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다움을 읽고
배달의 민족의 마케팅을 보면 '뾰족하다'는 생각이든다. 잘 정제된 B 급감성의 콘텐츠로 핵심 타깃층인 20, 30대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기 때문이다.
장인성 배달의 민족 마케팅 이사는 "배달의민족은 핵심 타깃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세대, 막내들이 좋아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B급 감성의 유머코드를 활용한다"며 "브랜드가 자기 주장을 하기 보단 고객이 좋아하고 참여하고 싶은 일을 만든다면 고객들은 기꺼이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준다"고 말했다. (EBN 기사)
배달의 민족은 20, 30대가 좋아하는 마케팅으로 그들의 취향을 저격함으로써 그들을 브랜드의 열렬한 팬으로 만드는 <팬덤 마케팅>을 사용한다. 나는 배달의 민족 팬덤 마케팅이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첫 번째로 배달의 민족은 재생산 가능한 콘텐츠를 만든다. 고객들에게 재생산 가능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들이 능동적으로 가지고 노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브랜드 기본서체인 ‘한나체’를 포함해 다양한 서체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키치한 문구와 어울리는 텍스트,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 고객들은 이 서체를 언제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지금은 예능자막, 광고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경희아 넌 먹을 때가 가장 예뻐’라는 옥외광고에는 신청자 1000명의 이름을 경희 대신 넣을 수 있도록 했다. 1000명의 다른 이름을 가진 버스 옥외광고는 그 이름의 사람에게 찍어서 보내거나, 자신의 이름이 적힌 광고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했다.
나아가서는 배달의 민족은 ‘배민 신춘문예’를 열어 직접 배달의 민족의 광고 문구를 고객이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제 3회 배민 신춘문예’에는 무려 58,286개의 작품이 응모되었고 대상 ‘치킨은 살안쪄요, 살은 내가쪄요’라은 문구는 실제 광고동영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배달의 민족이 재생산 가능한 콘텐츠를 제공하면 두 번째 단계인 콘텐츠에 열렬히 참여하는 팬덤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배달의 민족은 배짱이(배달의 민족을 짱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팬클럽이 있다. 일반 유저와 다르게 팬덤은 자발적으로 배달의 민족의 바이럴마케터를 자처한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브랜드의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달의 민족은 팬덤의 뜨거운 지지에 새로운 콘텐츠/캠페인으로 응답한다. ‘배민 문방구’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돌 굿즈와 같은 특유의 말장난을 담은 배달의 민족 굿즈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치킨 감별사를 뽑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열기도 하며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세단계를 계속해서 반복하며 배달의 민족은 어떤 앱보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게되었다. 배달의 민족 마케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들은 일관되게 ‘배민다움’을 보여주는 마케팅을 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결국 이 질문이 브랜딩과 마케팅의 핵심이지 않을까.
살아남는 기업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자기다움’을 만들고 지켜간다는 것이다.
⌜배민다움⌟, 홍성태