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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Nov 28. 2020

우울이 지나간 늦은 오후

2020년 11월 28일


늦은 오후, 산책길.

차갑고 작고 단단한 우울주웠다.

손가락으로 굴리며 갖고 놀다가 주머니에 넣고선

한 손 가득, 가볍게 움켜쥐었다.

주머니로 떨어트리다가 쥐어보며 손장난을 했다.

산책 끝무렵 우울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얼핏 손바닥보다 따뜻한 것 같기도 했는데,

그 순간 견디기 힘든 역겨움이 솟구쳤다.

살갑게 주무르던 우울이 마치 오물이라도 된 듯

사납게 집어 주머니 밖으로 던져버렸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우울은

길바닥을 이리저리 뒹굴다

다시 단단하고 차가운 제모습으로 돌아갔다.


산책은 끝났고,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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