다면 내 것을 먼저 내어 주고, 타인이 건네는 도움의 손길이나 호의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좋겠다. 그렇게 활짝 열린 마음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목표한 곳까지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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