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홍콩은 비가 자주 온다. 홍콩의 폭우 경보는 엠버 (비 조금 많이 옴), 레드 (비 아주 많이 옴), 블랙 (폭우 경보 최고 수준. 대중교통 정지, 학교, 회사 안가도 됨) 수준으로 높아지는데 사람들은 이왕 비 올꺼 레드가 될 바엔 블랙이 되길 바란다. 폭우 경보는 제발 출근 시간 9시 전에.. 홍콩 직장인, 학생이 가장 억울할 땐 등교 출근했는데 갑자기 블랙 경보가 발효될 때다. 최근 홍콩 기상청이 블랙 경보를 오전 9시 20분에 발효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때 홍콩 직장인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가 쨍쨍하고 하늘이 맑을 땐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한다. 또 언제 비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화창한 날이 토요일이라면 금상첨화다. 최근 날이 맑았던 럭키비키한 토요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와 남편은 집 근처 해변으로 갔다. 택시 타면 15-20분, 버스 타도 30분 안에 집에서 해변까지 도착하니 이 또한 럭키비키다! 내가 좋아하는 해변은 리펄스 베이 근처 딥 워터 베이다. 리펄스 베이 해변은 더 크고 넓고 식당도 많지만, 관광객들이 대형 버스를 대놓고 구경하면서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에 누워있는 사람들 사진과 비디오를 마구 찍어서 비키니 입은 사람1인 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아담한 해변인 딥 워터 베이는 대형버스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별로 없어서인지 사진만 찍는 관광객은 별로 없고 태닝을 하거나 수영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다수다.
홍콩 해변에는 바다 중간에 수영하다가 쉴 수 있는 공간 같은게 있는데, 남편과 나는 그 동그란 쉼터를 기준으로 해변에서부터 왔다갔다하며 수영했다. 해변에서부터 동그라미 쉼터까지의 거리는 100미터 정도라 세 번만 왕복해도 600미터 수영이 가능하다.
아담하고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는 딥워터베이와 달리 리펄스 베이 주변에는 식당, 상가도 많고 편의 시설도 잘 발달돼 있다. 이날엔 남편이 구글맵에서 찾은 리펄스베이 브런치 카페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음식도 맛있어서 다음에 또 오자고 이야기했다. 식당에는 사람 반, 강아지 반이라, 멍뭉이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가기 좋은 분위기였다.
날씨가 좋은 날 해변에 가면 여러모로 기분이 좋다. 일단, 해가 쨍쨍할때 광합성을 하며 비타민D를 얻을 수 있고, 수영도 하고, 태닝도 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공짜다! 해변에 가기 전에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밥 한끼하고 가거나, 아니면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면 제일 좋다.
며칠 전에는 같이 요가지도자과정을 수료한 홍콩 친구 R이 자신이 파트타임으로 가르치는 요가원 수업에 초대했다. 요가지도자과정 동기들 중에서 가장 자주 연락하고, 이제는 별별 이야기 다하는 찐친이 된 R과는 한 달에 한 번, 자주 못보면 두 달에 한 번씩 만나서 점심을 먹는다. 나는 아직 두려워서 요가를 가르칠 엄두가 안나는데 풀타임으로 회사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내 요가를 가르치는 R을 보니 멋있기도 하고, 나도 용기가 생겼다. 15명의 지도자과정 동기들 중에 R을 포함해 5명 정도와 우정을 쌓고, 가끔씩 요가도 같이 하곤 하는데 내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난해 8월부터 거의 1년간 매일 요가를 하면서 몸과 마음도 건강하게 변했지만, 이렇게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박사과정 친구들은 대부분 중국 본토 출신이라 홍콩 로컬 친구들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요가원 친구들은 80% 정도가 로컬 친구들이라 학원에서 배운 광동어도 써먹고 홍콩 생활 3년 만에 반쯤 로컬이 된 기분이다.
지난해 말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엔 아쉬탕가 수업도 듣는다. 90분짜리 풀 프라이머리 시리즈 구령 수업은 내가 다니는 하타 요가원에서 하지 않아, 센트럴에 다른 요가원을 하나 찾아서 추가로 수강권을 끊어 다니는 중이다. 파워풀한 아쉬탕가의 장점은 90분 동안 해야 하는 동작이 정해져 있어서 혼자서 수련하기도 좋고, 특히 여행할 때도 수련 흐름이 끊기지 않게 아쉬탕가 요가원 아무데나 들어가서 등록하고 수련할 수 있다. 올해 대만 타이페이, 서울, 영국 브리스톨을 여행할때도 아쉬탕가 요가원을 미리 찾아서 등록하고 여행 중에 수련했다. 너무 좋았음! (다음에 해외 요가원 탐방기를 따로 써봐야지). 한 자세에 오래 머무르는 하타 요가와 달리 아쉬탕가 요가를 할땐 평균 심박수가 120-130까지 올라갈 때도 있고, 꼭 유산소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90분 수련이 끝나면 땀범벅.. 그러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하면 겨우 9시다. 그래서 요즘엔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요가 다음으로 열심히 하는게 수영이다. 매일 1000미터 수영하는게 목표다. 우리 아파트 실내 수영장을 홈짐으로 하면서 아파트 수영장이 문을 닫으면 근처 공공 수영장에 간다. 사실 딱 한번 가봤다ㅋㅋ 공공 수영장의 장점은 저렴하고 가격 대비 훌륭한 시설이다. 회원권은 필요 없고, 옥토퍼스 카드로 평일 기준 15달러 찍고 들어가면 끝! 공짜나 다름 없다. 왕복 버스비가 더 비싸니까.. 25미터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하다가 50미터 레인에서 수영하니 확실히 힘에 부쳤다. 게다가 여름엔 야외 수영장을 개장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수영하기 좋다. 이런 공공 수영장 시설이 땅값 비싼 홍콩 곳곳에 있어서 홍콩 사람들은 수영을 잘하나 보다. 일요일에는 시댁에 밥먹으러 가는겸 시댁 아파트 야외 수영장에서 트레이닝(?)한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쌓여 수영하는 맛도 별미다.
이제 홍콩의 여름도 거의 끝이다. 입추 이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거 보니 곧 가을이 찾아올 모양이다. 요즘 러닝은 조금 소홀하지만, 요가와 수영은 꾸준히, 지금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매일 매일 하는 건강한 삶을 실천해야지. 일상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