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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힘

20240309 - 사진 : 조지훈열람실

운동도 좀 강도가 있어야 효과가 있듯이 책도 좀 어려워야 사유훈련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꽤나 힘이 드는 일입니다. <해방의 밤>의 저자 은유선생님은 어려운 책 읽기를 '음미한다'라고 표현하더군요.

제도 교육에서는 독해력이 중요합니다. 독해력은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것까지죠. 영어책을 읽는다고 해도 중고등학교 때처럼 영문해석으로 끝나면 독해입니다. 반면 제도교육이 끝난 이후의 독서는 문해력이 요구됩니다. 문해력은 읽고 이해한 내용을 표현하는 능력으로 '쓰기'가 포함됩니다. 독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읽기로는 문해력이 향상되기 어려운 법입니다. 문해력을 키우려면 매일 뭐라도 써야 즉 '읽고 쓰고'가 반복되어야 합니다. 운동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식이요법 - 근육운동 - 스트레칭"이 세트로 이어져야 비로소 효과가 있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속도가 나지 않는 글은 음미하면서 읽으며 확장키워드를 찾아보고 맥락을 이해하는 배경지식과 메타적 방법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쓰기"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읽기가 제대로 소화했는지를 알기 위한 방법도 "쓰기"입니다. "쓰기" 없는 읽기는 독해로 끝날 확률이 높지요. 만약 오랜 시간의 독서모임을 했는데도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쓰기"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문해력은 "쓰기"를 통해서 비로소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더 강하게  "문해력은 권력의 문제다"라고 언급한 철학자 김재인의 글을 잠깐 인용해 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검둥이도 글을 알면 버릇이 없어진다. 지금 저 검둥이에게 글을 가르치면 마음대로 부릴 수가 없다. 당장 말을 닫지 않을 것이고 그런 노예는 주인에게 쓸모가 없다. 노예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만족을 못하니 불행해진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러스(1818~1895)의 증언이다.

자고로 글은 권력이었고, 지배자는 노예에게 글을 금지했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 즉 ‘문해력’은 일차적으로 권력의 문제였다. 왜 문해력을 길러야 하느냐고? 노예로 살지 않기 위해서다. 자신이 노예로 사는지조차 모르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에게 의탁하지 않기 위해서다. 문해력은 사치의 영역이 아니다. 문해력은 기본권의 문제이다. 본디 권리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다. 흔히 ‘타고난 권리’ 운운하지만, 실제로 권리란 구성되는 것이고 쟁취하는 것이다. 정당성으로부터 권리가 도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권리를 쟁취하는 수단이 문해력이다."


김재인에 따르면 문해력은 사치의 영역이 아니라 기본권의 문제이고 노예 되지 않고 자립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는 문해력은 길러도 되고 안 길러도 되는 것이 아니라고 호소합니다. 따라서 "쓰기" 또한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쓰기"는 힘을 줍니다. 이것이야말로 어려운 책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읽고 사유하고 또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재인 <문해력은 권력의 문제다> 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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