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눈을 뜨고 차가운 물을 한잔 마시고, 몸무게도 재어본 뒤 요가 매트 위에 섰다. 자주 찾는 요가 유튜버의 가이드에 따라 천천히 요가 동작을 한다.
요즘은 '하타식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연습한다. 어깨에 생긴 염좌로 인해 요가원에서 수련하기에는 어깨 통증이 남았고, 그렇다고 몸을 그저 방치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너무 다양한 동작을 지금의 몸 상태로 소화할 수 있을지도 우려스러웠다. 심플하고 간결한 수련이 필요했다.
내가 즐겨 찾는 채널은 '에일린 mind yoga'. 초급자와 고급자를 모두 아우르는 탓인지 영상 속 수리야나마스카라 가이드는 요가원에서 할 때와는 다르게 그 속도가 꽤 느린 편이다. 느린 요가는 쉼없이 몰아치는 요가보다 더 어렵기도 한데, 머릿 속에 잡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잡생각이 들어도 천천히 동작을 따라한다. 처음 1회의 수리야 나마스카라가 끝나는 동안은 잡생각이 들끓는다. 히지만 회차를 더해가면서 동작을 점점 더 깊이 가져가는데 집중할 수록 잡념이 사라진다. 슬슬 땀도 흐르기 시작한다.
처음 집에서 혼자 요가를 해 볼까? 생각하고도 이것이 실제 꾸준함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이미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수련원에가면 너무나 당연히 매트를 깔고 동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집은 '요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운동을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는데도, 수련 중 지칠 때 그것을 멈추지 않고 끝내 이어가는데도 마음의 갈등이 일어났다.
여러 시도 끝에 내가 찾은 방법은 '바닥에 매트 깔아두기'다. 지나다가 생각나면 가끔 매트 위로 올라가 어깨나 등을 푸는 동작을 가볍게 하고 내려온다. 그리고 정해둔 때가 되면 매트 위로 올라가 수련을 시작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3년 가까운 시간동안 요가원을 다니며 운동하던 습관이 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굳은 몸을 펴고, 동작을 따라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 그렇게 다시 요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다면, 좀 더 다양한 동작을 배우고, 동작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요가원에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부진의 시간이 이어지면 '내가 뭘 할 수 있었더라?' 스스로 자기 의심에 빠져드는 시간이 온다. 몸의 정체기에 내 몸 하나를 일으켜 운동을 하는 일 또한 그랬다. 요가, 수영, 달리기...그게 뭐든 본격적으로 뭔가를 하는 일이 두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럴 땐 아주 작은 일부터 시동을 걸어보는 거다. 그게 '요가매트를 깔아둔다'처럼 아주 수동적인 변화라도 상관없다. 깔아둔 매트 위로 가끔은 올라서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허리를 한 번 숙여보고, 그 다음에는 가벼운 요가 시퀀스를 따라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