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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gendary Hero Apr 05. 2016

여섯 번째. 죄와 벌

#2016 독서 Project

그런 엄청난 일을 계획하면서 이 정도로 하찮은 일을 두려워하다니!
사람의 힘으로 못할 일은 없어. 지레 겁을 내니까 일을 망치는 거지.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을 가장 두려워한다니까……

 처음 책을 펼치자마자 이 구절이 눈이 들어왔다. 사람의 힘으로 못할 것이 없고, 스스로 겁먹는 것만 없애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주인공의 중얼거림. 이는 19세기 당시 이성을 맹신하는 당시의 대표적인 인물상이 아니었을까. 즉 이 이야기는 이성에 대한 맹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중세시대를 지배하는 ‘신’에 대한 맹신의 시대에서 차츰 벗어나 이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은 지금의 현대사회로 이끌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성을 맹신함으로써 짓는 ‘죄’와 그로 인한 ‘벌’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그뿐만 아니라 용서와 희생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희망과 대안이 있음을 또한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러시아판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는 느낌이 든다. 당시 배경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두운 뒷골목은 난쏘공의 서울 느낌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대학 공부를 하러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올라왔지만 학비는커녕, 지금 당장 밥 먹을 돈도 없다. 주인공은 자기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비범한’ 사람들은 가난한데, 전당포 주인처럼 악독하고 돈만 밝히는 사람은 부유하게 살아가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사회악과 같은 존재들은 죽어도 되는가?’이다. 스스로 이성적이라 생각하는 주인공이 생각했을 때 전당포 주인 같은 사회악은 죽어 마땅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에 대해, 그러한 죄에 대해 라스콜리니코프가 감당하는 심리적인 죄책감, 불안감, 고독감, 압박감이라는 징벌을 내린다. 스스로를 비범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그는 살인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평범한 사람임을 깨닫고, 그로부터 죄에 대한 불안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독감을 느끼며 서서히 피폐해진다. 이런 마음의 징벌을 통해 작가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돈과 사랑의 관계를 계속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성의 최종 산물인 돈과, 감정의 최종 산물인 사랑.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는 당시의 잘못된 상식에 대해 작가는 루진과 스비드리가일로프를 통해 말한다. 결국 스비드가일로프의 자살은 결코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는 작가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성은 실패했다. 주인공은 죄를 고백하고 자수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그를 사랑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소냐가 있었다. 주인공의 친구인 라주미힌은 항상 그를 믿어주고, 밝은 길로 인도한다. 그의 연인인 소냐는 비록 가장 비천한 출신이지만, 그를 믿어주고 참회하고 용서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당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용서받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진정한 참회일 뿐이다. 나도 남들과 같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지’에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는 것, 겸손하고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자연, 모든 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런 엄청난 일을 계획하면서 이 정도로 하찮은 일을 두려워하다니!
사람의 힘으로 못할 일은 없어. 지레 겁을 내니까 일을 망치는 거지.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을 가장 두려워한다니까……


다시 앞의 구절을 보자. 우린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양극화 문제, 지구 온난화 문제,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 범죄들...... 이성만이 아닌, 감성과 이성의 조화로운 방법을 계획한다면, 사람의 힘으로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힘들다. 하지만 한번 그 문을 열고 나간다면, 우리 인류에게도 새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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